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음료, 콜라보다 안전할까?
어린이 음료, 콜라보다 안전할까?
  • 정은혜 기자
  • 승인 2014.12.1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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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펀딩] 어린이 음료의 불편한 진실

【베이비뉴스 정은혜 기자】

 

 

어린이음료 속에는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아무리 성분표기를 열심히 들여다봐도 그 속에 다수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알기 어렵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음료 속에는 과연 뭐가 들어있을까? 아무리 성분표기를 열심히 들여다봐도 그 속에 다수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은 알기 어렵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음료는 제가 가장 피하는 가공식품 중 하나입니다.”

 

황태영 씨는 “어린이음료는 저희 아이들에게도 단호하게 금지하는 항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12년 ‘음료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책을 통해 음료회사가 절대 알려주지 않았던 숨겨진 이야기를 폭로한 장본인이다.

 

황 씨는 CJ제일제당, 하림그룹 등 국내 대기업 식품회사 연구원 출신으로 10여 년간 음료를 비롯한 거의 모든 종류의 가공식품을 만들어보고,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마케팅 브랜드 업무를 담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가공식품에 의구심을 갖게 된 건 둘째 아이 때문이었다. 둘째를 임신했을 당시 그는 식품연구소에서 소스 관능검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소스를 찍어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입맛이 없어졌고 가공식품으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일도 잦아졌다.

 

“저는, 음료 등 가공식품에 상당히 관대한 사람 중 하나였어요. 오히려 편리하다는 이유로 즐겨 먹기도 했고요. 첫째 아들에게는 시판되는 이유식을 사 먹이고 토마토 주스도 매일 챙겨 먹일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둘째 아이가 첫째에게는 없던 아토피 증상을 갖고 태어났다. 아이의 목과 팔꿈치 등 접히는 부분에는 가려움을 동반한 심한 발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황 씨는 아토피의 주요 원인으로 화학물질을 지목했다.

 

“식품첨가물뿐 아니라 유사 성분이 샴푸 같은 각종 생활용품에 사용되는데 이런 다양한 화학물질이 원인 제공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황 씨는 단언했다.

 

그때부터 황 씨는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엄격한 엄마가 됐다. 특히 음료의 맛에 길들여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탄산음료는커녕 어린이음료도 사주지 않았다. 황 씨는 “하루는 친구 엄마가 줬다며 아이가 음료를 먹고 있어서 빼앗아서 휴지통에 버린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올해 9살이 된 둘째의 아토피 증상은 거의 호전된 상태다.

 

현재 황 씨는 아이들과 함께 캐나다 마니토바주 위니펙에서 살고 있다. 지난 7월부터는 마니토바 대학교 식품공학과에서 기능성 식품 연구를 하고 있다. 식품 연구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황 씨는 어린이음료에 대해서 단호한 입장을 전했다.

 

“엄마들이 아이가 고집을 부리면 못 이기는 척 빨간색 혹은 파란색의 캐릭터 음료를 사주는데, 미안하지만 이런 행동은 엄마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지 아이 몸에는 전혀 이롭지 않아요. 음료는 물을 가장한 첨가물 덩어리일 뿐이에요. 그러니 습관처럼 먹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양의 탈을 쓴 음료의 두 얼굴

 

 

 

어린이음료와 일반 음료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어린이용과 성인용을 나누는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린이음료가 더 영양이 풍부하거나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소비자들의 착각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음료와 일반 음료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어린이용과 성인용을 나누는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어린이음료가 더 영양이 풍부하거나 안전할 것이라는 생각은 소비자들의 착각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음료에는 색소, 착향료, 감미료, 보존료 등 식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첨가물이 필수로 들어가는데, 이는 전부 화학물질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음료에는 색소, 착향료, 감미료, 보존료 등 식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첨가물이 필수로 들어가는데, 이는 전부 화학물질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황 씨가 유독 어린이음료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당연한 이유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어린이음료에 따로 넣어선 안 되는 식품첨가물의 종류를 정하거나 아이의 몸에 좋지 않은 식품첨가물의 함량을 규제하는 등의 법적기준이 전혀 없다. 즉, 성인용 음료와 어린이음료의 기준이 똑같은 셈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는 어린이음료라는 명칭 자체를 찾아볼 수 없다. 음료류라는 이름 아래 과일·채소류음료, 탄산음료류, 두유류, 발효음료류, 인삼·홍삼음료, 기타음료 등 6가지 분류만이 있을 뿐이다.

 

음료의 베이스가 무엇이고, 함량이 얼마나 들었느냐에 따라 식품유형이 구분된다. 예를 들어 과일·채소(과·채) 등을 원료로 하면 농축과·채즙(또는 과·채분), 과채주스(과즙 함량 95% 이상)나 과채음료(과즙 함량 10~95%)가 되고, 만약 식품유형이 정해지지 않으면 기타음료(과즙 함량 10% 미만)로 본다.

 

대다수 어린이음료는 과채음료 또는 기타음료 종류의 하나인 혼합음료 형태로 만들어진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어린이음료에는 과즙은 최소한으로 넣고 비타민b2 등의 첨가물을 인위적으로 넣는다. 과즙 함량이 높을수록 침전되는 고형물 값이 있어서 소비자들이 클레임 거는 사례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게 싫어서 업계에선 과채음료나 혼합음료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음료에 사용해선 안 되는 합성보존료와 색소 등이 정해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린이음료에 대한 별도의 기준이 없다보니 일반 음료에 들어가는 양만큼 넣고 판매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단지 일반 음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린이용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로 무장하고, 뚜껑을 잡아 당겨먹는 PP캡을 적용했다는 점뿐이다.

 

또한 성장기 아이들을 위해 비타민, 철분, DHA 등 몸에 좋을 것 같은 영양성분을 추가한 것이 다른 점인데, 이 역시 첨가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즉 어린이음료가 성인들이 마시는 일반 음료보다 몸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소비자들의 착각에 불과한 것이다.

 

◇ 딸기음료가 아닌 딸기맛(향) 음료

 

아이들에게 콜라와 사이다를 먹이는 것은 경계하면서, 어린이음료를 먹이는 것에는 관대한 게 거의 모든 부모들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음료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조목조목 따져보면, 앞으로는 그러한 구분이 전혀 의미가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음료에는 색소, 착향료, 감미료, 보존료 등 식품을 만들기 위한 기본 첨가물이 필수로 들어가는데, 이는 전부 화학물질이다.

 

우선 어린이음료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깔을 내기 위해 색소가 들어간다. 카라멜색소, 코치닐추출색소 등이 주로 쓰인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어린이음료에서 유의해야 할 첨가물 중 하나인 색소는 단순히 구매욕,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밖에 없다”며 “천연이든 합성이든 어차피 모든 첨가물은 크든, 작든 독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음료를 마실 때 과일 맛이 나게 만드는 역할은 합성착향료가 한다. 때로는 과일의 신맛을 내기 위해 구연산이나 사과산 같은 산도(ph)조절제, 비타민C 파우더를 첨가하기도 한다. 진짜 과일이 들어간 경우는 음료 포장지에 과일 그림이나 과일의 명칭이 쓰여 있을 때다. 착향료로만 맛을 내면 포장지에 과일 등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함량이다. 실제 과즙이 들어갔다고 하는 대부분 제품의 과즙 함량은 최대 5%에 불과하다는 것이 음료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마저도 과일에서 착즙한 생과즙 그대로가 아니다. 가공업자들은 보관성을 늘리고 유통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과즙을 가열해서 농축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통 5배 이상의 농도가 되도록 농축해 부피를 크게 줄이는데 이 과정에서 영양분은 거의 대부분 파괴된다. 예를 들어 오렌지과즙으로 3.0%라면 실제 사용량은 농축과즙으로 0.6% 이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합성착향료가 ○○향 등 한 가지로 표기돼 있더라도 실제론 수십 가지 첨가물이 섞여 있다고 보면 된다. 2006년 9월 이후부터 식품에 사용되는 원료를 모두 표기해야 하지만 착향료처럼 많은 성분을 혼합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합성착향료(○○향)로 표기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음료 안에 어떤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이게 식약처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이다.

 

◇ ‘무첨가’ 음료가 더 위험한 이유는?

 

 

무첨가는 과연 안전할까? 색소를 넣지 않았는데 색깔이 화사하고, 착향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과일 맛이 난다면 대체할 만한 다른 첨가물을 넣었다고 보면 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무첨가는 과연 안전할까? 색소를 넣지 않았는데 색깔이 화사하고, 착향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과일 맛이 난다면 대체할 만한 다른 첨가물을 넣었다고 보면 된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단맛을 내기 위해 감미료도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아세설팜칼륨 등 인공감미료는 열량이 없으면서 단맛은 설탕의 200~300배에 이른다. 값도 저렴해서 조금만 넣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당분은 유통기한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인공감미료는 분해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아이의 혈당만 높일 수 있다.

 

감미도가 설탕의 약 100~200배인 천연첨가물 효소처리스테비아도 넣는다. 효소처리스테비아는 단맛이 나는 스테비아라는 허브 추출물을 가공해 스테비오사이드라는 인공감미료를 만들고 이를 다시 효소를 사용해 만든 성분으로 인체의 당 대사를 교란시키는 주범이다.

 

또한 백설탕 대신 ‘○○톨’로 끝나는 설탕 대용 성분을 쓰는 경우도 있다. 자일리톨 같은 당알코올류는 과량 섭취 시 소화 흡수가 안 되므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설탕보다 칼로리가 낮다고 알려진 폴리글리시톨시럽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 대체감미료는 천연 소재에서 추출되기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화학적인 방법에 의해 만들어지는 합성품이라 영양성분은 전혀 없다.

 

성장기 아이들을 위해 넣었다고 표기되는 비타민C, D3와 젖산칼슘 역시 화학물질이다. 젖산칼슘은 천연의 칼슘이 아닌 인공 칼슘이고 비타민D3 또한 합성비타민이기 때문에 몸에 잘 흡수되지 않고 체내활동도 활발하지 않다는 단점을 지닌다.

 

특히 소비자가 주의해야 할 게 ‘무첨가’라는 단어다. 무보존제, 무색소, 무설탕, 무착향료 등의 문구가 적힌 음료에는 해당 성분이 아예 들어있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색소를 넣지 않았는데 색깔이 화사하고, 착향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과일 맛이 난다면 대체할 만한 다른 첨가물을 넣었다고 보면 된다.

 

즉 무설탕이라 해놓고 액상과당, 이소말토올리고당, 프락토올리고당 등 정제당이나 감미료를 넣거나,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방부효과가 있는 각종 추출물, 구연산삼나트륨, 아세설팜칼륨, 구연산, 사과산 등의 화학물질을 더 많이 넣고 있는 실정이다.

 

◇ 엄마들이 ‘엄마표 음료’를 만드는 이유

 

 

 

집에서 아이들과 직접 음료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황유순 씨 가정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가게에서 음료를 사서 먹지 않는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집에서 아이들과 직접 음료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황유순 씨 가정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가게에서 음료를 사서 먹지 않는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들은 물병에 오미자를 집어넣거나 오미자 주스 위에 올릴 고명을 만들었다. 엄마가 감, 사과를 얇게 썰어 주면 별, 하트모양 빵틀로 찍어 만드는 것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아이들은 물병에 오미자를 집어넣거나 오미자 주스 위에 올릴 고명을 만들었다. 엄마가 감, 사과를 얇게 썰어 주면 별, 하트모양 빵틀로 찍어 만드는 것이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화학물질의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 음료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6살 도윤이, 4살 하련이를 키우고 있는 황유순(36) 씨도 그 중 하나다. 황 씨가 음료를 직접 만들어 먹게 된 계기는 도윤이의 아토피 증상 때문이었다.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다 보니 뭐든지 다 느리게 했어요. 이유식도 천천히 시켰고 밀가루나 시판되는 음료는 아예 먹이지 않았어요. 5살 때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그때 처음 음료를 접했으니 말 다했죠.”

 

황 씨가 아이들과 자주 만들어 먹는 음료 중 하나는 바로 ‘오미자 주스’다. 오미자를 체에 넣어 닦고 찬물에 하루 정도 담가놨다가 건더기만 걸러 물을 넣으면 완성돼 집에서도 간단히 만들 수 있다. 12월 1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일동 황 씨의 자택에서는 오미자 주스를 만드는 요리활동이 한창이었다.

 

아이들은 물병에 오미자를 집어넣거나 오미자 주스 위에 올릴 고명을 만들었다. 엄마가 감, 사과를 얇게 썰어 주면 별, 하트모양 빵틀로 찍어 만드는 것이다. 또 과일을 갈아서 주스로 먹거나 얼려서 슬러시로 만들기도 했다. 과일 자체가 달아서 설탕, 올리고당 등은 따로 넣지 않는다.

 

황 씨는 “음료뿐 아니라 아이들 간식으로 찰떡이나 단호박떡 등을 먹이고 간도 최대한 싱겁게 했다. 다른 것보다 먹는 것이어서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 첫째 아토피가 많이 나아졌는데 이런 식습관이 아토피 완화에 도움을 줬을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들이 뽀로로 음료를 보면 무슨 맛인지 모르지만 캐릭터가 있으니 사고 싶다고 말할 때가 있다. 하지만 집에서 엄마랑 같이 음료를 만들고, 맛있게 먹었던 경험이 있기에 ‘집에 가서 더 맛있는 음료 만들어줄게’라고 말하면 설득이 된다”고 웃음 지었다.

 

황 씨는 엄마라면 아이들이 먹는 식품에는 깐깐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음료를 사서 먹이면 그때 달콤함으로 끝이고 아이들도 단맛에 길들여지죠. 나중엔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어요. 대신 만들어 먹자고 하면 아이들이 기대감이 있어서 사달라고 하지 않아요. 편하자고 무심코 먹이는 것은 자칫 아이의 건강을 망칠 수 있어요.”

 

◇ 기준도 규제도 없는 어린이음료

 

일찍이 시민단체에서는 어린이음료의 정확한 정보를 알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환경정의는 2007~2011년 수차례에 걸쳐 어린이음료에 사용해선 안 되는 타르색소와 액상과당 등 화학물질의 문제를 지적했고,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에너지음료 속 카페인과 당 함량 분석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린이음료의 기준을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지적이 나온 적은 없다. 국회에서도 어린이음료의 기준을 만들려는 움직임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법안들은 음료 속 고카페인과 지방, 당 나트륨 함량을 표시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일반 음료와 어린이음료를 구분해 관련 기준을 세우려는 법안은 전혀 없다.

 

관련 주무부처인 식약처가 지난 11월 6일 행정 예고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에도 이와 같은 기준은 담겨있지 않았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린이음료 기준 신설을)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식품유형 분류상 어린이음료라는 것이 없으니 특별히 다른 기준이 적용되진 않는다. 지금은 이유식 등 특수용도식품만 별도 관리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먹어도 되는 양까지 고려해 첨가물 허용치를 정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해보지 않았고 여기에 대해 가타부타 말하긴 어렵지만, 필요한 상황이라면 때에 따라서 (어린이음료 기준 신설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음료업계에서도 혼선이 일고 있다. 국내 핵심 음료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보존료나 색소를 줄이고 당 함량을 낮추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어린이음료라는 기준이 없다보니 현장에서 혼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 카○○썬의 경우도 어린이용으로 나왔지만 지나치게 당 함량이 높아 같은 업계에서도 어린이용으로 보지 않는 시선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다만 2008년 3월에 제정된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의해서 어린이 기호식품에 대해 품질인증을 하는 제도가 운영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식약처로부터 품질인증을 받으려면 비타민과 칼슘 등 일정 영양기준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오히려 첨가물을 더 사용해야 한다. 정부가 아이를 위한 제품에 첨가물을 제한하기는커녕 영양 강화를 한다는 이유로 첨가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는 식품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 전문가들 “아이라는 특수성 감안해야”

 

 

어린이음료에 대한 기준을 별도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측은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린이음료에 대한 기준을 별도로 만들기 위한 사회적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측은 '한 번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우리가 마시는 음료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우리가 먹는 음식을 조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자연적 수분섭취 위원회(Natural Hydration Council)의 킨버러 카레이 사무총장이 한 말이다. 그는 “칼로리나 여타의 첨가물이 없는 물은 인체가 원하는 최상의 음료”라고 강조했다. 가장 좋은 청량음료는 뭐니 뭐니 해도 물이라는 말이다.

 

각종 화학물질이 함유된 어린이음료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입장은 명확하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식품첨가물이 아무리 (정부에 의해) 허용된 것이고 소량이라도 독성이 있다. 따라서 몸에 도움 되는 물질이 아니다”면서 “소량이라도 섭취할 필요가 없는 소소익선의 물질이므로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단언했다.

 

이어 “소비자는 첨가물이 최소한으로 든 제품을 선택하고, 기업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가능한 더욱 안전한 대체재를 찾거나 첨가물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에서는 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의학대학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음료를 마시면 최소 3가지 이상의 식품첨가물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 어린이의 경우는 성인보다 몸속으로 들어온 유해물질을 해독하는 능력이 떨어져 체내에 계속 축적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모든 기준은 성인을 기준으로 만들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을 아이에게 적용했을 땐 어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먹거리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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