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조사로 발견한 가족돌봄, 사회적 연계 강화하자"
"아동학대 조사로 발견한 가족돌봄, 사회적 연계 강화하자"
  • 기고=정종훈
  • 승인 2024.03.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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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24.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정종훈 과장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족돌봄아동·청소년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원 필요성을 공론화하기 위해 '돌봄의 시간에 붙잡힌 아이들'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고령, 장애, 질병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가족을 보살피는 아동·청소년은 성장을 위한 '나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가족을 돌보면서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제도적인 지원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사회적 인식과 공감이 필요합니다. 매주 월요일 이에 관한 아이들과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초록우산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정종훈 과장. ⓒ초록우산
초록우산 전남아동보호전문기관 정종훈 과장. ⓒ초록우산

필자는 아동학대 현장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가족을 돌보며 사는 ‘가족돌봄아동’들을 발견하곤 했다. 사회적 인식이 낮아 이 아동들을 찾아내기도 어렵지만, 어렵게 상황을 알게 되더라도 실제 지원은 아동의 돌봄노동, 가사노동 이외의 다른 이유가 있어야만 할 수 있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어지기까지 많은 난관이 존재한다.

편모 가정에서 아픈 동생을 돌보며 살던 중학생 희망(가명)이는 아동학대 신고를 통해 만난 아동이다. 초등학생이던 희망이는 어머니가 아이 치료비를 벌기 위해 타지에서 일하는 동안 홀로 동생을 보살피며 생활하고 있었다. 현장조사를 통해 방임으로 판정됐고, 일정 정도의 생활 지원이 이뤄질 수 있었다. 그러나 가족돌봄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아동학대뿐 아니라 아동의 가족돌봄에도 초점을 맞춰 다가갈 수 있었더라면 좀 더 세심하게 지원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아동학대 대응체계라는 공식적인 사회안전망이 있다. 이 체계 안에서 아동과 자주 접촉하는 여러 기관이 ‘가족돌봄 문제가 있는지’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핀다면 발굴과 지원의 실효성을 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족돌봄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문기관을 신설하거나 가족돌봄아동 가까이에 있는 읍·면·동사무소가 적극적인 역할을 독려하는 체계를 마련해 현재의 유기적 체계를 한층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이에 더해 전남의 ‘남도아이지킴이단’ 등 지역 주도 공동체에 가족돌봄아동 발굴과 지원 연계 역할을 부여하는 것 역시 고려해볼 만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가족돌봄아동을 정의하고 여러 상황을 포괄할 수 있는 법률이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이들의 교육권 보장, 경제적 지원 등 구체적 실행방안이 담긴 지방자치단체별 조례를 만들어 지원의 근거로 삼고, 나아가 가족돌봄아동 당사자 스스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하겠다.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 가정에서 분리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 가족돌봄은 가족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사회적 압력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앞서 여러 제안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열쇠는 국민들의 이해와 공감이라고 본다. 가족돌봄아동이 겪는 어려움과 지원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 이런 아이들을 주변에서 찾아보자는 공감이 관련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가족을 돌보며 지내는 아이들도 보다 쉽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가족돌봄아동을 찾고, 지원하는 데 동참해 주시길 바라면서 필자도 현장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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