"앞으로의 유아교육, 차별·불평등 해소의 시작점 돼야"
"앞으로의 유아교육, 차별·불평등 해소의 시작점 돼야"
  • 전아름 기자
  • 승인 2021.11.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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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미래 유아학교 교육과정 방향' 제4차 KICCE 정책토론회 개최

【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미래 유아교육의 방향을 모색하는 집담회가 열렸다. 집담회에는 유아교육·보육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이 모여 현재 누리과정의 한계와 문제점을 진단하고, 향후 ‘유아학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의견을 모았다. 

육아정책연구소(소장 박상희)는 18일 오후 2시 육아정책연구소 대회의실 및 온라인 줌을 통해 ‘미래 유아학교 교육과정의 방향은?’을 주제로 제4차 KICCE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본 토론회는 대한민국 미래 유아교육·보육 체제개편을 위한 연속 토론회의 세 번째로, 육아정책연구소와 교사노동조합연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국회의원 강득구·강민정·김병욱·김종민·윤영덕(가나다순) 의원실이 공동 주최·주관했다.

◇ 충분한 숙고 없었던 누리과정, 현장은 어렵고 아동엔 차별 초래 

육아정책연구소 ‘미래 유아학교 교육과정의 방향은?’  제4차 KICCE 정책토론회 개최. 온라인 화면 갈무리.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소 ‘미래 유아학교 교육과정의 방향은?’ 제4차 KICCE 정책토론회 개최. 온라인 화면 갈무리. ⓒ육아정책연구소

발표의 시작을 연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는 우선 “유보통합과 유아학교에 대한 염원은 유아교육계의 오랜 염원”이라고 말하며 “의무교육기관인 유아학교는 기존의 유치원, 어린이집, 사립과 국공립, 장애영유아에 대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김명하 교수는 “2011년 유아교육 공교육화에 대한 필요로 누리과정이 제정됐지만, 현장의 의견 수렴 과정이 미흡했고, 현장 적응 과정이 생략됐으며, 장애영유아교육 및 초등교육과정과 연계 미흡, 교사양성 체계와 괴리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2019년 개정누리과정이 현장에 적용됐지만, 이 역시 짧은 개발 기간과 6개월에 불과한 현장 적용과정으로 기존의 문제를 개선할 시간이 담보되지 못했다고 김명하 교수는 말했다.

김명하 교수는 “유아학교 교육과정은 방향의 설정과 교육 내용, 운영의 구체적 방안에 대한 학계와 현장의 충분한 논의와 협업으로 진행돼야 한다”라며 2019년 개발된 세종시 유치원 교육과정 ‘아이다움’과, 세종시 혁신유치원 ‘두루유치원’의 사례를 언급하고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성격, 내용, 평가가 지역수준 교육과정의 성격, 내용, 평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참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충분한 숙고 과정 없이 정치적 목적에 따라 급박하게 제정된 유아교육정책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기관과 사립 교육기관의 차이를 심화하는 원인이 됐다”라고 지적하고, 장애 유아에 대한 지원 또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달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영유아가 차별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하 교수는 “미래 유아학교 교육과정은 교육부로 일원화해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라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구분 없이 영유아가 중심인 교육 과정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경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유치원위원회 위원장은 누리과정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묻고, 그 결과를 이날 집답회에서 밝혔다. 조사에는 총 158명의 교사가 참여했고, 10년 이상 근무한 교사가 58명으로 가장 많았다. 3~6년 33명, 6~10명 24명, 3년 미만은 25명이었다. 

조사에 참여한 교사들은 과거 교육과정과 비교했을 때 교육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누리과정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생각했다. 이경진 위원장은 “과거 교육과정은 지도서에 많이 의존해 지도서의 틀을 벗어난 수업을 했을 때, 이게 맞는지 의문을 제기 받는 상황이 있었는데, 누리과정 도입 이후 교사가 자율성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 '누리과정'에 적합한 아동 수는 14명 이하...'다양한 기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 유아학교 교육과정의 방향은?’ 제4차 KICCE 정책토론회 개최.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발제 화면 갈무리.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소 ‘미래 유아학교 교육과정의 방향은?’ 제4차 KICCE 정책토론회 개최. 김명하 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발제 화면 갈무리. ⓒ육아정책연구소

그러나 누리과정을 취지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많은 현안이 산적했다는 현장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경진 위원장은 이를 ▲과밀학급 ▲교사 역량차이 ▲관리자 강요 ▲학부모 요구와 괴리 ▲행정업무 등으로 구분했다.

이경진 위원장은 미래 교육과정을 위한 방향을 제언하며 ▲학교급간 교육과정 연계성 확보 ▲필수 교육내용에 대한 합의와 교육시간 확보 ▲학급당 유아수 감축 및 업무환경 개선 ▲유치원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 전문성 강화 ▲유치원 교육 필요성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윤지혜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위원장은 누리과정 만족도 등 관련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밝혔다. 339명이 참여한 실태조사에서 ‘2019 개정 누리과정 만족도’를 묻는 말에 157명이 매우 불만족·불만족이라고 대답했다. 203명은 ‘누리과정 개정 시 현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현장에서 느끼기에 누리과정에 대한 학부모 인식도 과반수 이상 좋지 않다고 인식했으며(246명), ‘현재 학급당 유아 수가 놀이중심 교육을 운영하기에 적합한가’라는 질문에는 91.7%에 해당하는 311명이 ‘매우 불만족’에 응답했다. 

교사들이 생각하기에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에 알맞은 학급당 유아 수는 14명 이하였고(33.6%, 12명 이하 31.9%, 16명 이하 29.2%, 기타), 근무 중인 기관 관리자들의 누리과정에 대한 이해와 지원도 낮다고 봤고(207명, 61.1%), 개정 누리과정이 초등교육과정과 연계도 잘 안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260명, 76.7%). 

윤지혜 위원장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면 이렇게 혼란스러운 교육과정이 나왔겠느냐”라며 “학부모도 놀이가 대체 뭔지, 노는 게 무슨 효과가 있는 건지 교사에게 묻는데, 현장의 교사들도 교육청이나 교육부 차원의 홍보나 연수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학부모에게 이해시키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리과정을 초등교육과 연계하려면 우선 초-중-고로 나뉜 현재 교육과정에 유치원도 하나의 교육과정으로 넣어야 하고, 유치원 교육과정에는 ‘1시수 30분’이라는 것이 반드시 명시돼야 한다. 또한 특수교육 유아도 교육과정에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출발점이 평등해진다”라며 “현재 누리과정을 유아교육과정 혹은 유치원교육과정으로 명칭을 변경할 것을 제안한다. 아울러 학급 당 유아 수 14명 이하로 감축, 관리자의 교육에 대한 이해와 지원 확대을 비롯해 유아교육전문가와 현직교사의 의견수렴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주원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중앙이사는 “견고한 관료적 학교체제에서 벗어나 4차 산업혁명시대로 도래한 무한 경쟁의 글로벌 사회에 걸맞은 창의·융합적 인재를 길러내려면 다양한 교육기관이 존재해야 한다”라며 “사립유치원은 무조건 적폐고, 국공립유치원만이 교육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 장애아동 배제와 차별없이 모두가 존중받는 유아교육 이뤄져야 

미래 유아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베이비뉴스
미래 유아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베이비뉴스

김현숙 전국유아특수교사연합회장은 ‘모든 유아를 위한 유치원 교육과정 방향’을 제안했다. 김현숙 회장은 “유치원과 특수학교에서 특수교육을 받는 대상자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라며 “이제 이들에게 적합한 교육과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이어 “기존 유아교육이 지속해서 놀이로써 유아의 배움을 추구해온 것에 반해 유아특수교육은 놀이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경시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놀이 가치를 인정하는 추세”라며 “그러나 특수학급은 장애유형과 장애특성이 다양하고, 혼합연령으로 구성되어 유치원 특수교사가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광범위한 교육적 요구를 따라 적합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또, 특수교육의 보상적 측면을 기대하는 학부모들에게 놀이를 통한 배움의 가치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특수교사의 사기를 저하한다”라고도 진단했다. 

김현숙 회장은 “다양한 장애 유형과 연령의 학급 구성에 따른 광범위한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교육적 요구, 예측할 수 없는 통합학급의 일과, 그리고 미흡한 교육여건 등이 특수교육대상 유아의 재능과 소질을 계발하는 교육과정 운영을 방해한다”라며 “모든 아이가 소외되지 않고 존중받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현장 상황이 고려된 지침과 법적 행정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복순 재미난어린이집 원장은 공동육아교육과정을 통해 개정 누리과정을 살폈다. 정복순 원장은 “놀이를 중심에 둔 교육과정을 실현하려면 먼저 아이와 놀이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아이와 놀이에 대한 관점을 제대로 세워야 한다”라고 말하고, 놀이중심교육과정의 실현에 현재의 교사 대 아동비율이 조정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지희 후암어린이집 교사는 보육아동 감소로 교육과정 진행 자체가 어려운 현장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지희 교사는 “현재 보육현장에서는 교사 대 아동비율 조정보다, 보육할 아이가 없다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라며 “운영비 지원 구조를 바꿔 지금 재원 중인 아이들에게 질 높은 보육·교육 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누리과정 평가 컨설팅을 더욱 전문화하고, 교사 스스로 우리 반의 놀이에 맞게 컨설팅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해 강점을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많은 원격 자료가 쏟아졌지만 집중 시간이 짧고, 개별 흥미가 존중돼야 하는 유아들에겐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대한민국의 미래 유아교육·보육체제 이대로 괜찮은가?(2021.9.30.) ▲미래교육을 위한 학급당 유아수(2021.10.22.)에 이어 개최된 연속 토론회로, ▲다음 달 10일 미래 유아특수교육의 방향과 과제 ▲다음 달 30일 미래 유아학교 10대 교육 의제와 국가교육회의 개선방안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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