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기억나는 초보부모와의 첫 만남
아직도 기억나는 초보부모와의 첫 만남
  • 기고 = 박주현
  • 승인 2014.08.25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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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이와 함께 등원하기 시작한 후 놀라운 변화

[한국보육진흥원-베이비뉴스 공동기획] 좋은 부모, 배우는 부모

 

부모는 아이들의 거울이다.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주길 바란다면, 부모부터 바뀌어야 한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좋은 부모가 되려고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베이비뉴스는 보육정책 집행기관인 한국보육진흥원과 함께 ‘좋은 부모, 배우는 부모’ 공동기획을 시작한다. 부모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보고,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게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국내외 석학 및 보육정책 전문가, 부모교육 전문가, 현장의 어린이집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특별기고] 박주현 123어린이집 보육교사

 

며칠 전 신기하게도 졸업생 학부모님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머 선생님, 제가 전화기를 잘 못 눌러서 전화가 갔나 봐요. 호호호 그런데 선생님 잘 계시죠? 우리 아이가 많이 보고 싶어 해요. 선생님 딸도 초등학교 갔죠? 저 집사서 이사 갔어요. 그리고 가게도 하나 더 오픈해서 지금 두 개하고 있어요. 선생님 뵈러 가야 하는데…. 전화도 못 드리고 이렇게 전화 걸린 걸 보니까 정말 뵈러 가야겠어요. 원장님께서도 안녕하시죠? 안부 전해 주세요. 선생님 언제 퇴근하세요? 오후 5시 이후에 한번 찾아갈게요. 보고 싶어요. 선생님.”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느라 정신없었던 통화였지만 잘 못 걸린 전화였는데도 그 유쾌한 목소리가 어쩜 그렇게 반갑고 즐거운지, 자연스럽게 그 아이와 엄마를 만났을 때가 기억났습니다.

 

당시 토요일 오전 ‘따르릉’ 전화벨 너머로 20대 초반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금 당장 입학상담을 오겠다고 하신 그분은 정말 바로 찾아왔습니다. 엄마와 아이에게는 담배 냄새가 나고 남자 아인지 여자 아인지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아이 보는 것이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어린이집에서는 뭘 해주나요?” 조금은 황당한 질문을 한 그분은 어린이집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상담을 하고는 집에 가서 생각해보고 입학에 대한 의사는 다음에 이야기하겠다며 어린이집을 나가셨습니다.

 

그때 받은 느낌은 아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엄마였고 그래서 안타까움이 들었지만 바로 연락이 오지 않아 우리 어린이집과는 인연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있는데, 며칠 후 그 학부모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음식점을 하는 아빠와 오후에 그 일을 도와주러 다니는 엄마는 일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돌볼 시간이 없어서 오전 9시 등원해 오후 6시쯤 귀가하는 것으로 어린이집 일과를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는 적응기간도 없이 곧바로 어린이집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까다로운 기질로 먹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매체에 노출이 많이 됐는지 업무상 켜놓은 컴퓨터에 눈길을 주고 모니터가 꺼지면 계속해서 울음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학기 상담기간 동안 아이의 모습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가 오가며 자연스럽게 아이의 상황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첫 아이이고 주변에 친인척이 없는 상태라 육아에 아무런 정보가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었습니다. 아이가 싫어서가 아니라 몰라서 못하는 부모님들께 아이의 발달 상황에 대해 알려 드리고 지금 아이가 부모님과의 애착을 형성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상담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 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빠와의 애착 부족이었습니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누나와 둘이 살았기 때문에 아빠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잘 인지가 안 됐던 것 같았습니다. 아직 언어 표현도 미숙하고 까다로워 보이는 자신의 딸과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저녁 늦게 퇴근해 아이와 함께 놀이할 시간이 부족한 아빠에게 아이와 함께 등원하기를 권하게 됐습니다. 아빠는 좋아하는 조기 축구를 포기하고 등원 길에 아이와 함께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매일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하는 시간을 갖게 됐습니다. 이런 부녀의 모습을 본 교사들은 ‘어머 아빠랑 함께 오는구나. 좋겠다’ 등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 아빠에게 용기를 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 후 1년 그리고 2년. 이렇게 등원 길을 함께한 두 부녀의 사이는 어린이집 앞 현관에서 뽀뽀하고 안아주고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을 정도의 사이가 됐습니다. 초보부모의 모습은 어느덧 싹 사라지고 보고 있으면 따뜻한 웃음을 머금게 되는 베테랑 부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아이의 모습에서도 행복이, 부모님의 모습에서도 행복이, 그리고 아이를 배려하는 모습이 보이는 가정이 됐습니다.

 

이 친구가 우리 어린이집을 졸업한 지 만 2년이 넘었지만 어린이집에서 생활한 3년간의 생활에서 아이와 부모님이 변해가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어 너무나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많은 친구와 부모님들이 있지만 그중 이 친구와 부모님은 생각할 때마다 교사로서 나의 마음의 뿌듯하게 해주는 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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