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의욕 꺾는 부모의 행동들
아이의 의욕 꺾는 부모의 행동들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08.22 09: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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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교수 “부모는 해결사 아닌 지지자”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요즘 아이들은 최신 휴대폰을 가지고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부족한 것 없이 다 해주다 보니 원하는 것은 뭐든 가져야 한다는 믿음과 기대를 갖게 되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필요한 것은 뭐든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노력도 달리하지 않고 당연히 꿈이 무엇인지,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 아이가 매사에 관심없고 의욕을 보이지 않게 되면 이때부터 부모의 고민이 시작된다.

 

하지만 아이의 의욕을 꺾는 것은 바로 부모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일부 부모들은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아이가 용기와 경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수와 위험마저 경험하지 못하게 하고, 지나치게 잘 짜인 스케줄에 따라 아이가 움직이게끔 만들어 아이가 스스로 뭔가 계획하고 실천하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

 

부모들은 낯선 사람이 아이를 유괴하지 않을지, 울퉁불퉁한 길에서 넘어지지 않을지, 나쁜 친구가 때리지는 않을지, 차 사고가 나지 않을지 끊임없이 걱정한다. 위험을 걱정한 나머지 매일 차로 아이를 등하교까지 시킨다. 하지만 아이를 보호하겠다는 부모들의 이런 노력은 오히려 아이가 자율성과 유능감을 얻을 좋은 기회를 빼앗고 만다.

 

21일 오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신관 10층에서 만난 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무기력한 아이들, 원하는 것이 딱히 없는 아이에게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신간 '공부의욕:공부가 하고 싶다'(김영훈 저, 베가북스, 2013)의 저자이기도 한 김 교수는 "부모는 아이에게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무언가를 얻으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아이는 의욕을 갖고 노력하며 문제해결력을 키워 뭔가를 이루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부모는 아이에게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무언가를 얻으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영유아 시기부터 도파민 생성된다

 

김 교수는 "아이들이 의욕을 잃어버리는 것은 성공의 길, 꿈을 이루는 방법이 단 하나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두렵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하려 들지 않는다"며 "좋고 싫음에 대한 표현을 하지 않고 지시를 해야 행동하며 공부, 놀이, 주변 환경에 대해 호기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도파민'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도파민은 동기를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로 도파민이 증가하면 보상을 받으려는 동기도 강해진다. 아이에게 도파민이 증가하면 탐구력이 높아지고 지칠 줄 모르며 열정적으로 하나의 일에 몰두하는 경향이 있다. 3~4살 시기에 아이가 밤이 깊도록 그림책을 수십 번이고 읽어달라고 엄마, 아빠를 조르는 것도 바로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또한 도파민은 주의력을 높이고 호기심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며, 자신감을 북돋아 주고 낙천적으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아울러 학습능력을 증대시키고 특정 목표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욕도 불러일으킨다. 반면 도파민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잠을 많이 자도 일어나기 힘들고 좋아하던 일에 갑자기 흥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특히 도파민 부족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틱,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 아이가 직접 해낼 수 있도록 기회를

 

그렇다면 아이의 뇌에서 도파민이 넉넉히 분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파민은 자기 수준의 것보다 약간 높은 단계의 성취를 달성할 때 많이 분비되고, 스스로 성취한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 여기에 부모의 격려까지 더해진다면 아이는 기분 좋은 경험을 다시 하려고 반복할 것이다. 이것을 소위 '도파민 학습법'이라고 한다.

 

"레고를 갖고 놀 때 성은 아이가 만들고 성벽은 부모가 다 만들어주고, 그림책도 중요한 것만 아이에게 읽어줘서 최대한 많이 보여주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오히려 아이가 성취감을 느끼는데 방해가 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뇌가 기쁨을 느끼기 위해선 '강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을 하든 '스스로 선택했다'는 감각이 도파민 학습에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모르는 일에 열심히 부딪혀보고 어려움 끝에 목표를 달성했을 때 도파민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내가 이런 일도 할 수 있다니"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의외성이 강하면 강할수록 기쁨도 커지게 된다. 이러한 자기주도성은 영유아 때부터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김영훈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부모는 빨리 또는 대신해주고 싶은 욕구를 참고 가만히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즉 아이의 '해결사'가 아닌 '지지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부모는 해결사 아닌 지지자

 

그밖에도 부모가 아이를 믿고 지켜볼 때 아이에게는 '의욕'과 '유능감'이 생기게 된다. 서툴더라도 혼자서 신발을 신을 때,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을 때 유능감에 대한 욕구를 채워진다. 아이가 갑자기 모든 일을 척척 해내는 경우는 없다. 작더라도 성공 경험을 차근차근 쌓아야 유능감은 커진다. 

 

유능감이란 자신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이라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는 느낌이다. 처음 하는 일이라도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는 유능감에 대한 욕구가 채워지면 ‘해보자’, ‘잘 될 거야',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의욕을 갖고 다양한 일에 도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체험하는 것이 유능감이다. 유능감이 쌓일수록 아이의 마음속에 자신감이 자란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참을성이다. 빨리 또는 대신해주고 싶은 욕구를 참고 가만히 아이를 지켜봐야 한다. 즉 아이의 '해결사'가 아닌 '지지자'가 돼야 한다는 것.

 

부모가 해결사 타입이라면 내 아이가 다른 집 아이보다 빨리 걷고, 빨리 말문이 트이고, 더 높은 성적을 받길 원한다. 그래서 24개월부터 교사를 붙여 한글교육을 시키고 아이의 방학숙제도 대신 해준다. 그러나 지지자 부모는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도록 곁에서 지켜보며 도와준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아이들은 부모의 해결방식이 제 뜻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의사소통의 문을 닫아버리지만, 부모의 지지와 조언을 받고 자라온 아이들은 계속에서 부모에게 조언을 구하고 타협점을 찾는다. 

 

아이를 지지하는 부모가 되기 위한 방법으로, 김 교수는 "설교하지 말고 아이들이 먼저 질문하기를 기다리고, 죄책감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지 말아야 한다. 또 부모가 먼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고 아이와 함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부모가 전적으로 아이를 믿고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영유아 시기에 모든 영역(시각, 말, 정서, 논리수학, 사회적 애착 및 기술, 운동, 또래와의 사회적 기술)의 발달이 적기에 이뤄지지 못하면 아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24개월 이전 아이에겐 스킨십을 통해 정서 발달을 도와야 하는데 학습을 시킨다고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면서 "부모가 아이의 공부에 관여할 수 있는 초등학교 시기에 아이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싶다면 영유아 시기에 미리 밑바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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