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최근 물티슈 업계에는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이 형성돼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태의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무려 144명을 죽게 만든 가습기살균제 유해성분이 영유아용 물티슈에도 들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소비 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됐기 때문이다.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물티슈 업계에 파장을 몰고 온 계기는 바로 지난해 국정감사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1월 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국가기술표준원에 의뢰해 시판 중인 물티슈 제품 32개를 조사한 결과, 23개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화학물질 4종(PGH, PHMG, CMIT, MIT)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화학물질은 유독물질로 지정돼 가습기살균제에는 사용이 이미 금지됐다. 하지만 코로 들이마시지 않고 아이 피부에 닿았을 때 유해성 여부에 대해선 아직 입증된 바가 없어 물티슈에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안전 기준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소비자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한 상황이다. 게다가 물티슈는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어 철저한 검사와 감독이 불가능한 품목이기도 하다.
◇ 물티슈 23개, 가습기살균제 유해성분 함유
이 의원은 객관성과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 지식쇼핑 지식랭킹 기준(지난해 8월 21일) 상위 32개 물티슈 제품을 선정해 국가기관인 '기술표준원'에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 함유 여부를 확인토록 요청했다. 이후 기술표준원은 이 의원이 요청한 제품 외에도 각 업체가 만든 유사 물티슈 106개에 대한 화학물질 조사결과를 전해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106개 물티슈 제품 중 23개 제품에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이 함유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5개 제품에는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이 함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관별 관리체계의 혼선이나 아직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이유로 나머지 78개 제품에는 해당 화학물질 함유 여부가 불분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언론 보도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한결같은 반응은 "제품명을 공개해 달라"는 것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로부터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가습기살균제 유해성분이 함유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리스트를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종훈 의원은 제품 명단 공개에는 난색을 표했다. 당시 이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성분의 함유 여부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예컨대, 앞서의 78개 제품) 기술표준원의 정보에 따른 23개 제품만 유해하다고 결코 한정할 수 없다"며 "이들 물질이 '호흡독성 외에 어느 정도의 피부독성을 갖고 있는지',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그 기준치와 함량은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아직 어떤 과학적이고 공식적인 해답이 나온 후 제품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도 제품명 공개는 공식적으로 검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순간 2600억 원 규모의 물티슈 시장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명단 공개까지는 시간이 걸릴 예정으로, 그 이전에 해당 성분을 포함해 제품을 생산해온 업계 측이 자발적인 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 관련 업체들 "물티슈에 문제없다" 해명에 ‘진땀'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 물티슈 함유 논란은 해를 넘겨서도 계속되고 있고, 특히 엄마들이 자주 찾는 육아카페 등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 포함 물티슈 리스트가 나돌아 다니고 있다. 이는 엄마들이 각종 언론보도를 분석해 직접 만든 리스트다. 이렇게 사태가 확산되자 물티슈 업체들은 하나둘씩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선언을 하기 시작했다.
'순한아기 물티슈'를 판매하고 있는 ㈜모나리자와 ▲'큐티 아토케어 물티슈'를 판매하고 있는 쌍용C&B, '보솜이', '베비오닉' 등의 물티슈를 생산하는 깨끗한나라, '토디앙' 물티슈를 판매하는 LG생활건강 등은 "국가기술표준원의 '물티슈 안전기준'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안심하고 사용해도 된다"며 자사 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공식입장을 내놨다.
특히 유한킴벌리는 자사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아기물티슈가 국내에선 공산품으로 분류돼 있지만 선진 시장에선 아기물티슈를 화장품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며 "국내는 물론 미국, EU, 일본 등 주요 국가의 아기물티슈 안전기준까지 부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한울생약, 미래생활, 러비앙, 아이에이커머스 등의 업체들이 입장발표를 통해 ‘자사의 물티슈에는 가습기살균제의 유독물질이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물티슈 업체들은 해명과 동시에, 물티슈 유해물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정부 측에 요구사항을 내놓기도 했다. 한 물티슈 판매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물티슈 유해물질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것이 업체도 소비자에게 안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할 수 것"이라고 말했다.
◇ 국립환경연구원,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 독성 연구 진행키로
가습기살균제 유해물질 물티슈 함유 논란은 앞으로 일년 안에 어떻게든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원장 김삼권)이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유해 화학물질 4종(PHMG, PGH, CMIT, MIT) 등이 인체에 끼치는 위해성에 대해 오는 3월부터 조사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생활용품에 함유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피부에 어느 정도 자극을 주는 지, 생식이나 유전 독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살피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2015년 상반기쯤 돼야 연구 결과가 정리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2014년도 환경부 예산안에 가습기살균제 화학물질의 유해성 평가 비용이 추가 반영되도록 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국립환경과학원이 GLP기관, 대학연구소와 업체 선정 등 세부적인 조율을 마친 후, 오는 3월께 관련 연구·평가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어린이 전용 제품들에 대한 유해성 평가가 진행될 수 있도록 '환경보건법' 개정안도 지난해 12월 10일자로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