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가정의 행복은 남편하기 나름?
출산 후 가정의 행복은 남편하기 나름?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5.10.12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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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엄마와 아빠의 행복한 가정 만들기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쟁취하고도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신생아를 돌보는 부모다. 그중에서도 엄마는 출산 후 일정 기간은 세상과 단절된 채 아기와 둘만 있는 시간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생긴 소외감과 고된 육아 노동 등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엄마들이 꽤 많다. 사실 출산은 엄마뿐 아니라 아빠에게도 엄청난 변화이며 스트레스를 수반할 수도 있기에 양 부모 모두 힘들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아기와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내고, 더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이 땅의 엄마들을 위해 이번 기사에서는 엄마의 입장을 들어봤다.    



◇ 24시간 힘든 엄마의 이야기


홍아무개(경기 성남시 분당구) 씨는 이제 세상에 나온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공주님의 엄마다. 지난 6일 이른 저녁, 홍 씨는 자택에서 육아에서 남편에게 바라는 점에 대해 털어놓았다. 아기의 첫 인상은 정말 순하다는 것. 엄마가 안으면 찡찡거리다가도 금방 안정을 찾았으며, 기자의 우려와는 달리 인터뷰 내내 한 번도 크게 운 적이 없었다. 아이가 순해 보여 투정을 많이 부리는 것 같지 않아 엄마가 편할 것 같다고 묻자 홍 씨는 제대로 쉴 수 없어 힘들다고 답을 했다. 그제서야 푹 파인 볼이 보였다. 


“하루 종일 편히 쉴 틈이 없어요”


“어제는 아이가 새벽 4시가 돼서야 잠이 들었어요. 아이가 밤에 깼을 때 남편은 일어나질 않아요. 일단 1차적인 책임감이 없는 것 같아요. ‘내가 안 일어나도 이 사람이 알아서 하겠거니’ 하는 마음이 있나 봐요.” 


홍 씨는 친정에서 아빠가 아기를 보는 상황을 보면 가만히 있는 아기는 잘 보는데 아기가 자지러지게 울면 얼른 넘긴다는 얘기를 했다. 그래서 집에서 남편이 아기를 보다가 떠맡겨도 남자의 한계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인다고 했다.


“하루가 이렇게 후딱 가는 줄 몰랐어요. 수유하고 트림시키고 재우는 데 한 시간은 걸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과정을 하루 종일 반복해야 하죠.”


쉴 틈이 없다는 것은 요리할 시간도 없다는 사실을 내포한다. 엄마의 아기 모두의 건강을 위해서도 임산부는 잘 챙겨먹어야 하지만 제대로 밥을 챙겨먹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친정, 시댁에서 주신 반찬으로 연명하고 있어요. 오늘도 아침엔 수유를 해야 하니까 억지로 미역국만 먹고 지금 저녁 때 배달음식 시켜서 딱 두 끼만 먹었네요. 아 중간에 아이 목욕시키고 잠깐 귤 하나 까서 먹었어요. 남편이 있으면 편할텐데 평일에는 도무지 요리할 엄두가 안 나요.”


홍 씨는 밤에 남편이 오면 아기 기저귀가 새서 똥이 묻은 침대 시트를 빠는 일을 시켜야겠다고 했다. 남편은 평일에는 그렇게 아내가 시킨 빨래, 설거지, 등 밀린 집안일 한두 가지만 하면 편하게 잠이 들 수 있었다. 사실 남편은 야근이 심한 일에 종사하고 있었다. 평일 육아는 몇 가지 일을 거드는 정도라면 주말에는 얼마나 육아에 참여하는 지 궁금했다. 


“주말에 나 먹을 밥 해달라고 하면 밥을 차려주긴 해요. 그런데 냉장고에 국이 어디 있는지, 냄비는 어떤 걸 써야 하는지, 양은 또 얼마나 끓여야 하는지 일일이 다 말해줘야 해요. 전에는 한 끼 식사용으로 한 소쿠리를 끓여놔서 당황한 적도 있어요. 남편이 밥을 해주면 편하긴 한데 살림을 많이 안 해봐서 알려줘야 할 부분이 너무 많아요. 설거지까지 해주면 고마운데 그냥 지금은 아기만 잘 봐줘도 땡큐에요.”


주말엔 남편이 해줬음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홍 씨는 아직은 초보 엄마 티가 나는 포즈로 아기를 안고 거실을 서성이며 말했다. 

 

“제가 아이를 많이 보는 만큼, 집안일을 좀 많이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요새 아기를 보느라 식사를 따로 하게 돼서 설거지를 두 번 해야 하는데 그게 좀 미안하긴 해요. 한 가지 더 있네요. 오전 때는 제가 아침수유하고 아기가 칭얼거리면 아기를 거실에 데리고 나와서 놀아줬음 좋겠어요. 그럼 밤새 못잔 제가 잠시라도 잘 수 있으니까요.”


“아빠가 된 만큼 처갓집에도 신경을 써야”


아이의 탄생과 함께 부모의 집안과도 교류가 더 많아지는 것은 인지상정. 홍 씨는 그로 인해 새롭게 생길 수 있는 갈등상황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남편도 아빠가 된 만큼 처갓집에 좀 더 잘했음 좋겠어요. 아이가 생기기 전에야 둘만 생각하면 됐지만 출산 후에는 아기가 매개체가 되어 시댁이나 처가에 갈 일도, 신세질 일도 많아요. 그런 입장인 만큼 남편도 두 집안 사이에서 좀 더 잘했음 좋겠어요. 한 번은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친정에 아기랑 가서 머문 적이 있어요. 그 때 남편이 저에게 안부전화가 왔는데 내가 친정에 있는 걸 아는데도 장모님께 안부인사도 하지 않더라고요. 사소한 일이고, 깜박할 수도 있지만 친정엄마가 서운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시댁에 전화드리는 것 만큼은 아니더라도 좀 더 잘했음 좋겠어요.”


“알아서 잘해주면 안되나요?”


‘말을 안하면 귀신도 모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하지만 부부 사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심전심으로 내가 원하는 바를 상대가 알아서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밀린 일이 많아서 일을 시켜야 할 때 시키는 입장도 말부터 하기 전에 짜증이 나잖아요. 아마 듣는 사람도 일 하라면 짜증날 거에요. 매일 반복되는 부탁인 만큼 ‘알아서’, ‘미리’ 좀 잘해줬음 좋겠어요. 회사는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일단 일이 끝이 나지만 육아는 끝이 없으니까요. 알아서 좀 잘해주면 안되나요?”


◇ 엄마 아빠를 위한 전문의의 조언


소중한 생명의 탄생은 가정을 화합으로 이끌어야 한다. 출산 후 달라진 환경에서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고 다가간다면 부부는 아기로 인해 더욱 큰 애정과 믿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 병원에서 지친 엄마, 아빠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담하는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의 조언을 들어보자. 


출산 후 남편의 역할


출산후 아내는 기분, 양육, 생활상의 변화로 스트레스를 받으므로 아내의 불안과 고통을 공감하고 지지해야 한다. 아내를 비난한다거나 아기 양육은 오로지 엄마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산후우울증의 예방

가족은 산모를 지지해 줘야 하며, 특히 배우자는 아내와 대화를 많이 나누도록 노력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해야 한다. 


아내 스스로도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을 찾아야 하며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 가족구성원, 혹은 친구에게 집안일, 아이 보기 등을 부탁하면 좋다. 육아가 너무 힘겹게 느껴질 땐 믿을 만한 사람에게 잠시 아이를 맡기고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기를 돌보는 것보다는 안정을 찾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 


또한 영양을 생각해 균형 있는 식사를 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카페인, 알코올, 설탕 섭취를 피하면 좋다. 더불어 집 밖으로 나가 적어도 20~30분이라도 걷는 등 운동을 해야 한다. 또한 상담이 필요할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아빠도 이해해 주세요


아빠도 산후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아빠가 된다는 부담감,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 경제적 부담감, 아내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며 오는 소외감 등 심리사회적 원인과 우울증의 가족력, 과거력 등의 생물학적 요인이 작용하며 아빠 산후우울증이 발생하곤 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빠는 자녀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아내의 관심이 아이에게 쏠리고 아기 위주로 변하는 생활의 변화를 미리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생활비를 적절히 분배할 수 있도록 미리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출산 후 아이를 키우다보면 부부관계가 소홀해지기 쉬운데 아이를 잠시 맡기고 부부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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