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이 유세냐' 색안경 낀 시선 싫어요
'임신이 유세냐' 색안경 낀 시선 싫어요
  • 김고은 기자
  • 승인 2014.11.02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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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직접 말하는 '임신 후 제일 힘든 점'

【베이비뉴스 김고은 기자】

 

엄마들에게 물었다. "임신하고 가장 힘든 점이 뭐냐"고. 몸 힘든 것 버금가게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답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베이비뉴스가 진행하는 맘스클래스에 참여한 엄마들의 대답을 정리했다. 모두 한결같이 "힘들긴 하지만 아이와 만날 날을 생각하며 참는다"는 대답도 빼놓지 않았다.

 

◇ “불안하고 두려워요”


“여자 인생의 전환점에 서서 전혀 새로운 인생의 이면을 직면하려니 막연한 두려움, 당혹스러움이 있습니다. 새로움, 기대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염려로 바뀌네요. 주체가 안 되는 호르몬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냉철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감소되는 것 같아 신체적 힘듦보다 정신적 고통이 크게 느껴집니다.” (이채영)


“초산이든 경산이든 임신의 진행 과정에서 오는 불안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임신 초기에는 초기에 오는 유산이나 기형 가능성의 두려움 이후에 기형아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늘 있어요. 작은 태동의 사라짐이나 늦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요.” (이진숙)


“두려움. 수많은 인터넷과 소문 속에서 잘못된 정보를 걸러야 한다는 어려움.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여자로 느껴야 하는 고통을 상상하며 느끼는 두려움. 첫 아이를 가지고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건강하고 잘 키워야 한다는 두려움.” (유란희)


“대학 졸업 후 결혼하도 쭉 직장에서 신랑과 맞벌이를 했는데 아가가 생기고 나서 퇴직 후 집에 있으니 마음도 무겁고 경제 활동에 대한 두려움도 생겨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공포가 몸과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함아름)

 

“막연한 두려움이요. 혹시나 아이가 잘못되거나 안 좋은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힘들어요. 내 몸이 영영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걱정도 돼요. 튼 살, 찐 살, 벌어진 골반도요. 다른 사람들 출산기를 안 보자 해놓고 자꾸 중독처럼 보면서 지레 겁먹는 것도 힘들어요.” (하지희)

 

임신을 하면 무엇이 가장 힘들까? 베이비뉴스가 매달 진행하고 있는 맘스클래스에 참석한 임신부들에게 물었다. 임신부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임신을 하면 무엇이 가장 힘들까? 베이비뉴스가 매달 진행하고 있는 맘스클래스에 참석한 임신부들에게 물었다. 임신부들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 “입덧, 음식 가려 먹는 것 너무 힘들어요”


“사람들은 아가가 뱃속에 있을 때 편한 거라고 했지만 입덧이 너무 심해서 못 먹고 토하면서 그 소리가 제일 듣기 싫었어요.” (고준)


“혼자 원하는 것을 맘껏 하고 맘껏 먹고 즐겼지만 이제 아기와 나눌 것들을 생각하게 되네요. 설레고 떨리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고 고민도 됩니다.” (임효진)


“해산물 킬러인데 못 먹어서 힘들어요. 맥주도 못 먹고요. 조심해야 할 음식이 너무 많아요.” (이지연)


“먹는 것이 가장 행복한데 먹어도 되는 음식이 제한되니 힘들어요. 소화도 잘 안 되고 말이죠.” (이지연)


◇ “호르몬, 신체 변화 때문에 제 몸이 제 몸 같지 않아요”


“내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요. 마음은 배만 나왔다고 생각하고 임신 전과 컨디션이 같다고 느껴지는데 그 전처럼 행동하면 배가 땅긴다든지 너무 피곤하다든지 신체적으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반응이 나타나요. 말을 빨리 해도 숨이 차고 볼록한 배 때문에 발톱 깎는 것도 힘이 들어요. 덕분에 다양한 신체 특징을 가진 사람들을 이해하게 됐어요.“ (권현정)


“마냥 즐겁고 신이 날 것 같던 기다리던 임신인데 몸의 변화에 따라 마음도 함께 술렁임을 경험했습니다. 감정 다스리는 것에 많은 에너지를 투자했어요. 엄마들 파이팅.” (전미선)


“나도 모르게 방귀가 막 나와요. 대중교통 이용하다가 실수를 하고 아닌 척 하고 앉아 있었던 적도 있어요.” (유세은)


“오랜 시간 앉아 있으면 배도 눌리고 꼬리뼈, 허리가 아파요.” (손석영)


◇ “대중교통 이용하기 너무 힘들어요!”


“출퇴근길이 너무 힘들어요. 입덧할 땐 사람들 냄새에 치이고, 배려석 근처에 서면 흘낏흘낏 눈치 봐야 하고, 다른 사람 짐에 치이지 않으려고 배 감싸야 하고, 직장 가서 지친 내색 못하고 일 시작해야 해서요.” (송지예)


“보건소에서 임산부 먼저라는 카드 지갑을 받았습니다. 가방에 달고 다니지만 지하철이나 버스 탑승 시 아무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습니다. 초기에 입덧도 심하고 어지러웠는데 교통 이용이 불편해서 몸이 더 힘들었습니다.” (고목화)


“노약자석은 말뿐인 자리예요. 노약자석에 앉으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 자리가 노인석이라고 당당하게 말씀하세요. 임산부 배려석은 허울 좋은 관상용이고요. 대대적인 홍보해서 알려줄 것이 아니면 없애는 게 낫지 않은가 싶어요.” (김미희)


“지하철에서 만삭에 가까운 배를 보고도 못본 척 하는 분들이 많아요. 임산부 좌석 완전 화려하게 꾸며서 일반인은 민망해서라도 앉지 못하게 했으면 좋겠어요.” (조은혜)

 

“‘임신이 유세냐!’, ‘다하는 임신 혼자만 했냐’, ‘유난 떤다’ 이런 색안경 낀 시선이 너무 힘들어요. ‘대중교통 타면 배불러서 집에나 있지 돌아다니냐’는 시선 너무 힘이 들어요.” (한가영)


◇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좋겠어요”


“결혼하고 3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인공수정도 생각해보고 결국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고 아이를 가졌어요. 어렵게 생긴 아이라 조심스러운데 시댁 가까이 살다보니 시댁에서 일을 많이 하게 되네요. 모든 저녁준비, 설거지는 물론이고 청소까지…. 임신 후 아버님 어머님 생신상은 물론 명절날에도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했어요. 11월에 김장하실 거라는데…. ‘힘들지?’ 라는 말 한 마디만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민희)


“장남 장손 맏며느리예요. 명절 연휴 임신한 몸으로 수십 번의 상차림과 설거지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요.” (정영현)


“남편의 무관심이 힘들어요. 육체적으로는 대중교통이 제일 힘들지만 사실 남편은 이해 못하는 육체적 힘듦이 가장 어려워요. 입덧이 너무 심해서 먹어도 토하고 안 먹어도 토하고 잠은 쏟아지는데 이걸 말하면 ‘그래 힘들겠다’ 정도예요. 위로 받고 싶은 것도 실은 남편인데 반응을 보면 야속하고…. 직장도 너무 힘든데 위로받지 못하면 힘이 듭니다.” (최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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