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진 제대혈, 정말 필요한거 맞나?
유행처럼 번진 제대혈, 정말 필요한거 맞나?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3.10.2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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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혈 활용도 매우 떨어져" MBC '불만제로'서 방송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부모들이 가족 제대혈에 가입하는 이유는 아기가 살아가면서 걸릴지도 모르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불만제로 조사 결과, 오히려 제대혈 이식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다. ⓒMBC 불만제로 UP
부모들이 가족 제대혈에 가입하는 이유는 아기가 살아가면서 걸릴지도 모르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불만제로 조사 결과, 오히려 제대혈 이식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다. ⓒMBC 불만제로 UP

 

혹시 모를 아기의 희귀병을 치료하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가입하는 가족(자가) 제대혈 보관자가 유행처럼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가족 제대혈을 본인이나 가족이 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오후 MBC '불만제로 UP' 48회에서는 많은 부모들이 아기의 미래를 위해 선뜻 가입하는 가족 제대혈에 대한 진실을 다뤘다.

 

엄마와 아기를 연결해주던 탯줄과 태반에서 체취한 피가 바로 제대혈이다. 이 혈액 속에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만들어주는 조혈모세포와 연골, 뼈, 근육을 만드는 간엽줄기세포가 들어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7년 전부터 난치병 치료를 위해 제대혈을 사용하고 있다. 제대혈은 가족제대혈과 기증제대혈로 구분되는데 기증제대혈은 보관대상과 상태가 법으로 엄격히 규정돼 있다.

 

그에 반해 가족 제대혈은 지침은 있지만 법적인 구속력은 없다. 그러다 보니 제대혈 업체별로 과장광고가 성행하고 있었다. 방송에 나온 한 업체의 경우 제대혈이 아기는 물론 어른의 백혈병뿐만 아니라 유방암, 폐암, 난소암, 생식기암 등에 사용된다고 말했다.

 

업체의 만행은 과장광고에서 그치지 않았다. 소속 상담사가 병원에 상주하며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에게 제대혈을 권유하기도 했다. "분만실에서 진통 한참하고 있는데 지금 선택 안하면 기회가 없다고 말했어요. 급박한 상황에서 결정하게 된 건 있어요." 실제 진통 중 상담사로부터 제대혈 상품 안내를 받은 한보배 씨의 증언이다.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제대혈 상담사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의료인이 입는 가운을 입고 보호자들한테 설명하는 경우에는 사실 전문가인 척하면서 환자를 유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도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가 일자 해당 업체는 일부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면허를 가진 상담사들의 문제를 파악했고 재교육을 실시하겠다고 알려왔다.

 

가족 제대혈의 비용은 평균 130~150만 원대. 만약 제대혈을 평생 보관하겠다고 하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방송에 등장한 한 업체는 소비자에게 350만 원짜리 평생형 상품을 권하기도 했다.

 

특이한 점은 같은 제대혈 상품일지라도 산부인과와 박람회에서 가입할 때 가격이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60만 원까지 차이가 났다. 그 이유는 바로 산부인과에 일정부분 줘야 하는 리베이트가 있기 때문. 그로 인한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처럼 가족 제대혈은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부모들이 가족 제대혈에 가입하는 이유는 아기가 살아가면서 걸릴지도 모르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불만제로 조사 결과, 오히려 제대혈 이식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다.

 

제대혈 이식 사례자 A 씨는 백혈병에 걸린 딸에게 제대혈을 이식했다. 딸의 병세는 잠시 호전된 듯 싶었으나 1년 6개월 정도 지난 후 백혈병이 다시 재발했다. 

 

재생불량성빈혈을 앓았던 아내에게 제대혈을 이식한 B 씨. 당시 생소한 치료방법이었지만 위험하지 않다는 말을 믿고 제대혈 이식을 결심하게 됐다고. 특히 상담사는 성인 골수가 아니라 아기 탯줄이라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내는 제대혈 이식을 받은 후 사망했다.

 

이번 불만제로 방송에서 이영호 한양대학교병원 외과대학 교수는 "가족 제대혈을 이용해서 백혈병이나 난치성 혈액질환을 이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확률로 본다면 국내 데이터를 본다면 전체 제대혈 이식에 약 1~2%정도가 가족 제대혈을 이용해서 백혈병 치료에 조혈모 세포 이식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자가 제대혈을 가지고 백혈병이나 난치성 소아암을 치료하는 조혈모세포 이식 영역의 활용도는 0.1%이하"라고 말했다.

 

신수 서울대학교 검사의학과 교수는 "백혈병이나 림프종(임파선암)의 경우에서는 환자 자신의 제대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식에 적합한가, 안전성은 확보되었는가. 이런 것 때문에 가족 제대혈이 안 쓰이는 거고요"라고 말했다.

 

오일환 가톨릭대학교 외과대학 주임교수는 "자신의 제대혈이 자신에게 맞는 경우는 대단히 적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세포가 몸에 들어왔을 때 면역작용이 일어나서 그 면역작용 덕분에 몸 안에 있던 백혈병 세포가 제거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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