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해결 가로막는 '친권', 누구를 위한 것인가
아동학대 해결 가로막는 '친권', 누구를 위한 것인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8.04.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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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 "명칭부터 변경하자"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4일 오후 6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어린이문화연대 강의실에서 ‘친권,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4일 오후 6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어린이문화연대 강의실에서 ‘친권,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친권은 아이들이 만 18세 될 때까지 판단력이 미숙하므로 어른들이 법률적인 일을 대신 행사하는 일입니다. 친권에 친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친권이 정지되거나 상실된다고 하면 천륜을 빼앗긴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친권은 법률적 대리인권을 행사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의 말이다. 공 대표는 4일 오후 6시,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어린이문화연대 강의실에서 열린 4월 나눔모임 ‘친권, 누구를 위한 권리인가’라는 주제로 강의를 맡아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공 대표는 2013년 울산계모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을 위해 공판에 찾아가기도 하고, 진정서와 탄원서를 제출하는가 하면, 친권 제도 개선을 위한 집회를 열어왔다. 또한, 아동학대 상담과 예방, 법 개정 요구 등 전방위적로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다.
 
◇ 친권은 누구를 위한 법일까?

공혜정 대표는 “친권은 대통령도 이길 수 없는 법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위의 법이 바로 친권이에요. 그 친권이라는 이름 때문에 서현이를 죽게 만든 울산계모사건, 종교적인 문제로 수술 받지 못해 사망한 김신애 양 사건 등이 있습니다. ‘친권’이라는 말은 옳은 걸까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민법상 친권은 ‘부모가 자녀를 보호·양육하고 그 재산으로 관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권리·의무의 총칭’이다. 양육권은 자녀의 보호, 교육, 거주지 지정, 징계, 영업 허락 등 자녀의 신분에 관한 권리·의무를 말하는 것으로 친권과는 차이가 있다.

공 대표는 울산계모사건을 파고들다 보니 친권의 문제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서현이 학대가 포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처음 신고 됐을 때, 친권자인 아빠가 ‘개입하지 말라. 내 아이고, 내 교육 방식이다. 당신들이 왜 그러느냐’고 나서 당시 법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서현이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가 아동학대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친권을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국가의 개입을 막는 방패로 쓰고 있는 여러 사례를 이야기 했다. 
 
공 대표는 “아동 학대를 당했다는 연락을 받고 중앙아동보호기관에서 (학대 당하는 아이 집) 문을 따고 들어갔다는 이유로 직원이 가택 침입으로 고발 당하고 처벌을 받았다. 친권자가 아동을 때리거나 학대하더라도 그걸 막기 위해 아이를 데려 나오는 행동도 납치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청소년이 가출하면, 부모에게 연락을 하게 돼 있다. 친권자인 부모가 학대 가해자더라도 아이를 데리고 가면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면서 “2017년 2월이 돼서야 아동학대 평가가 나오면 친권자에게 안보내도 되는 게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공 대표는 “2009년 친아버지가 딸을 성폭행해 징역 4년을 살고 나와 피해 아동과 다시 같은 집에 살게 됐다. 그때도 친권이 박탈되지 않았다. 종교적 이유로 아픈 아이를 수술시키지 않고 기도만한 부모 때문에 아이가 사망하게 됐는데도 수술동의서는 친권자만 가능했다”면서 “그게 다 친권 때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 ‘친권’이 아닌 객관화 된 명칭으로 변경 필요한 이유?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친권이 아닌 객관화 된 명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친권이 아닌 객관화 된 명칭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친권’은 자녀를 부모의 소유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가부장적인 느낌을 주므로 친권 상실, 제한, 박탈제도가 보다 쉽게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객관화 된 명칭으로의 변경이 필요하다는 게 공 대표의 주장이다.

공 대표는 “20년 전만해도 부부가 이혼하면 자동으로 아버지 쪽으로 (친권이) 갔다. 남자 쪽 핏줄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외가, 친가, 즉 친권이 아버지 쪽 권리라는 뉘앙스를 준다. 친권은 아동 보호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부모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천 탈출 소녀 사건을 예를 들면서, 학대 소녀 친아버지의 '친권을 박탈'을 했었어야 마땅했지만 '친권 정지'에 그쳤다. 법이 굉장히 부모 편을 들고 있다. 특례법 이후 성추행 아버지 첫 친권 정지가 됐다. 고작 2개월, 이게 무슨 정지이냐”고 지적했다.

공 대표는 “친권이 이렇게 견고하다. 우리나라에서 친권은 부모 자식 간의 불가침의 영역처럼 인식돼 아동학대에 있어 친권이 걸림돌이 되는데 이게 명칭 때문이 아닌가 한다”고 주장했다.

공 대표는 '우리나라 친권박탈 제도가 활성화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천륜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고, 아동의 권리보다 부모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친권상실, 제한, 박탈 등의 복잡한 법제도(재판 청구, 가정법원의 조정 등)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문제”라고 분석했다.

공 대표는 미국의 경우, 아동학대 신고 시 48시간 이내 부모의 친권 상실, 부모가 교육, 재활 등을 통해 양육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친권이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 대표는 “‘친권을 정지한다’ 보다는, ‘아동보호권을 정지한다’, ‘친권을 박탈한다’ 보다는 ‘법적대리권을 박탈한다’와 같은 표현이 낫지 않겠느냐”며 “친권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부모의 권리가 아닌 아동의 권리로 가부장적 틀에 갇혀 부모의 권리라고 생각하는데서 벗어나려면 명칭의 변경부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친권은 천륜 아닌 법적 대리권일 뿐”

친권정지와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으나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친권 정지와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으나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공 대표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통계를 인용하며, “2016년 아동학대 판결이 1만 8700건, 같은 해 친권 상실·제한·정지는 100건 밖에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권의 정지는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의 복리를 현저히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자녀나 검사의 청구에 의해 2년의 범위에서 일시 정지를 선고할 수 있다. 특히 개인적, 종교적 신념에 의한 치료거부, 의무교육 거부 등 특정사안에 대해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 친권을 제한할 수 있다.

친권 상실은 2007년 신설됐다. 부모의 친권 남용이 있거나, 현저한 비행이 있을 때, 기타 친권을 행사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 자녀의 친족(8촌 이내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배우자) 또는 검사가 친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 "실제 2009년 처음 검사에 의해 친권 상실 청구가 이뤄졌으나,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공 대표의 설명이다.

친권은 친권자 또는 자녀가 사망하거나 자녀의 성년도달(만 19세), 분가·혼인·이혼·입양·파양·인지 등으로 인해 소멸된다.

공 대표는 “친권은 천륜이 아닌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대리권일 뿐, 친권이 사라져도 호적상 부모 자녀의 관계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주영 어린이문화연대 대표는 "'친권'의 명칭에 대해선 처음 들었고 문제 의식 공감한다"면서 "친권이라는 게, 문화로 자리잡고 있으니 바꿔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계속 노력을 해야할 것같다. 어린이문화연대에서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최소한 홍보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인현 극단 민들레 대표는 "아이는 사회가 키운다는 전체적인 사회운동이 필요하다. 사회에서 개입하는 게 가능하도록 명칭이 변경해야한다. 아동학대에 개입하면 '내 자식인데 네가 왜 나서', '내 자식 내가 키우는데 왜'라고 할 게 아니라 부모의 역할은 하되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제도부터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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