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뉴스팀 김고은 기자】
'가구공룡' 이케아의 첫 한국 진출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고, 이케아의 시장 잠식을 두려워하는 가구업계의 날선 비판도 계속되고 있다.
이케아 한국 진출은 첫 매장인 광명점 공사과정에서부터 터져나왔다. 광명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일 때 이케아의 진출로 주변상권이 죽을 것을 우려하는 인근 광명가구단지 측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직원 채용 과정에서도 '시간제 정규직 일자리가 현형법을 위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이케아 광명점 오픈을 코 앞에 두고서도 이케아는 또 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케아 상품에 동해가 아니라 일본해로 표기돼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대국민적 노여움을 사게 만든 것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상품을 판매할 나라의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 이케아에 대해서 불매 운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격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인기 제품 중 일부가 미국, 중국, 일본 등보다 비싸게 책정된 것에 대해 우리 국민을 소위 ‘호갱님’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불거졌다. 오픈 10여 일을 앞두고도 쓴소리가 쉬 수그러들지 않자 이케아는 본사 차원에서 논란이 있던 제품에 대해서 내년도 전세계 판매 중단 조치 입장을 밝혔다. 다만 가격에 대해서는 ‘한국 시장 상황에 맞게 책정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결국 이케아 광명점은 한국 상륙 신고식을 제법 근사하게 치렀다. 이케아는 광명점 정식 오픈 당일 방문객이 2만 8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후부터 주변 일대 교통이 마비됐다거나 매장 앞 엄청난 줄로 진풍경을 이뤘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앞서 계속됐던 논란을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 이케아를 향한 날선 지적도 잇따랐다.
이케아 광명점은 현재까지 매출 공개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밝히고 있지 않지만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매출 기록은 무난하다는 것이 가구업계의 예측이다. 하지만 이 매출 중 상당수는 가구가 아닌 생활용품, 레스토랑 수익이 차지할 것이라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실제로 이케아 광명점 내 상품의 60%는 생활용품, 소품 등이 주를 이루고 있고, 문구나 액세서리류, 식품 등까지 갖춰져 있다. 레스토랑은 저렴한 가격이 주무기인 판매 라인이다. 이렇게 되면 가구점이 아닌 일반 마트와 다를 바가 없지만, 이케아는 가구 전문점으로 신고돼 있다. 종합 유통사라면 의무휴업일 등 통제를 받게 되지만, 가구 전문점인 이케아는 이 그늘에서 벗어나 영업이 가능한 점 때문에 홀로 근방의 모든 상권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정명렬 아수라백작가구연구소장은 “이케아는 가구 전문점으로 신고돼 있지만 매장면적 3000㎡이상의 대규모점포이기도 하다. 유통산업발전법에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이나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해 기초단체장이 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광명시는 유통산업발전법을 근거로 의무휴업일 지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문제와 관계없이 쓰기 편한 가구를 그저 저렴하게 사고자 했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주차난과 끊임없는 대기 등 쇼핑 과정에서 겪어야 할 불편은 '가격의 가치' 이상이라는 점이 소비자들의 주된 컴플레인이다.
개장 첫날 매장을 찾았다는 한 누리꾼은 “입장 대기, 쇼핑 대기, 계산 대기 등은 예상하고 갔다. 그런데 복잡한 매장에서 물건을 찾기 위해 직원을 불렀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구매 과정에서도 직원들의 서투른 대응으로 시간을 많이 허비했다. 쇼핑 동선, 주차 문제 등 들어가서 나오는 내내 불편한 것 투성이었다. 당분간은 다시 방문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직접 픽업해야 하는 물건을 받기 위해 대기하는 데만 1시간이 걸렸는데 결국 재고가 없다는 안내를 받았다. 재입고 후 서비스 조치를 요구했더니 1월 중순 쯤 물건이 들어오니 다음에 와서 다른 거 살 때 같이 가져가라는 대답을 들었다. 이때 불편함을 판다는 것이 물건뿐만이 아니라 서비스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알았다. 주변 상권 문제나 일본해, 가격 논란 등 모두 알았지만 이용해 보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라는 글을 유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올려 지적했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진행하기로 한 조립, 배송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제품 1개당 4만 원으로 책정했다던 조립서비스는 당분간 이용이 불가하다고 이케아가 공식적으로 밝힌 상황. 배송서비스는 개수에 상관없이 거리 비례로 요금을 측정하는데, 광명에서 가까운 인천까지의 요금이 7만 9000원이어서 저렴한 가격이 메리트인 이케아의 전략을 무색하게 한다는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이케아 광명점 측은 서비스 관련 부분은 점차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케아 광명점이 판매와 서비스 부분을 모두 만족시키며 안정적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명점의 행보에 따라 한국 가구 시장의 궤도가 뒤집힐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케아는 광명점 이후 일산점, 강동점의 오픈을 확정하고 2020년까지 총 다섯 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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