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추락 부추기는 '늘봄학교'... 학교는 돌봄기관 아닌 '교육기관'"
"교권 추락 부추기는 '늘봄학교'... 학교는 돌봄기관 아닌 '교육기관'"
  • 기고=김승희
  • 승인 2023.09.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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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승희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교육부(부총리·교육부장관 이주호)가 9일 초등학생 방과 후 활동을 지원하며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늘봄학교 추진 방안을 발표하는 이주호 교육부 장관 모습. ⓒ교육부

'늘봄학교'가 논란이다. 늘봄학교는 학교에서 오후 8시까지 돌봄을 원하는 초등학생에게 제공하는 돌봄서비스를 말한다. 늘봄학교는 이번 정부가 도입한 것으로, 사교육비와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덜어 주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생 간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정부는 올해 늘봄학교를 시범 운영한 후 당장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태인데, 교사들의 반발이 크다. 

교사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적·물적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적 인프라의 경우, 대부분 학교는 기존 교실을 활용해 늘봄학교를 운영하므로 학교 교육의 파행을 불러온다. 강당이나 특별실에 돌봄교실이 마련되면 오후에 강당이나 특별실에서 수업을 할 수 없어 교육과정을 변칙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인적 인프라의 경우, 교사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문제점이 제기된다. 교사가 수업과 학생지도라는 본연의 업무에 더해서 돌봄에 시간과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업무 부담은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는 수업의 질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학생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러나 늘봄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교권 추락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최근 서이초 사건에서 드러나듯이 교권 추락은 교사에 대한 부모의 갑질로 나타난다. 부모가 교사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교사를 돌보미 취급하면서 갑질을 저지르는 것이다. 많은 부모가 교사를 돌보미로 취급하면서 학교가 당연히 부모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모의 갑질은 어린이집에서 시작된 관행이다. 

대부분 아이는 늦어도 만 2세가 되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는데, 이때 어린이집이 부모의 온갖 요구를 들어주면서 부모의 갑질이 시작된다. 아이의 손톱을 깎아달라고 한다던가 아이가 아침에 세수를 못 하고 등원하니까 씻겨달라고 하는 것, 아이가 숟가락질을 잘못하니 밥을 먹여달라고 하는 것 등의 수많은 요구를 어린이집이 들어주면서 부모가 갑으로서 행세하는 것이다. 

◇ "학교와 교사의 권위 지키려면 교육기관으로 역할 다해야"

이러한 부모의 요구를 어린이집이 들어주는 이유는 한 명의 아이라도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돈으로 계산될 수밖에 없어서 어린이집은 아이가 다니지 않을까 봐 항상 노심초사하면서 부모의 어떤 요구도 들어주는 형편이다. 또한 어린이집은 학교가 아니라 사회복지시설이어서 부모가 어린이집 교사를 돌보미로 대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부모가 어린이집에서부터 교사를 돌보미로 대하던 관행이 그대로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이어져 교권 추락이 심각해지고 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돌보는 사람으로서 교사를 대하기 때문에 교사에게 거침없이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괴롭히면서 심각하게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 이처럼 부모가 교사를 돌보미로 취급해서 교권이 추락하는 마당에 늘봄학교는 교권 추락을 부추기는 데 일조할 뿐이다. 교사는 단지 돌보는 사람이라는 부모의 인식이 굳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교권 추락을 막으려면 학교가 돌봄 기관이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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