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 편하기만 한 것이 아니다. 아이도 힘들다. 아이가 힘들다는 관점에서 아이를 이해해주고 기대를 낮춰 작은 것부터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현수 전문의는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서대문구청 6층 대강당에서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동 청소년 정신건강 워크숍’에 강사로 나서 아동과 청소년의 마음을 읽고 소통하고 공감하는 법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이날 김 전문의는 “우리는 아이들을 너무나 많이 혼낸다. 칭찬만 듣고 자란 아이와 꾸중만 들은 아이를 비교하면 누가 더 잘 자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좋은 칭찬을 많이 해주고 아이가 힘들다는 것을 더 이해하면서 아이를 덜 외롭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리나라는 최근 극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있고 형제 없이 외동으로 자란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부모들은 세계에서 최장 근로시간 국가에서 맞벌이를 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아이들을 외롭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준다는 것이 김 전문의의 설명. 결국 이런 스트레스와 외로움은 아이의 분노나 무기력으로 표출된다.
이런 사회 현상 때문에 가족 간 별다른 소통 없이 집에서 잠만 자는 ‘여인숙가정’, 필요한 말만 하는 ‘공지사항 가정’ 등이 생겨나고 있다. 외동딸과 외동아들이 많아지면서 집에서 왕 대접을 받으며 자라다가 학교에 입학하면 적응을 하지 못하는 ‘소황태자 증후군’을 겪는 아이도 적지 않다.
“최근 아이들의 학교 폭력 문제, 왕따 문제, 자살 문제 등은 이런 결핍에서 오는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세상은 풍족하고 아름답다’라는 생각보다는 ‘비관적이고 끔찍하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니 아이 입장을 좀 더 이해해 줘야 한다.”
김 전문의는 아이에게 ‘폭언’을 삼가라고 충고했다. 김 전문의는 “아이들이 아동청소년기에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굉장히 오래간다. 그 중 견디기 힘든 것이 바로 ‘폭언’이다. 항상 긍정적인 말을 해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더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는 것 보다 아이의 편을 들어주고 놀아주고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완벽한 부모도, 아이도 없다. 항상 아이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한다. 기대가 병이 된다. 사람을 병들게 한다. 아이에 대한 기대는 최대한 적절하게 갖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조금만 노력하면 잘할 수 있는 것을 적절한 기대라고 한다. 많은 노력으로 인한 변화는 기대가 아니다. 아이의 작은 성공을 빨리 알아채고 비결을 물어보고 비결을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한편 이번 워크숍을 주관한 서대문해벗누리(www.sdmhb.or.kr, 시설장 김수영)는 정신장애로 어려움 겪고 있는 사람들이 지역 사회에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 복지 기관이다.
부모가 되니까 욕심이 많아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