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공감] 임신 6개월 차, 엄마가 돼 감을 느끼다
‘나’로 살던 내가 ‘엄마’로 성장하면서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 어디 털어놓을 곳은 없을까. 베이비뉴스는 엄마가 되고 성장해가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엄마 공감' 사연 공모 이벤트를 진행한다. '엄마 공감'은 '나'가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면서 겪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른 엄마들과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 된다. 엄마들의 꾸밈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엄마가 되기까지 많은 호칭을 거쳐 왔다.
결혼 준비할 때는 ‘예신님’, 결혼식 때는 ‘신부님’, 결혼 하고 나서는 ‘며느리’, 친구들 사이에서는 ‘유부녀’, 임신했더니 ‘산모님’, ‘예비맘’, 요새는 ‘어머님’이란다. 아기가 태어나면 ‘○○엄마’라고 불릴 것 같다.
나는 결혼과 동시에 아기를 갖게 됐다. 결혼하자마자 얻은 그 수많던 호칭도 얼떨떨했는데 아이를 갖고 나니 ‘엄마’라는 호칭까지 새로 생겼다.
모든 호칭이 새롭고, 낯설기만 하다. 특히 ‘엄마’라는 호칭은 책임감까지 더해지니 아가씨 때와는 달리 앞으로 변화될 삶에 대한 혼란이 앞섰다. 엄마라는 존재는 원래부터, 당연히 있던 존재만 같았는데 막상 예비 엄마가 되니 아무것도 모르는 채 엄마가 되는구나 싶었다. 뭐든 겪어봐야 안다고 내가 닥쳐보니 알 것 같다.
자유분방한 성격에 나밖에 모르던 나의 결혼 발표에 부모님과 친구들은 충격에 빠졌었다. 연애가 귀찮고 진득한 만남과 진실한 사랑 따윈 사치라며 독신을 선언한 그야말로 ‘저스트 마이웨이’를 떠들며 살았던 만큼 모두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남자를 만나 함께하는 삶이 즐겁다는 걸 알게된 후, 문득 결혼이라는 단어를 태어나 처음 생각해보게 됐다. ‘우리 결혼할까’, ‘너 없으면 못 살 거 같아’, ‘너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라는 말을 내가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우린 그렇게 알콩달콩 6개월간의 짧은 연애를 마치고 결혼을 하게 됐다.
결혼 두 달 전, 임신사실을 알게 돼 결혼 준비를 더욱 서둘렀다. 하지만 임신 사실을 알기 하루 전, 남편과 술 한 잔에 결혼과 2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때도 “아기는 아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었다. 아기를 좋아하는 편도 아닌데다 아기에 대한 아무런 준비조차 안 돼 있던 상태였기 때문.
하지만 임신 사실을 알고 사실 수천 번은 고민했다. 아기한테는 미안하지만 그 당시 자유로운 영혼인 나에게 아기 때문에 제지되는 현실의 벽이 너무 싫었다. 하고 싶은 것은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리던 나였는데 임신때문에 못하면서 살아야 하다니, 임신 초기 남편이 너무 밉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도 잠시, 본격적으로 입덧이 시작됐다. 술 먹은 다음날 물 한모금 넘기지 못하고 버스에 올라타 목적 없는 여정을 계속하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하면 표현될까. 정말 괴로웠다. 한참 입덧으로 고생할 무렵, 남편이라도 맛있는 걸 먹고 오라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연어와 와인을 먹었다는 남편의 말과 인증샷이 어찌나 약 오르던지, 임신한 내 자신이 괜히 서럽고 화까지 났다.
솔직히 임신 기간 동안 혼자 운적도 많고 아기를 미워했던 적도 많다. 예민하고 울었다가 우울했다가 오락가락한 내감정이 나 조차도 적응하기 어려웠다. 마치 다중이가 내 몸 속에 사는 것 같았다. 아기 낳으면 마음이 달라진다는 주변사람들의 응원도 있었지만 아직 아이를 만나기 전이라 크게 와닿는 위로는 되지 못했다.
이제 나는 임신 6개월 차의 예비맘이 됐다. 아기의 태동이 커졌고 초음파에선 손가락 움직이는 것까지 보인다. 어느새 나는 ‘아이의 엄마’라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게 됐다. 10개월이 괜히 10개월이 아닌 것 같다. 엄마가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적응하라고 준비된 시간인 것 같다. 요즘은 임신, 출산 관련 책도 많이 보고 다른 엄마들의 글도 챙겨 보며 엄마로써의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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