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주인이 있는줄 몰랐네요
엘리베이터에 주인이 있는줄 몰랐네요
  • 기고 = 최유미
  • 승인 2014.05.31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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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육아맘 울리는 환승역 고장난 엘리베이터 역사 직원들, 소관 아니라고 육아맘들에게 '핀잔'

[특별기획]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안녕하세요. 저는 성남에 살고 있는 33살의 평범한 육아맘이예요. 두 딸을 키우며 매일매일 지지고볶고 있지요. 성격상 외출하기를 좋아하고 활발한 성격이라,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거 먹고, 수다 떨고…. 그런 모임들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힘든 육아 중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고요.

 

첫째는 워낙 작게 태어나고 가벼운 아이였지만 까탈스러운 성격에 유모차를 타지 않아 외출할땐 항상 아기띠를 하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을 했었어요. 아기띠로 이동을 하니 제가 살고 있는 성남에서 서울이나 인천을 오갈때도 불편함을 크게 못느꼈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둘째가 태어났어요. 그런데 왠일. 둘째는 정말 순둥이더라고요. 게다가 언니에 비해 통통한 아가고요. 유모차를 타도 잘자는 천사. 나도 이제 드디어 아기띠 졸업하고 외출할때 유모차를 끌고 나갈 수 있겠구나! 나도 이제 아기띠로 애 업고 밥먹기 않아도 되고, 유모차에 눕혀놓고 우아하게 식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마구마구 들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2월 말, 처음으로 유모차를 끌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성남(분당-서현역)에서 강남역으로 유모차를 끌고 이동. (이때가 우리 둘째 5개월쯤) 분당선에서 2호선 강남으로 가는 길은 순조로웠어요. 처음 치고는 엘리베이터도 바로바로 잘 찾고 울 순둥이는 유모차에서 잘자니, 저는 친구들과 수다떨며 맛있는 밥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 강남역에서 2호선을 타고 환승하려고 선릉역에서 내렸어요. 그런데 강남역에서 분당선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고장. 연락처도 없고, 언제까지 고쳐진다는 말고 없고, 어떻게 이동하라는 안내문고 없고. 그냥 "고장"이라는 말뿐. 저 말고도 할머니 몇분이 당황하시면서 기다리고 계시더라고요. 잠시후 할머니들께서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가신다고 자리를 떠나셨지만, 사진에 보이는 것과 같이 제 유모차는 디럭스…, 엄청 무거운 디럭스….

 

고장난 지하철역사의 엘리베이터. 유모차를 끄는 육아맘에겐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디럭스 유모차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누구간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유미
고장난 지하철역사의 엘리베이터. 유모차를 끄는 육아맘에겐 정말 난감할 따름이다. 디럭스 유모차를 끌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은 누구간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유미

 

어떻게 해야 하나 잠시 고민을 하고, 휴대폰을 꺼내 역사 번호를 검색해서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는 2호선 역사로 연결이 되었어요. 직원에게 "지금 2호선에서 분당선으로 갈아타야 하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이네요. 어떻게 이동해야 하나요?"라고 물었더니, 그 엘리베이터는 자기들 소관이 아니라고 하네요.

 

"네? 그럼 이 엘리베이터는 누구 소관이예요?"

 

"분당선 소관이예요. 분당선 연결해 드릴께요."

 

그리고는 전화연결은 되지 않고 끊겼어요. 5분이 지나도록 관계자는 아무도 오지 않았고, 전 다시 검색을 했어요. 똑같은 말을 반복하고 "전 지금 엘리베이터가 누구 소관인지 궁금하지 않구요. 어떻게 해야 할지 해결을 해주세요."라고 하고 전화를 끊고나니 몇 분 지나 연세가 있으니 직원분이 오셨더라고요.

 

사실 단순히 생각하면 엘리베이터 고장이 그렇게 화낼 일도 아닌데, 직원의 대응에 정말 나더라고요. 직원분이 오셔서 제가 또 한소리 했더니, 자기네들도 2호선에서 관리하는 엘리베이터가 아닌데 욕먹고 있어서 억울하다고 하시네요.

 

참 기가 찹니다. 환승역에 있는 엘리베이터는 주인이 따로 있다는 걸 전 이날 처음 알았네요. 선릉역의 분당선이 관리하는 엘리베이터인데 제가 주인을 잘 모르고 2호선 선릉역에 전화해서 따졌으니 제가 잘못했네요. 이게 우리나라 대중교통의 현실이라는 사실에 참 씁쓸하더라고요. 왜 유모차를 타고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어려운지 아이를 낳고 3년 만에 알게 되었어요.

 

지금도 지하철을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해야할땐 유모차를 갖고 외출해요. 대신 일반적으로 걸리는 시간의 1.5배에서 2배정도의 시간을 계산하고 출발하고 있어요. 이유는 간단해요. 환승역에 엘리베이터 연결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아무리 엘리베이터 설치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환승역에서 바로 연결되는 경우는 별로 없더라고요. 환승역에서 내리면 개찰구 밖으로 나와서 반대편으로 이동하고 다시 개찰구로 들어가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네요.

 

그 사실을 알고 이동하니 이렇게 불편하게 환승하는게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화낼일도 없지만, 유모차를 끌고 첫 지하철 여행기는 순탄하지 않았답니다.

 

서울시장님. 아이 많이 낳게 해주시겠다면서요. 눈에 보이는 돈 몇푼을 손에 쥐어주시는게 답이 아니랍니다. 육아 하는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세요. 유모차를 갖고 지하철을 타는게 큰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일로 만들어 주세요. 오늘도 저는 유모차를 끌고 서울에 나가려고 지하철 역사 번호를 메모하네요.

 

[공모 안내] '우리 동네 좀 고쳐주세요 - 가고 싶은 유모차, 갈 수 없는 우리 동네' 기사 공모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응모할 수 있습니다. 평소 동네에서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느꼈던 불편했던 점을 생생히 적어 사진과 함께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심사를 거쳐 채택된 원고에는 소정의 원고료가 지급됩니다. 매월 우수 원고를 선정해 유아용품 전문기업 아벤트코리아(www.greaten.co.kr)에서 150만원 상당의 최신 유모차(깜 플루이도)도 선물로 드립니다. 원고 보내실 곳 ibabynews@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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