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최규화 기자】
2009~2010년 제주의료원의 임신한 간호사 15명 중 5명이 유산하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았다. 이후 산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의 엇갈린 판결. 대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은 9년째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 때문일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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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엄마’의 눈물, 닦아줄 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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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업무상 재해로 장애아가 태어났다면, 그 아이는 산재보험을 지급받을 수 있을까? 9년 전 제주의료원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에게 일어난 사건은 지금까지도 법적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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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010년 제주의료원에서 일하던 15명의 임신한 간호사들 중 5명이 유산하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낳았다. 그 4명의 간호사는 아이에 대한 산재보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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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심은 간호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자녀의 심장질환은 근로자 임신 중 태아의 건강손상에 기인했으므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돼 요양급여 지급 대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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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16년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산재보험 급여의 수급권자와 청구권자는 동일해야 하며 자녀의 선천적 질병에 대한 수급권이 없으므로 청구권이 없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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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임신 중 모체와 태아는 단일체’임을 인정했지만, 2심은 ‘산재는 근로자 본인에게 발생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는 논리로 1심 판결을 뒤집고 태아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을 적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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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문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2월 27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토론회에서 “수급권자가 청구해야 한다는 것은 꼬리에 불과하다”며, “꼬리를 보고 몸통을 흔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결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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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판결이 나오지 않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월 27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토론회의 발제자인 이현주 우송대 간호학과 교수도 같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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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산·유산의 경우 또는 자녀의 건강손상 우려가 있는 경우 출생한 자녀도 재해로 인정한다는 것을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숙아와 선천성 장애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 이현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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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법안은 이미 마련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2016년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됨으로써 태아가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선천성 질병을 가지고 태어날 경우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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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 의원의 법안은 1년 4개월째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장은 제주의료원 사례를 두고 “이것이 일하는 여성이 마주하고 있는 인권과 노동권의 민낯”이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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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 제32조제4항 “여자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대한민국 헌법 제36조제2항 “국가는 모성의 보호를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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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이제 대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출생한 태아를 산재에서 제외하면 임신 중이던 아가는 누가 보호해야 하느냐’는 간호사들의 절규에 대법원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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