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월 우리 아이가 첫눈 맞던 날
[연재] 사진가 양희석의 육아픽
놀자가 태어난 지 15개월쯤 된 어느 날. 집주변은 온통 눈으로 뒤덥혔고, 난 뭔 생각이 들었는지 놀자를 완전무장 시킨 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놀자 엄마의 '추운데 감기들면 어떡해'라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불만을 뒤로 하고 말이다.
난생 처음 눈을 본 놀자는 신기한 듯 눈 밭을 뛰어 다녔고, 그 모습에 데리고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한 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심지어는 눈밭에 아이를 눕히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언젠가부터 눈은 귀찮은 존재로 변해버렸다. 도로는 얼고, 교통은 막히고, 내린뒤의 지저분한 뒤끝 등등. 눈 내릴때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눈을 기다리던 어릴적의 마음은 사라진지 오래인 그런 나이든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 나이든 남자가 놀자가 신기한듯 재밌는 모습에 오랜만에 눈밭에서 재미있게 놀았다.
놀자야 내리는 눈의 또다른 재미를 알게 해줘서 너무 고마워.
*사진가 양희석은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서른 즈음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이 사진임을 깨닫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 사진기자로도 일했으나 2006년부터 프리랜서로 밥벌이와 사진 작업을 하며 살아오고 있다. 2009년 '놀자'가 태어나자 하는 일에 '육아'가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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