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가을밤, 음악에 빠진 작은 마을
깊은 가을밤, 음악에 빠진 작은 마을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0.14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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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꿈나무돌봄센터와 함께하는 산골마을 달빛 음악회’ 열려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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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터미널에서부터 산속 구불구불한 길만 50여 분 달려 해질녘에 도착한, 2층 높이의 작은 학교. 이렇다 할 가로등도 없는 운동장에는 7~8명의 아이가 축구를 하고 있었고, 운동장 한편에서는 어른들이 천막 아래서 행사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어른들은 바삐 움직이면서 어른 종아리 높이만 한 작은 무대를 완성했고, 무대 배경이 돼 준 회화나무 아래에 조명을 켰다.


13일 저녁 ‘생명꿈나무돌봄센터와 함께하는 산골마을 달빛 음악회’가 열린 덕산초중학교의 운동장은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이야기 소리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음악회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한국YWCA연합회가 주최하고, 제천YWCA와 덕산생명꿈나부돌봄센터가 주관한 행사다.


행사의 주축인 생명꿈나무돌봄센터(이하 돌봄센터)는 국내 19개 생명보험회사가 만든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지원하고 YWCA가 위탁 운영하는 곳이다. 농산어촌 등 보육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의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제천·파주·동해·하남시 등 5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제천에서 센터가 운영된 지는 올해로 5년째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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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 시작 시각인 저녁 7시가 되자 운동장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밤하늘에 떠오른 별 무리와 무대 앞뒤에 세워진 몇 개의 조명가 유일한 빛이었다. 무대 앞 좌석에는 다소 추운 날씨에도 200여 명의 주민이 앉아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행사장을 찾은 주요 내빈이 인사를 전했다. 행사장에는 이근규 제천시장, 유석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 정기홍 충북제천교육지원청 교육장, 구정혜 한국YWCA 총괄국장 등이 참석했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공연이 끝날 때쯤 행사장을 찾아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인 것 같다”며 “음악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멋진 시간을 마련해줘서 고맙다”고 인사했고, 유석쟁 전무는 환영사에서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분이 와주셨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봄센터를 지속해서 지원할 것을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 마을 주민이 참여하고, 즐기는 음악회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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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회는 돌봄센터를 이용하는 아이들과 학부모의 공연과 찾아가는 콘서트팀의 공연이 따로, 또 같이 이어지며 펼쳐졌다. 찾아가는 콘서스팀은 때론 아이들과 학부모의 반주자가 되어 공연을 뒷받침해줬다.


돌봄센터를 다니는 6~7세 어린이 12명은 비눗방울이 쏟아져 나오는 우산을 따라 환호성을 지르며 무대에 올랐다. 어린이들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노래했고 떠듬떠듬 다음 무대까지 소개했다. 참석자들은 박수와 환호로 어린이들을 격려했다.


덕산중학교 1·2학년 8명은 사물놀이를 선보였다. 학생들이 지난 7~8개월 학교에서 꾸준히 연습해 온 결과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데뷔 무대였다. 상쇠로 활약한 강영찬(14세) 학생은 “방과 후 교실, 점심시간 등 틈날 때마다 자발적으로 모여 연습했다”면서 “떨렸지만, 첫 공연치고는 잘한 것 같다. 친구들이 잘해줬다”고 말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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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도 용기를 내 무대에 올랐다. 돌봄센터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 7명은 함께 개똥벌레를 불렀다. 행사 날 급하게 만든 순서였지만, 학부모들은 큰 실수 없이 노래를 2절까지 다 불렀다. 베트남에서 온 2명의 어머니는 자녀와 함께 베트남 전통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4남매 중 자녀 셋을 돌봄센터에 보내는 박민주 (34세) 씨와 9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와 아이를 낳아 기르는 수셋(34세) 씨는 함께 개똥벌레를 불렀다. 박 씨는 “즉석에서 하기로 했는데, 다문화가정과도 함께 노래할 수 있다는 게 기쁘다”고 전했다.


류인숙 제천YWCA 사무총장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끝날 때까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덕산돌봄센터가 운영 5년 만에 처음으로 지역주민 전체와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류 사무총장은 무대를 준비하는 아이들을 보며 “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 중에 환경이 열악한 아이도 많은데 구김살 없이 자라 뿌듯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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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와 부모 세대를 아우르는 공연


초대공연팀들은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펼쳤다. E&I앙상블은 연주자들이 각각 기린·벌·공룡 복장을 하고 등장해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고, 동요를 부르는 어른 모임인 철부지는 모두에게 친숙한 동요 메들리를 선보였다. 또 황명하&김도윤 팀은 통기타와 젬베를 연주하며 참석자들과 함께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노랫말로 유명한 가요 ‘보물’을 부른 뒤 내려갔다.


오쿠다 마사시는 비눗방울과 마임으로 쇼를 꾸몄다. 오쿠다 씨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비눗방울은 조명을 받아 여러 빛깔을 내며 밝게 빛났고,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쫓아다니며 터뜨리기 바빴다. 특히 아이 손톱만 한 비눗방울이 쏟아져 내릴 때는 여기저기서 “예쁘다”는 탄성이 나왔다.


음악회의 마지막 무대는 돌봄센터의 어린이와 학부모, 초대공연팀이 함께 만들었다. 무대에 오른 이들과 좌석에 앉은 이들은 한목소리로 동요 '고향의 봄'을 부르며 가을밤의 잔치를 마무리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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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공연을 향한 관객들의 관심과 성실히 준비한 공연 내용에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김진동 덕산면소재지정비사업추진위원장은 공연을 보러온 주민들을 보고 놀랐다. 그는 “이런 공연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능할까?” 싶었다며 “생각 외로 주민들이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고, 오봉석 덕산초중학교 교무부장은 “시골학교라 문화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매우 적은데, 이번 행사는 온전히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 중심으로 짜여서 좋다”고 했다.


운동장을 떠나는 참석자들의 손에는 행사를 준비한 이들이 준비한 선물이 들려 있었다. 참석자들은 선물 받은 담요를 두르고, 덕산면 주민들에겐 아직 낯선 간식인 추로스를 손에 든 채 도란도란 대화하며 각자 집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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