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등장하는 야한 게임, 왜 처벌 안하나?
아동 등장하는 야한 게임, 왜 처벌 안하나?
  • 이유주 기자
  • 승인 2016.02.18 14: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부모단체 "법 장치 마련하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최근 일본 미소녀 육성·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이하 미연시) '실비 키우기'가 국내에 불법 유통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게임은 아동을 성 노예로 삼는다는 설정으로, 주인공(게임 진행자)이 소녀의 가슴, 성기 등을 만지는 장면은 물론, 소녀와 성교를 하는 적나라한 장면까지 노출돼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16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관계자는 "이 게임이 유포된 후와X 사이트를 차단했고, 부산지방청에서 계속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실비키우기 게임 갈무리
ⓒ실비키우기 게임 갈무리

 

하지만 미성년자 캐릭터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불법 미연시 게임은 비단 '실비 키우기'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의XX', '프라이XXX', '사노바XX', '그녀x그녀xXX' 등 소녀 캐릭터가 자위를 하거나 성교를 하는 장면이 드러나는 게임들이 온라인서 활개를 치고 있다.

 

비키니를 입어 가슴이 유독 도드라져 보이거나, 앉을 때마다 팬티가 노출되는 장면은 기본, 소녀들끼리 성행위를 하는 장면까지 나오기도 한다. 또 어린 시절부터 친구나 의붓아버지, 친척, 양오빠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자극적인 스토리가 있는 한편, 심지어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가 초경을 하고, 성관계를 맺고 임신까지 이어지는 설정의 미연시도 있다.

 

◇ 대다수 성인인증, 가입 절차 없어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게임들이 대부분 일본에서 제작돼 국내로 불법·유통된다는 점이다. 국내에 게임을 유통하려면 정식으로 게임물관리위원회(위원장 여명숙, 이하 게임위)를 통해 등급심사 및 판매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대다수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실제로 16일 기자가 직접 미성년자 캐릭터와 성관계를 맺는 미연시 게임 10개를 무작위로 골라, 게임위에 등록돼 있는지 검색을 해봤더니 단 1개의 게임만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으로 정식 등록돼 있었다. 불법·유통된 게임은 결제나 가입 절차, 성인인증이 필요 없다. 따라서 성인은 물론이고, 성 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아동·청소년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들 게임을 내려받아 실행 가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법 미연시 이용자는 날로 늘어나는 상황. 온라인상에는 미연시 정보를 공유하는 전문 카페, 블로그가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커뮤니티에서는 회원들이 불법 다운로드 로드 루트, 공략법, 매주 신작 미연시를 소개하는 사이트 등을 공유하는가 하면, 롤리타 콤플렉스(성인 남자가 성숙하지 않은 소녀에게 성욕을 느끼거나 정서적 동경을 가지는 심리적 경향)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자극적인 게임을 서로 추천하기까지 한다.

 

◇ 게임위 "상시 모니터링하지만..."

 

게임위와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불법 게임을 지속적으로 처단하고 있지만, 날로 늘어나는 게임 수와 가상 아동 캐릭터가 처벌의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찬반 논란으로 제대로 손을 못 쓰고 있다.

 

게임위 관계자는 "상시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모니터링 해도 게임을 다 못 찾는 경우도 많고, 한정적인 인원에 비해 게임물이 엄청나다. 엄청난 양을 다 모니터링할 수 없다. 한계가 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게임위에서 불법 온라인 게임물을 모니터링하는 조사관은 3명에 불과하다. 반면 '2015 게임물 등급 분류 및 사후관리 연감' 자료에 따르면 이들 조사관이 모니터링하는 게임 수는 연 1만 건에 가깝다.

 

◇ 가상 아동 캐릭터는 평등의 원칙 위반?

 

ⓒ게임쇼핑몰 화면 갈무리
ⓒ게임쇼핑몰 화면 갈무리

 

모호한 법조문과 가상 아동 캐릭터가 음란물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처벌을 가로막는 요소다. 현행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하 아청법) 11조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청법 2조 5항에 따라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해 성교 행위 및 유사 성교 행위 등을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등이다.

 

그런데 이 조문은 몇 년째 해석의 자의성이 있어 고무줄 잣대가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동, 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지, '명백하다'는 수준은 또 어느 정도인지 기준이 주관적이고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다. 게다가 '명백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구 때문에 경찰청 사이버팀의 단속 가이드라인에는 '성인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으면 단속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쓰여있다. 성인으로 인식될 가능성은 또 무엇인지 정확한 기준이 없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셈이다.

 

불법 미연시 캐릭터들은 대다수 교복을 입고 있거나, 'X학년 X반' 등 학교임을 알 수 있는 배경이 다수 나온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단순히 교복을 착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아동인지 단정할 수 없다. 누가 봐도 미성년자로 인식할 수 있고 성기가 노출되는 등의 음란물일 때 수사한다"고 설명했다. 등장인물이 어려 보이거나 교복을 입었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심의 여지없이 '누가 봐도 미성년자로 인식할 수 있는 기준' 역시 자의적 해석의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아동 가상 캐릭터가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아동 음란물과 똑같이 취급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아청법 2조 5항대로라면 가상 아동 포르노도 분명 규제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게임에 실제로 적용할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실제 아동, 청소년이 등장하지 않는 표현물이라고 해도 이는 아동 성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과 "가상의 이미지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처벌의 범위를 지나치게 넓힌다. 창작물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선다.

 

18일 기자가 법원 판례를 조회했을 때, 법원이 가상 아동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물에 대해서 판결을 내린 사례를 찾기 어려웠다. 지난 2013년 8월 수원지방법원이 가상 아동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에 대해 판결을 내린 것이 거의 유일했는데, "애니메이션을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아동 음란물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 과잉금지 원칙에 반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란물에 대한 판단은 대법원이 하니, 수사에 있어 대법원 판례가 중요한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경찰청 수사대는 이 기준을 참고해 가벌성이 있는 것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 "법 장치 마련하지 않는 건 책임 회피"

 

이경화 학부모정보감시단 대표는 "('아동으로 볼 수 없다'고 해석할 때) 뭐가 명백하지 않은지 좀 더 분명하게 얘기해줬으면 하고, 아동이 나오는대도 명백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체도 이해가 안 된다"며 "등급도 성인인증도 피하고 돌아다니는 유해한 게임들을 법에서까지 제재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뭘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런 게임에 아동이 등장하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유해한 게임을 아동이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옳지 않다"며 "이 같은 게임이 폭력성을 조장하는 등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진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옳지 않은 것은 법으로 강하게 다스려야 마땅하다. 법적 장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성인들의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