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좀 잤어? 난 어제 잠이 하나도 안 오더라.”
9일 오전,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정문 앞. "판사님 도와주세요! 학대 교사를 꼭 구속시켜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적힌 피켓을 든 학부모 김미정(가명) 씨가 막 현장에 도착한 또 다른 학부모 임은진(가명) 씨에게 위로 섞인 대화를 건넸다.
임 씨는 아이 둘을 데리고 피켓시위 현장에 왔다. 아동학대 논란에 휩싸인 부천의 A 어린이집에 아들 둘을 맡겨왔던 임 씨, 이제는 더 이상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나온 것이다. 두 아이는 연신 어머니 다리를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지난달 학부모들이 직접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된 부천 A 어린이집의 아동학대 사건.
학부모들은 지난달 22일 직접 확인한 CCTV 속에는 보육교사가 아이를 거칠게 다루거나, 낮잠을 자는 아이에게 이불을 머리끝까지 씌우고, 아이가 밥을 토하면 토사물을 다시 입에 밀어넣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이날 학부모들의 릴레이 1인 시위는 아동학대 가해 보육교사와 원장을 반드시 구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한 것. 총 5명의 학부모가 20~30분 단위로 번갈아가며 '11명의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한 주적인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를 구속하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모든 학부모가 본인 차례보다 일찍 현장에 도착해 서로서로 손을 잡고 응원과 위로의 인사를 나눴다. 이중에는 4개월 된 아이를 포대기에 안고, 5살 아이의 손을 잡고 현장을 찾은 엄마도 있었다. 일주일 만에 친구를 만난 아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움을 표시했다.
피해 아동 부모들은 “(구속영장실질심사 전문) 판사에게 사건을 알리고, 교사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자 판사 출근시간인 9시에 맞춰 시위를 진행하게 됐다”고 피켓시위 의도를 밝혔다.
피의자 구속영장실질심사는 원래 8일로 예정돼 있었는데,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측의 변호사가 자료수집 부족을 이유로 연기 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이날 진행된 것. 학부모들의 1인 시위는 오전 8시 20분부터 오전 10시 30분까지 펼쳐졌다.
당초 4명으로 알려졌던 아동학대 피해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11명까지 늘어난 상태다. 경찰은 5세 반 13명 중 10명의 피해를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했다. 나머지 1명은 지난 1월 피해사실을 먼저 확인하고 A 어린이집을 퇴원한 아동이다.
경찰은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해당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 데이터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 삭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CCTV 영상 중간에 튀는 부분이 발견됐는데, 이를 두고 학부모들은 어린이집 측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구속영장실질심사 결과를 9일 오후에 발표할 예정이다. 학부모들은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원장과 교사의 강력한 처벌과, 어린이집 폐쇄를 요구하는 집회를 10일 오전에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