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남과 여 그리고 여행
부부로서의 첫 여행, "허니문"은 설렌다. 하지만 행복을 기대하며 떠난 신혼여행부터 두 남녀는 알게 된다. "우리 좀 다르네"란 사실을 말이다. 특히 처음 가 본 해외는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에 더욱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아주 사소한 것들부터 남과 여는 분명 차이가 있다. 최근 들어 유니섹스를 강조하다보니 서로의 역할들이 공존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남녀가 다름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처음 서로에 대해 잘 모를 때의 여행이기에 행복하기만 할 수 있지만, 더욱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두 남녀가 처음으로 24시간을 적어도 3일 이상 붙어 다니는 건, 부부가 되고서도 쉽게 찾아오는 기회가 아니다. 그것도 단 둘이 해외에서 말이다. 평소에는 직장 다니랴, 모임에 참석하랴, 또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와 함께이기 때문에 단 둘이서 꽤 긴 시간 한시도 빠짐없이 붙어있는 시간은 그리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신혼여행은 행복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남녀라도 24시간 붙어있다 보면 서로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먼저 보통 남자가 이런 경우가 많은데, '모든 것을 내게 맡겨'라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부부생활은 서로 도와가면서 행복해가는 것이고, 그건 신혼여행 특히 해외여행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마치 내가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해외에서 큰 코 다치기 일쑤다. 나 역시 이탈리아 여행 중에 열차티켓을 함께 체크했어야 하는데, "내가 봤으니 신경 쓰지 마"라고 해 열차도 놓치고 돈도 더 낸 아픈 기억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여유를 갖고, 또 여유를 선물하라'는 것이다. 남자는 외출할 때나 또는 무엇을 할 때 크게 신경 쓸 게 많지 않다보니 시간이 짧게 걸릴 수 있다. 세수하고 스킨로션 바르고 옷 입으면 끝이다. 하지만 여자는 일반적으로 여행에서 근사한 추억을 남기기 위해 옷도 신경 써야 하고, 또 화장도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항상 정해진 시간에 모든 걸 맞출 순 없다. 근데 간혹 신혼여행에서 이런 여유가 없다보면 이런 시간적 차이에서 서로의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너무 예의를 차리는 경우가 많은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 남자의 입장에서 사랑하는 여자가 다소 실수를 하더라도 그건 전혀 흠이 되지 않다.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여행에서 문제가 되는 것 중에 '화장실' 문제가 있다. 24시간을 붙어있고, 또 생소한 음식을 먹다보니 화장실 문제가 꼭 한번 정도 생길 수 있다. 가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다보면 신혼여행지에서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신랑(또는 신부)한테 창피해서 말하지 못하다가 큰일이 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예의를 너무 차리다보면 그럴 수 있다. 여행지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버스를 오래 탄다거나 화장실 시설이 잘되 있지 않은 곳이 있으니 예의 차리지 말고 필요할 땐 이야기하고 가면 된다. 그 외에도 예의 차리다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제 평생 함께 살 사람에게 자신의 약점을 조금씩 보여주는 것도 나쁠 건 없다. 특히 해외여행 중이라면 더욱 서로에게 솔직하기에 좋지 않을까.
신혼여행을 떠나면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자기 자신에게 좋은 추억도 좋지만 함께 하기에 더욱 행복한 추억을 누구나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해 볼 건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지자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행복해야 또 상대방도 배려할 수 있다. 자신이 자유롭다면 보다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에게 숨기기보다 서로 좀 더 솔직한 모습을 신혼여행 때 보여준다면 그들이 남긴 추억은 행복으로 가득 찰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칼럼니스트 김영은 과거 항공사와 여행사, 관광청들이 보는 여행 관련 전문지 취재부 팀장을 지냈으며, 현재 전문유학 및 어학연수 업체인 유학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다. 여행 전문지에서 경험한 세계 곳곳의 여행지, 그리고 현업에 있으면서 경험한 세계의 이야기를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uhakcompany)를 통해 더욱 많은 칼럼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