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소진되고 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 소진되고 있습니다"
  • 기고=정구환
  • 승인 2021.12.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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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구환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정구환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정구환
정구환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 ⓒ정구환

“당신들이 우리 아이, 가정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왜 이러래 저래라에요!”

신고접수를 통해 지자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경찰과의 아동학대조사를 마치고 ‘학대피해아동’과 ‘학대행위자’, ‘가족구성원’이라는 이름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계되는 가정들은 보통 여러 기관들의 개입과 사례관리를 받아야 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 이해되지 않음 등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표현한다.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그 감정을 포착하게 되고 때로는 그들의 저항에 세게 부딪히고 함께 구르기도 한다.

그 가운데서도 상담원들은 아동과 부모, 가족 전체의 기능회복과 아동의 학대 후유증 회복, 재학대예방을 위해 가족들을 강점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놓치지 않으며 통합적인 사례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미 그 가족에서 지금까지 해왔던 수많은 시도와 노력들이 있었다는 것, 행복했던 본래 가족의 모습을 떠올리며 ‘한 번 더 잘해보자’라고 다짐한다는 점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이와 가족의 전문가는 그들 스스로’라는 믿음으로 가족들이 생각하고 기대하는 ‘변화’의 동기를 지지하며 궁극적으로는 아동의 안전과 건강한 성장을 바라며 일하고 있다. ‘우리 아이를 더 잘 양육하고 싶다’는 부모와 양육기술 프로그램을 함께하고, 가족 내 대화가 단절되고 신뢰가 깨져버린 가정의 관계회복을 위해 가족관계개선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며 아동과 부모의 신뢰가 회복되고 관계가 개선되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발견하고 있다.

아동 사망 사건 및 강력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정부는 지난 8월, 아동학대 대응체계 보완방안 대책을 발표하며 아동보호체계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강화된 제도와 정책은 학대행위자의 처벌과 학대피해아동의 안전체계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학대피해아동과 가족의 회복을 위한 지원내용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학대피해아동 및 가족중심의 전문적인 서비스 실천을 위한 심층 연구와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학대피해아동 및 가족중심 서비스 강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연구(굿네이버스 아동권리연구소, 2019)」에 따르면, 아동 및 가정에 대한 전문적 서비스체계 구축을 위해 학대피해아동의 특성을 고려하고, 학대정도에 따른 차별화된 가족지원 서비스가 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둘째, 여러 특성의 학대행위자와 가정을 마주하며 상당량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는 상담원들의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예산과 인프라 구축을 통한 상담원들의 처우개선과 업무환경 변화가 시급히 필요하다. 아동학대대응체계가 개편되고 법제도가 개선돼도 현장에서 ‘가족중심 서비스’를 실천하는 중심은 바로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이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21년도 통계에 따르면 전국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평균 근무 연수는 3.3년, 상담원 1명이 맡고 있는 사례 수는 평균 41명으로 미국 아동복지연맹에서 권장하는 사례 수인 17명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많다. 

오늘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은 한 아동, 한 가족의 변화를 위해, 우리 모두가 바라는 ‘보통의 행복’을 위해 정성어린 만남을 준비하고 또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건강한 가족과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동보호체계가 굳건한 기반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하려면, 현장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의 지속가능한 업무환경 마련이 먼저 필요하다. 

*정구환 님은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울성북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복지법 제45조(아동보호전문기관의 설치)에 의거해 설치됐으며, 제46조에 의거해 학대받은 아동의 발견, 보호, 치료, 의뢰, 개입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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