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왜 넥슨 이름을 넣으려고?
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왜 넥슨 이름을 넣으려고?
  • 기고=김동석
  • 승인 2022.01.27 17: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김동석 비영리단체 (사)토닥토닥 대표
지난 2017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건우를 만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김동석 대표 페이스북 캡쳐
지난 2017년 2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건우를 만나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했다. ⓒ김동석 대표 페이스북 캡쳐

대한민국 최초로 대전에 건립 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공공성 훼손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대전시가 넥슨재단과 2019년 체결한 기부 협약에 넥슨 병원 명칭 사용, 병원장 선임 협의, 운영위원 참여, 사업비 20억 증감 시 협의 등이 들어있음을 인정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기부협약서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대전시가 비공개하기로 최종 결정함으로써 밀실협약이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넥슨재단과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기존 협약을 공개하지 않는 가운데 의혹과 우려는 가라앉지 않습니다. 시민들은 협약서 공개를 위한 행정심판을 준비하고 있고, 허태정 대전시장이 공공성 훼손 협약에 대해 사과하고 협약을 해지하길 원합니다. 그리고 넥슨재단과 개정이 아닌 새롭게 협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합니다.

2019년 넥슨재단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기금으로 100억을 기부했을 때 시민들은 크게 환영했고 고마워했습니다. 넥슨재단에 직접 방문해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지만 넥슨의 선의 여부를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부할 때 어떤 곳에 어떻게 쓰이길 지정하긴 하지만 기부를 조건으로 병원 명칭 사용, 인사 및 운영 개입, 타 기업의 기부 관여 등까지 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이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기부금을 반환하도록 협약했다고 합니다. 기부와 투자의 차이를 대가 여부로 본다면, 이것은 투자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허태정 대전시장은 충남대학교 ‘정심화홀’의 기부자 명칭 사용을 예로 들며 기업의 선의를 기리기 위했을 뿐이라고 합니다.

일부에서는 허태정 대전시장의 의견에 동의하며, 기업이 그만큼 돈을 냈으면 병원 명칭 사용과 운영개입을 허용해주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냐고 합니다. 일단, 명칭 관련해서 병원 명칭에 기업을 넣는 것과 병원의 일부 건물에 기업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시민들은 넥슨이 총건립비 447억 중 100억을 기부한 것에 대해 건물 일부를 ‘넥슨관’이라 명명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넥슨의 건립기여도를 고려하더라도 총건립비 중 1/4 정도 기부했기에 건물 일부를 ‘넥슨관’으로 하는 것이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병원 명칭에서 ‘공공’을 빼버리고 ‘넥슨’어린이재활병원이라고 하는 게 문제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대전시청에 넥슨이 기부한다고 대전넥슨시청이라고 하고, 충남대학교에 기부했다고 충남넥슨대학교라고 할 수 없지 않습니까. 

충남대 '정심화홀'은 충남대 명칭 변경이 아니고 일부 건물에 ‘정심화할머니’의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독도를 ‘다께시마’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처럼 병원 명칭은 단순히 이름이 아니라 ‘정체성’입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은 국가가 책임지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이 주인인 병원이라는 의미이고 정체성입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되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기에 그 의미는 더욱 큽니다. 

현재 대전에 건립 중인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정부의 ‘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공모사업에 대전시가 응모해 확정된 것입니다. 보건복지부는 대전시와 넥슨재단이 협약한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의 명칭이나 운영 개입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대전시는 대전시의회와 시민에게 2년 넘게 숨겨왔고, 협약서 공개까지 거부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 공개된 협약 내용처럼 기업이 큰돈을 낼 때마다 공공병원장 선임과 운영에 관여하며, 기업 이미지 홍보를 할 수 있게 한다면 공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될 수 있습니다. 

병원 명칭에 넥슨을 넣으면 넥슨이 운영 적자 같은 부분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냐고 합니다. 이는 근시안적 대책일 뿐입니다. 현재 서울에 있는 민간 넥슨어린이재활병원도 운영 적자 문제로 공공에서 나서야 한다고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넥슨이 운영적자를 책임지지 않는 한 넥슨병원인데 다른 기업의 후원을 받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서 민간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공공의 책임을 방기하는 일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에 재활치료가 필요한 29만 명의 장애어린이 중에 단 6.7%만이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어린이의 필수치료가 수익이 되지 않는다고 병원들이 기피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애진단을 받은 아이들은 재활치료를 위해 떠돌아다녀야 하는 ‘재활난민’이 됐습니다. 장애발견 초기의 아이들이 골든타임을 놓쳤고, 중증장애어린이들은 상시로 생명의 위험에 노출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더는 아이들의 생명을 지킬 수 없기에 시민들은 공공병원을 요구하게 됐고, 문재인 대통령께서 중증장애어린이 건우 앞에서 임기 내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약속하셨습니다.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정부의 사정으로 대전과 창원 두 곳에만 건립이 됩니다. 두 지자체 모두 ‘공공’이 빠진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약속을 했습니다. 대통령 공약인데, 국정과제인데, 이렇게 진행될 때까지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건우야~ 어때?”

문재인 대통령께서 건우의 이름을 부르며 공약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아홉 살이던 건우가 이젠 열네 살이 되었습니다. 기다릴 수 없는 아이가 5년을 기다려 왔습니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건우에게 약속하신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제대로 건립되고 있다고 보여주십시오. 대한민국 첫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개원하는 날, 문재인 대통령님께서 건우에게 5년 전처럼 다시 한번 물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김동석 사단법인 토닥토닥 대표는 열네 살 중증장애아동 건우의 아빠다. 건우는 두 살 때 사고로 뇌병변 1급 장애를 갖게 됐다. 사지가 마비된 상태로 말을 할 수도, 걸을 수도 없으며, 음식은 위로 직접 투여하고 있다. 2018년 7월 9일부터 8일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1004배를 하기도 했다. 권역별 공공어린이재활병은 건립은 문재인 대통령 100대 국정과제 중 42번 공약이다. 토닥토닥은 지난 2013년 대전에 사는 장애아 가족들이 모여 만든 단체로, 대전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위해 시민 모임 형태로 출발해 이후 2015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