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보육 밀어붙이기, 교사·부모 화났다
맞춤형보육 밀어붙이기, 교사·부모 화났다
  • 김은실 기자
  • 승인 2015.11.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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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보육 토론회 복지부 발표에 야유 쏟아져

【베이비뉴스 김은실 기자】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맞춤형보육 개선방향 마련과 열린어린이집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가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맞춤형보육 개선방향 마련과 열린어린이집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은실 기자 ⓒ베이비뉴스


정부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행하려는 맞춤형보육이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맞춤형보육은 전업주부의 자녀는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7~9월 동안 시행한 시범사업의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보육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운영하고, 긴급바우처를 한 달에 15시간 제공하기로 했다. 만약 추가로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면 부모가 시간당 4000원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육예산의 합리적 사용을 위해 반드시 맞춤형보육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달리 이를 바라보는 어린이집 교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1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맞춤형보육 개선 방향 마련과 열린어린이집 활성화를 위한 토론회’는 맞춤형보육의 문제점과 개선 방법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김정록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회장 정광진, 이하 한어총)이 주관했으며 어린이이집안전공제회가 후원했다. 행사에는 어린이집 교사 등 어린이집 관계자 500여 명이 참석해 좌석이 부족했다.


토론회 좌장은 황옥경 서울신대 보육학과 교수가 맡았고, 주제 발제는 ‘맞춤형보육! 누굴 위한 정책인가?’ 제목으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연구소 김종필 소장이 했다. 이후 이영숙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위원회 위원장, 전복희 한국어린이집 가정분과위원회 부위원장, 최지희 학부모 대표, 차전경 보건복지부 보육사업기획과 과장이 토론했다.


보건복지부를 대표해 참석한 이를 제외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맞춤형보육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보육료가 줄어들어 어린이집이 운영난을 겪으리란 우려가 가장 컸다. 맞춤형보육의 보육료는 종일반의 80%만 지급될 예정이다.


김종필 소장은 주제 발제에서 “정원의 80%가 맞춤형보육을 이용하면 영아를 주로 돌보는 어린이집은 운영이 불가능하다. 거의 모든 어린이집이 심각한 운영난에 부딪힐 것”이라며 “맞춤형보육을 이용하는 아이들도 종일반과 거의 같은 서비스를 누리는데 단가 줄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영숙 위원장은 맞춤형보육을 도입하면 어린이집의 운영 부담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맞춤반과 종일반에 따라 교사를 따로 채용해야 하고, 통학차량 운행 시간도 늘려야 하며, 보조교사까지 채용해야 한다는 것. 전복희 부위원장 역시 “현행 보육료 수준을 맞춤형보육에 지원하고 종일반은 10%를 인상해야 어린이집 운영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맞춤형보육이 보육의 수요자인 아이와 어머니에게 과연 적합한지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전복희 부위원장은 “맞춤반 아이들이 중간중간 하원 하면 남는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된다. 어른들의 정책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 최지희 씨는 “전업주부가 이기적인 이유로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아니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불안해서 어린이집을 통해 상담도 하고 싶고 정보도 나누고 싶다. 어린이집의 교류와 만남의 장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책 기조는 그런 장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의 주장은 맞춤형보육을 발표할 당시와 달라지지 않았다. 보육서비스가 더 필요한 사람에게 더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줄이는 방향에서 이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보육서비스 제공 시간을 조정했기 때문에 보육료를 올릴 수 있었다는 말도 뒤따랐다. 보건복지부는 종일반 보육료를 6% 인상하는 선으로 예산안을 제출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0% 인상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어린이집 관련 단체는 16% 이상 인상을 요구하는 중이다.


차전경 과장은 “맞춤형보육은 몇 년 전부터 준비됐던 것”이라고 강조한 뒤 “보육료를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지만 한계가 많았다. 그때 외부에서 들어온 지적이 ‘보육예산이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느냐’였고, 그중 하나가 어린이집의 이용 시간이었다. 12시간을 굳이 다 지원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이 많았다”며 시간을 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종일반 보육료가 인상되기 때문에 맞춤형보육을 도입해도 어린이집의 운영에는 무리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종일반 보육료를 인상하고 인상의 80%를 맞춤형보육에 지원한다. 또 거기에는 긴급보육바우처가 포함되기 때문에 6만 원 정도가 보전이 된다. 결국 1~2세는 현재 수준으로 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측의 주장을 들은 참석자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맞춤형보육을 도입해도 어린이집 운영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주장에는 “거짓말이야!”하는 외침이 나오는 등 차 과장의 발언 중간중간 탄식과 야유가 나와서 발언이 두 차례 중지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이 가장 크게 화를 낸 지점은 질의응답의 생략이었다. 객석이 참여할 수 있는 질의응답 시간을 시간 부족을 이유로 하지 않은 것. 좌장이 서둘러 토론회를 마무리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항의가 쏟아졌다. 한 참석자는 “질의응답 못 하게 짰잖아!” 하고 외치며 불만을 표했다.


토론회 시간이 줄어든 이유는 토론회 전에 진행된 행사가 지연된 탓이다. 한어총은 이날 토론회에 앞서 ‘열린어린이집만들기 캠페인’을 발표했다. 이찬숙 경민대학교 아동보육과 교수와 이미옥 서울곡교어린이집 이미옥 원장이 나서 각각 열린어린이집의 필요성과 사례를 발제했다. 하지만 맞춤형보육 토론회를 기대하고 온 일부 참석자는 “이걸 지금 왜 하느냐”며 답답해했고, 발제 시간이 1시간여 이어지면서 토론회 시간이 부족하게 돼 버렸다.


맞춤형보육을 전면에 내걸었으나, 본격적인 논의를 꺼리는 분위기는 행사 초반 내빈들의 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제식‧박윤옥‧신경림 새누리당 의원, 이재인 한국보육진흥원 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건넸지만, 보육료를 인상하겠다고 강조했을 뿐 맞춤형보육에 비판적인 언급은 없었다.


정광진 한어총 회장 역시 “맞춤형보육에 관한 기자회견을 국회에서 곧 열 것”이라면서도 “보육료 10% 인상을 기필코 이루겠다”는 말로 인사말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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