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교사 국가고시제 두고 '갑론을박'
보육교사 국가고시제 두고 '갑론을박'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07.01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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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보육학 교수, 어린이집 관계자 주장 제각각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 4층 육아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보육교사 자격체계 개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 4층 육아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보육교사 자격체계 개편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기태 기자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올해 초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터진 뒤, 비슷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연달아 알려지면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정부와 국회는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고 지난 4월 30일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영유아보육법을 통과시켰다.


당시 어린이집 교사에 관한 감시·감독 문제와 함께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은 '보육교사의 자질 문제'였다. 온라인 수강만으로 보육교사 자격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지금의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터져나온 것.


현재 보육교사는 1급부터 3급으로 자격이 나뉜다. 이 중 2급은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 같은 온라인 교육기관에서 일정 학점을 이수하면 획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강의를 대리 수강하는 등의 부정행위가 지적된 바 있다.


정부는 보육교사의 자격 문제를 정비하는 작업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1월부터 6월까지 각계의견을 청취하며 대안을 만드는 중이다. 30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육아정책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보육교사 자격 체계 개편 토론회'는 이 과정에서 육아정책연구소가 마련한 자리였다.


토론회의 주요 의제는 보육교사 자격을 국가고시화하는 것이었다. 보육교사 자격을 국가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통해 인증하는 방안을 두고 정부 측과 보육학과 교수, 어린이집 관계자 등 14명이 격론을 벌였다.


보육학과 교수는 국가고시를 격렬하게 반대했다. 사이버대학이나 학점은행제의 교육 과정을 신뢰할 수 없는데, 이들이 국가고시를 통해서 보육교사 자격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미정 여주대 보육학과 교수는 "시험을 만든다고 해서 아동학대를 막을 수 없다. 보육은 실천적 지식이 중요한데, 시험은 실천 지식을 평가할 수 없다"며 국가고시 방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국가고시는 한 마디로 행정 편의주의적인 정책"이라며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학과제를 통해 보육교사를 양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혁준 카톨릭대 아동학과 교수는 의견을 좀 달리했다. 지금 양산되는 보육교사들을 검증할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는 것. 그러나 학점은행제는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10년간 학점은행제를 평가해왔는데 관리가 잘 안 되는 곳이 많았다. 특히 학생들은 학점을 잘 주는 교육기관으로 몰린다"며 학점은행제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표했다.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국가고시에 앞서 보육교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국가고시를 당장 시행하는 데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현재 민간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김영희 교사는 국공립어린이집 교사는 호봉제가 적용돼서 급여가 오른다지만 원장들이 부담스러워 고용하지 않고, 가정·민간어린이집은 환경이 너무 열악해 사람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고 말했다. 이렇게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진입 장벽만 높이면 보육교사를 하려는 이가 없을 것이란 주장이다.


김종필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장은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육교사라는 직업 자체를 전문직으로 보는지, 전문성 인정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 그는 "정부나 사회가 보육교사를 전문직으로 인정하지 않는데 고시를 도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런 상태에서 국가시험을 시행하면 제대로 된 교사 수급이 어려진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고시가 현재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라고 역설했다. 현재 무분별하게 발급되고 있는 보육교사 자격을 한 번 정제하는 최소한의 장치로 국가고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차전경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장은 "학과제로 간다면 좋겠지만 학과제는 정착에 10년이 걸린다. 지금은 당장 적용할 대안이 필요하다. 국가시험을 도입하면 자질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조용남 한국보육진흥원 보육인력개발국장은 "어떤 형식으로든 보육교사의 자질을 향상할 필요는 있지만 온라인 교육기관을 통한 진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며 “시험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다. 일단 시험을 통해 자격 기준을 높이고 실습 교육 등을 강화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교육기관은 정부와 의견을 같이했다. 채형석 한국학점은행평생교육협의회 부이사장은 "학과제를 도입하면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 학생만 보육교사를 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하며 자격증을 따거나 경력을 다시 잇기 위해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의 진입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이세형 동아일보 기자도 국가고시에 찬성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반인으로서 전문가들이 생각해봐야 할 부분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시험은 소수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교사가 되는 걸 방지하는 장치인 동시에 시험을 통해 자격을 얻는 보육교사들의 자부심을 높일 수 있을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토론회는 오후 4시에 시작해 6시가 넘어 끝났다. 입장 차가 큰 탓에 격론이 이어지며 예정된 종료 시각보다 30분 이상 회의가 길어졌다. 특히 보육학과 교수 측과 보건복지부 측은 회의가 마무리되기 직전부터 언성을 높이기 시작해 회의가 끝난 후에도 논쟁을 이어갔다.


이미정 교수는 "정부가 국가고시라는 답을 정해 놓고 회의한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차전경 과장은 "국가고시만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주장도 들어달라"고 받아쳤다.


보건복지부는 조만간 의견 청취를 마치고 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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