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인문학을 느껴보세요"
"제주의 인문학을 느껴보세요"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6.08.05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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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 뭉치 김영훈 회장

【베이비뉴스 이정윤 기자】

“내가 개량한복 입으면 사람들이 ‘전투복’ 입었다고 한다고.”

흙색 개량한복 차림의 그가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그리고 관광업 동료들이 자신이 일 할 때마다 입는 한복을 비유하는 말을 자랑스레 말했다. 

그는 뭉치 여행사의 회장 김영훈이다. 뭉치 여행사는 제주 출신인 그가 제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여행사다. 대외적으로는 번듯한 여행사의 회장님인 김 회장의 진짜 모습은 말 못하면 죽고, 술을 사랑하는 탐험가다.

얼마 전 김 회장은 제주를 소개하는 독특한 관광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글 김형훈, 나무발전소)이라는 책을 낸 김형훈 작가가 동행하는 ‘제주 작가와 함께 떠나는 제주문화투어’다.

서울까지 소문이 자자한 이 독특한 투어 프로그램의 소식을 듣고, 첫 주자로 나섰다. 여행 참가자들은 1박 2일 간의 빡빡한 여행 일정동안 제주 곳곳을 누비느라 땀내 나는 전투를 치뤘다. 김 회장은 가이드로서 선두에 나서 사람들을 진두지휘했다.

(주)뭉치의 김영훈 회장이 제주 경작지의 경계를 가르는 역할을 하는 '밭담'을 쌓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주)뭉치의 김영훈 회장이 제주 경작지의 경계를 가르는 역할을 하는 '밭담'을 쌓는 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윤 기자 ⓒ 베이비뉴스

◇ 제주를 사랑한 남자

김 회장은 제주와 제주 사람들을 사랑해 이곳을 기반으로 여행업에 뛰어들었다. 이번 일정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한 그의 관광 철학은 몸 속 구석구석에 박힐 만큼 몇 번이고 반복됐다.

“이번 투어는 제주 안의 제주를 찾는 여정입니다. 점에 의한 관광, 선에 의한 관광이 아니라 면에 의한 관광을 해야 합니다. 관광객이 주체가 되는 관광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관광이 돼야 합니다.”

제주에서 태어난 김 회장은 사회 초년엔 다른 일에 매진했다. 네팔, 쿠바 등 90년대 초부터 외국을 돌며 세계에 대한 눈이 트였으나, 전 세계에 고향만큼 좋은 곳을 못 봤기에 제주로 귀향했다.

“고향인 제주에 왔는데, 사람들이 제주를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서 화가 나더라고요. 제주 사람을 원주민화 시키는 것도 열이 받아 여행업에 뛰어들게 됐어요.”

◇ 한 끗 다른 여행

이번 관광에서 귀에 익은 곳, 제주와는 아무 관련 없는 박물관, 블로그 맛집은 방문하지 않았다. 이 또한 김 회장의 철학 때문이다.

“제주의 인문학을 느껴보세요. 사람들은 지역주민이 배제 된 관광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작가랑 정말 오래 준비해서 만들었어요. 관광의 인문학을 만들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작가와의 투어예요.”

그의 설명처럼 1박 2일의 여정은 여느 제주 여행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간의 눈으로 감탄하는 관광에서 귀를 열고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듣는 여행을 하니 코스마다 색다른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4·3 사건의 기억들과 제주 사람의 부지런한 삶 이야기는 아름다운 풍경이 주지 못한 뭉클함을 선사했다. 4·3 피해자들을 만나 우리 슬픈 역사가 할퀴고 간 인생사에 대해 듣고, 바다와 밭에서 허리 한 번 펴보지 못하고 일하는 해녀 이야기를 서울말로 통역해 들으며 김 회장이 강조했던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여행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도쿄의정서에 의해 탄소 발생을 시키면 탄소를 상쇄시키는 일을 해야해요. 그래서 ‘탄소중립투어’라는 걸 만들었어요. 상품 가격에 제주여행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상쇄시키는 부담금이 있어요.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왔다면 비행기에서 탄소를 발생시킨 거잖아요? 내 탄소상쇄 부담금이 자동적으로 에너지관리공단에 기부금으로 기여됩니다.” 

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김 회장은 환경과 투어를 합한 관광 상품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렇듯 그가 선보이고 있는 투어들은 소소하지만 그 안에 제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담겨 있었다.

◇ 여행 선각자의 바람

김 회장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이지만, 항상 함께하지는 못한다. 세계 6개 나라에 뭉치여행사의 지점이 있다 보니 1년 중 요르단, 이스라엘 등 해외에 있는 시간이 더 길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펴는 성지순례, 문화체험, 역사탐방도 뭉치의 제주도 상품처럼 풍경 이상의 살아 숨 쉬는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여행업에서 수다쟁이로도 선두 주자다. 스스로도 멋쩍게 “저 말 많죠?”라고 자진 납세할 정도. 그의 말하기는 가이드이기 때문에만 터지는 게 아니다. 내밀한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말하기’로 스스로를 치유하는 듯 했다.

“향기가 있고 미각이 있고 소리가 들리는 여행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요. 우리 대한민국 정서는 인문학적인 관광이에요. 앞으로도 인문학적인 관광을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관광과 여행은 치유입니다. 여행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이 겪었던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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