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가 본 유보통합... 졸속추진하다 교육 본질 훼손 우려 크다"
"초등교사가 본 유보통합... 졸속추진하다 교육 본질 훼손 우려 크다"
  • 기고=백승아
  • 승인 2023.12.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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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백승아 원주 봉대초등학교 교사(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소속 회원)

윤석열 정부는 모든 영유아에게 ‘차별없고’,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겠다는 일명 유보통합을 위해 보건복지부의 영유아보육 사무를 교육부로 이관하여 보육과 교육의 관리부처를 일원화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재정계획이 미비하고, 구체적 시안(기관 성격, 재정 계획, 시설 기준, 유예기간, 양성체계, 교사 자격 등) 없이 정부조직법만 먼저 개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등교사가 보기에 이는 헌법과 교육기본법에서 보장하는 학교 교육 체계를 뒤흔드는 격이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에 초등교사노조뿐 아니라 교사노동조합연맹 내 26개 모든 가맹노조가 유아학교연대와 함께 뜻을 모아 지속적으로 현장에서 우려되는 문제를 제기해 왔다. 그러나 연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조직법 대안 법안이 2023년 11월 23일 행안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저출생으로 인한 국가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책임으로 질 높은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수행해야 하는 바, 유보통합은 국가가 소요 예산을 책임지는 가운데, 교육과 보육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계획도 부재한 상황에서 부처일원화가 교육 및 보육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부처 일원화를 먼저 진행하면, 과거 이명박 및 박근혜 정부 시절 누리과정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대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지난 11월 18일 정부조직법 개정 중단 반대 집회에 참가한 모습. 초등교사들도 유보통합과 관련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백승아
지난 11월 18일 정부조직법 개정 중단 반대 집회에 참가한 모습. 초등교사들도 유보통합과 관련한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백승아

현재 교육부 예산 감소로 각 교육청 예산이 삭감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늘봄확대 시행, 유보통합, 고교학점제 등 교육청이 감당 해야 하는 사업은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보건복지부가 담당했던 보육을 교육부가 담당하도록 하면서도 유보통합을 위한 예산 마련등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보니 교육부와 교육청의 부담과 걱정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기존 보육·유아교육 예산(’22년 기준, 15조 원) 등은 이관·유지하되, 추가 소요 예산은 지방교육재정에서 부담하는 방향으로 설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과거 정부가 교육예산과 국공립어린이집 예산을 대거 감축 편성했던 전례로 볼 때, 법제화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보건복지부의 보육예산 10.9조 원이 교육부로 이관되더라도 언제든지 예산을 감축 편성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보육업무에 사용되어 온 교육재정 중 지자체 이전 수입,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 편성해 온 예산 등도 유보통합 예산으로 안정적인 확보가 가능할지 역시 불투명하다. 이렇게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는 유보통합은 결국 유초중등교육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매우 크다. 

이뿐 아니라 교원양성체제가 전혀 다른 보육교사와 유아교육법 및 초중등교육법에 있는 교원자격을 이해하지 못하고, 특별양성체제를 통해 보육교사에게 유치원 교사 혹은 유아특수교사 자격증을 주겠다는 발상은 대한민국의 공교육의 질을 무너뜨리고, 학교교육체제를 붕괴시키는 일이다.

이에 우리 초등교사들도 유보통합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있다.

앞서 9월 19일, 정부청사 앞에서 유보통합추진위원회 파행운영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을 시작으로 10월 31일, 유보통합 특별양성체제에 반대하는 특수교사노조의 기자회견에도 연대하여 장애영유아보육교사의 유아특수교사로의 자격전환을 반대했다. 11월15일, 유아학교연대에 교사노조연맹이 들어감에 따라 초등교사노조도 본격적으로 함께 대응을 시작, 지난 11월 18일 정부조직법 개정중단촉구 집회 참여, 정부조직법 중단을 위해 관련 의원들에게 자료발송, 전화통화, 면담등을 통해 유보통합 및 정부조직법에 대한 초등교사들의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

앞으로도 유보통합으로 인한 초등교육의 연쇄적 훼손을 막기위해 첫째, 기존 보육업무에 사용되어 온 예산은 보육 업무 이관 이후에도 유보통합 예산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법제화할 것, 둘째, 유보통합으로 인한 초등교육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법적 기틀 마련할 것, 셋째, 안정적인 교육활동을 위해 초등 인력과 재정 확대할 것, 넷째, 초중등교육법 및 유아교육법에 명시된 교원양성체제를 무너뜨리지 않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다.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유보통합이 계속 진행된다면 보육과 유·초·중·등교육의 질이 모두 낮아지고 보육과 유·초·중등교육 모두 공멸할 것이다. 유보통합의 목적이 모든 영유아에게 차별 없는 질 높은 교육 및 보육을 제공하는 것이니만큼, 졸속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예산 및 인력을 확보하고 교원단체와 합의하는 등 진정성 있는 행보를 기대한다.

*베이비뉴스는 유보통합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서 고민하는 각계 관계자들의 활발한 토론을 기대합니다. 유보통합 추진 방향에 대해 기고를 원하는 분들은 이메일(pr@ibabynews.com)로 기고문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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