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나는 대한민국 임산부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11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는 27살 워킹맘입니다.
저는 종합병원 여의사입니다.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는 당시 임신 3개월 정도 되었을 터였습니다. 면접 당시 저의 임신 사실을 몰랐던 병원장님은 후에 그 사실을 알고 아래 인사과 직원들에게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혼을 냈다고 하더군요. 인사과 여직원들은 저를 대번에 보고 임산부인 줄 알았던 거죠. 그래도 의사가 부족했던 상황이어서 저는 취직이 되었고 근무를 하였습니다.
문제는 출산휴가 이야기가 나오면서였습니다. 병원장은 저에게 "두 달"만 쉬고 나올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임신 중 근무로 인하여 다리는 코끼리처럼 붓고 숨은 차오르고 예정일보다 한 달 일찍 휴가를 시작하여 아이 낳고 두 달 출산휴가를 쓰려던 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죠.
다른 간호사들은 모두 꼬박 3개월 출산휴가 후 1년씩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여서 기본 3개월조차 출산휴가를 다녀올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슬펐습니다. 두 달만 쉬었다 올 것을 통보하자 법적으로 보장된 "90일"은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돌아온 것은 "다른 여의사들 모두 두 달씩 쉬다 와도 아무 말이 없는데 너만 석 달을 쉬겠다고 우기는 이유가 뭐냐. 다른 언니들한테 혼나고 싶으냐"는 말이었습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대형 종합병원에서조차 이런 취급을 받는데, 다른 일반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여의사들의 처우는 어떠할까요.
병원의 입장도 이해는 되죠. 진료해야 할 의사가 없으니 두 달간 다른 대진의를 써야만 하니까요. 월급이 이중으로 나가는 겁니다. 우리 병원 간호사의 경우는 출산휴가를 들어가도 대체자가 없고 나머지 인원이 분담해서 출산휴가, 육아휴직의 사용이 좀 더 쉽죠.
석 달을 어떻게 하면 보장받을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에 문의하였습니다. 저는 1년 계약직이라 신분이 드러날 것을 염려해 익명을 요청했습니다. 해당 지역 시청에 직접 가서 진정서를 내보라고 하더군요. 요즘은 소규모 사업장도 다 출산휴가 3개월씩 쉬는데 그런 대형병원에서 그럴 일이 없다며 다시 알아보라더군요…. 다시 이야기해서 해결이 안 되면 진정서를 접수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온종일 진료만 해도 지치는데 진정서까지 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진정서를 내면 제가 냈다는 사실이 병원에 다 알려질 터이고 그 눈총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아이를 낳고 한 달 만에 다시 출근할 자신이 없어서 진통이 올 때까지 직장에서 일했습니다. 출산 후 최소 두 달은 쉬어야 몸이 그래도 회복이 될 것 같아서요. 예정일 이틀 전까지 일하다 진통이 와서 바로 직장에서 산부인과로 택시를 타고 갔던 기억이 납니다.
두 달 쉬고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장기간 앉아있는 일의 특성 때문인지 회음부에서 항문까지 농양이 생겨서 출산 3개월 만에 또 수술대에 올랐습니다.
출산 휴가 3개월 의 꿈은 둘째 때도 이루어지지 못하겠죠?
여의사들은 다른 여자직원들보다 봉급을 많이 받는다는 이유로 출산휴가 ‘두 달’이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의사이기 이전에 아이를 낳아 길러야 하는 ‘엄마’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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