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감은 잠시... 외로움과 배고픔이 밀려와"
"해방감은 잠시... 외로움과 배고픔이 밀려와"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4.10.29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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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1인가구 주거 불안, 일자리 문제 해결책 필요

【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처음에는 해방감 때문에 좋았죠. 친구들이랑 밤새 놀아도 눈치 볼 사람 없고….”


헤어진 연인 얘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한 남자의 쓸쓸한 독백이 가을밤 한 자리에 모인 젊은 남녀들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6일 다준다연구소 주최로 열린 1인 가구 싱글남녀 대담에서였다.


“친구들이랑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어요. 집에 혼자 있을 시간은 많아지는데 대화할 사람은 없어지더라고요. 휴대폰 통화 목록 보다가 괜히 친구한테 전화해서 ‘뭐해?’ 물었다가 ‘바빠’ 소리 듣는 날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휴대기기 애플리케이션이랑 대화하며 놀게 됐고요. 몇 년 전부터는 한정판 레고 모으는 게 취미예요. 제 이부자리보다 레고 진열장 자리가 커요. 레고하면 시간이 잘 갑니다. 근데… 이제 결혼하고 싶네요.”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된 이후의 이야기를 1인 가구 5년차 경력의 서준원(31) 씨가 풀어놨다.


싱글남녀 대담은 수도권에서 1인 가구로 거주 중인 6명의 메인 패널과 20여 명의 논객이 참여해 각자 1인 가구로 살며 겪었던 일, 1인 가구의 삶을 선택한 이유, 1인 가구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현재 점점 수가 늘어가며 사회적 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는 1인 가구의 단편적 특징이, 앞으로 해결돼야 할 부분이 지극히 개인적인 각자의 경험을 통해 비춰져 나왔다.

 

1인 가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임대주택 이용으로 인한 값비싼 주거비로 인해 돈을 모으지 못하고 결혼, 출산을 미루게 되는 악순환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자리와 기회가 서울에 몰려 있어 쉽게 1인 가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 ⓒ베이비뉴스
1인 가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청년층 1인 가구의 경우 임대주택 이용으로 인한 값비싼 주거비로 인해 돈을 모으지 못하고 결혼, 출산을 미루게 되는 악순환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자리와 기회가 서울에 몰려 있어 쉽게 1인 가구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 ⓒ베이비뉴스


◇ 주거 빈곤 1인 가구 “돈 모으기 어려워”


세 집 건너 한 집은 1인 가구인 시대다. 전세계 국가(OECD회원국 기준) 중 가장 빠른 폭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사회, 경제, 문화 전반의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청년층 1인 가구의 증가는 결혼과 출산 등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와 직결된 문제로 거론되며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러한 이슈와 관련한 통계에서 청년층 1인 가구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빠짐없이 단골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빈곤’이다. 월세 등 임대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월등히 높아 주거비 지출이 소득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소비지출 또한 2인 이상 가구에 비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청년층 1인 가구의 빈곤을 야기하는 큰 이유로 꼽힌다.


이날 대담에 참여한 패널과 청중들도 주거비와 관련해 겪었던 다양한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고향에서 취업을 위해 서울로 올라와 월 28만 원짜리 고시원을 첫 거처로 삼았는데 냉장고에 넣어놓는 반찬이 자꾸 실종되더라는 김창수(31) 씨, 채광 좋은 방을 얻기 위해 월 40만 원 짜리 창문 있는 고시원 방을 얻었었지만 창문에서 한기가 들어와 잠조차 잘 수 없었다는 장지은(28) 씨의 웃픈(‘웃기고 슬픈’이라는 뜻의 신조어)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주거비와 관련해 모두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부담이 크다.”, “돈 모으기 어렵다.”

 

◇ 외롭고 아픈 1인가구, 여성은 ‘공포’와도 싸워야 한다


그런데 이보다 더한 문제가 있다는 최예인(36) 씨의 말이 시작됐다.


“예전 집에 살 때 밤에 집에 들어가다가 치한을 여러 번 만났다. ‘이런데서 살아서 이런 꼴을 당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번 돈을 더 투입하더라도 안전한 데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커져서 이사했다. 여자 혼자 살려면 돈이 더 들어간다.” 최 씨의 말에 장지은 씨도 “10만 원 더 주고라도 안전한데 살아야 한다. 집 구할 때 치안을 제일 먼저 본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최 씨는 이것 말고도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혼자 살면 피폐해진다. 애인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필요할 때 사람이 있어줘야 좋은 건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구나’ 싶은 때가 많다.” 외로움을 말하는 그녀에게 모든 패널이 긍정하고 나섰다.


“3일 만에 입을 열었던 적이 있다”, “모든 걸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외로움이 크다”, “끼니 거르는 일 많다보니 건강이 안 좋아지는데 아프면 최악이다. 엄마 걱정할까봐 전화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고 운다”, “아무리 많은 사람과 함께 있어도 결국 외로워 우울증을 겪었는데 가족들 사는 집으로 들어가니 해결됐다”는 등 이야기가 이어졌다. 서준원 씨가 분위기를 전환했다. “레고를 하면 돼요. 그 시간 동안은 행복합니다.”


◇ ‘지방에서는 제한되는 기회’, 서울 벗어날 수 없는 1인 가구


돈 모으기 어렵고 처절한 외로움까지 겪어야 하는 1인 가구를 그럼에도 지속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 패널들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적으로 몰린 청년층의 일자리를 가장 큰 요소로 꼽았다. 김창수 씨는 “고향에서 일할 때 수입이 적지 않았는데, 직업을 바꾸려고 봤더니 직종이 서울에 몰려 있었다. 그런데 이 직종이 주는 연봉과 서울에서 필요한 생활비에 갭이 크더라. 지방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바람을 토로했다.


장지은 씨는 “월세도 너무 비싸고 서울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 고향(울산)으로 다시 갈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다른 이들이 엄마랑 살면서 한 방에 해결하는 문제 아닌가. 하지만 이번에 고향에 가면 젊을 때 서울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들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서울에 머무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문제들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룸쉐어링 모델이 정책적, 사업적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패널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청년층뿐 아니라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장년, 노인층 1인 가구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집을 가진 장년, 노년층 1인 가구와 청년 1인 가구를 연결해 청년 1인 가구의 월세 부담을 덜고 이웃 간의 네트워크를 형성시켜 거주 형태가 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주거비 부담뿐 아니라 안전, 건강 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더해졌다.


한편 이번 대담은 다준다연구소, 사회디자인연구소, 2.1지속가능연구소의 공동주최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온빛터에서 진행됐다. 청년들의 실생활 이야기를 나누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들을 짚어보는 이러한 형식의 대담은 매달 1~2회씩 동일한 장소에서 열린다. 다음 토크콘서트 일정은 다준다연구소 홈페이지(http://dajunda.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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