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19일 토요일 아침 10시경 경기도 광명시 하안도서관 뒤 작은 공터에 보육교사 삼십 여명이 둥글게 섰다. 이들은 침묵 속에서 서로를 향해 눈으로, 손으로 인사를 건넸다. ‘자연에서 함께 놀아주세요’ 프로그램이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자연에서 함께 놀아주세요’ 프로그램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가 보육교사들을 위해 운영 중인 프로그램이다. 교사들이 보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발달에 맞는 실외 자연놀이를 진행하도록 돕고, 아이들의 부모까지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2012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정식 프로그램은 올해로 3번째 열렸다.
19일 열린 야외 강의는 입문반을 수료한 심화반 수강생이 대상인 수업이었다. 1년 동안 수업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입문반을 수료한 이들이 다시 심화반을 수료하러 주말 아침 일찍 교육 현장을 찾았다. 참석자는 총 7개 기관에서 35명이 왔다. 예상보다 참가 인원이 많았다.
강의는 ▲가을에 아이들과 할 수 있는 놀이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놀이 ▲가을 열매와 풀꽃 배우기 등으로 이어졌다. 침묵 속에서 몸짓으로 인사를 나눈 건,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기 전 수강생끼리 친밀해지도록 마련한 간단한 프로그램이었다.
시립한울어린이집은 ‘자연에서 함께 놀아주세요’ 프로그램이 시작된 뒤로 매년 교사 전원이 수업을 듣는다. 이날도 참여 기관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출석했다.
김현정 시립한울어린이집 원장은 “요즘 아이들은 자연에서 활동하고 생활하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햇빛과 함께, 바람과 함께 노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다”며 “프로그램에서 수업의 주요 모티브를 얻는다”고 수업을 듣는 이유를 밝혔다.
19일 프로그램 중 첫 공식 프로그램은 ‘숲 속 빙고’였다. 숲 속 빙고는 빙고판에 적힌 주제에 맞게 자연물로 빙고를 완성하는 게임이다. 총 12칸의 빙고판에는 “자연의 소리”, “작고 예쁜 것”, “동그란 열매” 등 주제가 적혀 있다. 주변에서 주제에 맞는 자연물을 찾아 빙고판을 먼저 완성하면 게임이 끝난다.
재료를 찾는 공간은 근린공원 앞에 있는 공터. 아파트 단지 한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공간이다. 이곳에 있는 열 그루 남짓한 나무들과 발아래 뿌리내린 이름 모를 잡초, 그리고 울타리를 타고 오르는 넝쿨 식물이 빙고의 재료가 됐다.
과연 빙고를 다 채울 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여기저기서 재료를 찾았다는 기쁨의 탄성이 터졌다. 소나무 줄기에서 매미 허물을 찾아낸 교사들은 “대박이야!”를 연신 외치며 허물을 집어 들었고, 풀숲에 난 파란 꽃을 발견한 교사는 꽃잎을 쭉쭉 짜서 빙고판을 물들이며 미소를 지었다.
공터 곳곳을 누비며 빙고판을 완성한 이선애 시립소하어린이집 교사는 “교사들이 먼저 해보고 아이들이 하도록 지도하니까 가르칠 때 감정이입이 돼서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강의는 오후 1시까지 장소를 바꿔가며 이어졌다. 공터에서 자연물을 이용한 실외 활동을 마친 뒤에는 철망산 공원에 올라 풀과 나무를 보며 모양새와 이름을 익혔다. 산에서 내려온 후에는 다시 공터로 내려와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게임들을 배웠다.
심화반 강사인 이미란 (사)에코아이 생태교육연구소 부소장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가르치려면 선생님들이 먼저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부소장은 “성인도 자연이 낯설고 자연과 노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아이들을 잘 이끌려면 배워야 한다”며 “또 교사들도 자연에서 활동하면서 힐링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도 파급 효과가 크다”고 강조했다.
광명시육아종합지원센터는 프로그램 결과를 모아 매년 보고서로 정리해 펴내고 있으며, 내년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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