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가 있는 7살 터울 동생을 돌보는 가족돌봄아동입니다"
"나는 장애가 있는 7살 터울 동생을 돌보는 가족돌봄아동입니다"
  • 기고=성주
  • 승인 2024.01.15 08: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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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14. 가족돌봄아동 성주(가명)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가족돌봄아동 성주(가명)가 가족을 돌보고 있다. ⓒ초록우산
가족돌봄아동 성주(가명)가 가족을 돌보고 있다. ⓒ초록우산

나는 가족돌봄아동이다. 보통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보호자를 돌보는 아동을 가족돌봄아동이라고 하지만, 나는 동생을 돌보고 있다. 나와 7살 터울인 동생은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몸으로 태어났다. 사랑하는 동생과 오랜 시간 함께 하기 위해서는 온 가족이 힘을 합쳐 돌봐야 했고, 동생 중심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출근해 일하시고, 어머니는 밤새 동생을 돌봐야 해 집안일은 하교 후 내가 하는 일이 많았다. 동생을 돌보면서 청소나 빨래를 하고, 다니고 싶은 학원은커녕 학교 숙제할 시간도 없이 지냈다. 주말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만큼 내가 동생을 돌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동생 돌봄 위주로 돌아가는 하루하루가 내게는 당연했다. 사람마다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듯, 가족돌봄 일상이 우리 가족의 삶이라 생각했다.

그러던 내가 ‘나’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있다. 초록우산이 운영하는 복지관, 드림스타트, 학교 교육복지실을 찾으면서부터다. 복지시설 선생님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찾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평소 해보고 싶던 다양한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아동복지시설에서만큼은 나에 대해 고민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아동복지시설과 선생님들의 따뜻한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돌봄의 일상에 매몰되지 않고 나의 성장을 꿈꿀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동복지시설을 더 잘 갖추는 것이 가족돌봄아동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족돌봄아동이라 불리는 아이들이 각각 처한 상황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부모 대신 가장 역할을 해야 하거나, 나처럼 몸이 심하게 아픈 다른 가족이 있어 아동까지 돌봄에 나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각 가정환경에 필요한 지원이 필요하며,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은 아동의 이야기를 세심하게 들어주는 아동복지시설이다. 아동복지시설은 아동이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면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초록우산과 드림스타트 등을 통해 짧게나마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장래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가족돌봄아동에게는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보호자 역할을 하는 아이들은 돌봄 생활에 치여 매일 쳇바퀴 돌 듯 빠듯하게 하루를 산다. 나를 위해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아픈 가족 생각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동이 자기 의지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거나 공간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결국, 아이들이 돌봄이란 짐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줘야 한다. 아동 곁에서 경제적, 정서적 지지뿐 아니라 시공간의 여유까지 주는 아동복지시설의 역할을 더 강화한다면 많은 가족돌봄아동이 가족을 애정으로 돌보면서 스스로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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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ou**** 2024-03-14 17:30:39
가족돌봄 상황에 있는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네요... 비록 가족을 돌보며 살아가야하지만 가족돌봄 아이들과 가정을 도와주는 아동복지 시설, 그리고 서비스들이 보편화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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