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정가영 기자】
21일은 한달 중 제일 기다려지는 날이다. 마음이 든든해지고 웃음이 나는 날, 남편의 월급날이다. 그런데 이번 달은 다른 달보다 더 손꼽아 기다린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아동수당을 받기 때문이다.
원래 아동수당은 매월 25일에 지급되는데, 추석연휴가 껴 있는 이번 달만 미리 지급하는 거란다. 오늘, 우리 집에 사는 두 아이를 포함한 192만 명의 아이들이 아동수당을 받게 된다.(조사를 마치지 못한 가구는 10월부터 소급 지급된단다.) 아이 둘이 받는 아동수당은 월 20만원. 아동 1인당 최대 72개월간 지급된다고 하니 첫째가 36개월, 둘째가 12개월임을 고려하면 총 96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는 셈이다.(우와!) 다달이 통장에 ‘아동수당’이 찍힌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아이들을 키우려면 들어가는 돈이 많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돈이다. 의료비용, 산후조리비용에 놀라고 기저귀, 분유 비용에 또 한 번 놀란다. 누구에게 물려받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욕조, 유모차, 카시트, 보행기 등 육아용품 비용에 뒷목을 잡게 된다. 거기에 식료품비도 배로 들지, 장난감, 옷 등 생필품도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 ‘기저귀, 분유라도 떼면 좀 덜 들까?’라는 생각은 착각일 뿐, 아이가 크면 클수록 돈 나갈 항목들도 늘어난다. 무상보육이라더니 어린이집에선 왜 그렇게 내라는 돈이 많은지. 첫째만 보내는데 다달이 필요경비랍시고 15만원이 나가는 중이다. 많은 부모들이 ‘무상보육 맞아?’라고 갸우뚱하는 이유다. 둘째까지 보내면 그 배로 나가겠지. 맞벌이 부모들은 육아도우미, 하원도우미, 학원 등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을 것이다. 또 아이들이 크면 학원비 같은 교육비, 용돈 등등. 그런 의미에서 아동수당은 조금이나마 아이 키우는 비용에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동수당은 액수보다도 더 큰 의미가 있다. 이제는 국가가 아이들을 함께 키워주겠다는, 국가 차원의 위로와 격려와 같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낳으면 포기해야 할 게 많다. 아이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켜켜이 쌓아온 커리어를 포기해야 한다. 다시 사회로 나가려고 시도해도 아이에게 최선을 다했던, 경력단절의 시간은 취업의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부모가 선택해 낳았으니까 아이들이 예쁘게 커가는 모습만 보면서 행복해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잘 자랄 수 있는 사회인지 의구심이 들 때도 많다. 매번 터지는 아동학대에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건, 사고 등 우리 사회 속에서 너무나 많은 아이들을 잃고 있지 않은가. 또 일부 부모들의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근거로 아이 키우는 엄마 모두를 ‘맘충’이라며 손가락질 하고 ‘노키즈존’을 앞세우기도 한다. 아이 키우는 게 죄인 것 마냥 주눅들 수밖에 없다. 초저출산 국가라면서, 아이들이 희망이라고 낳으라고 하면서, 우리 아이들과 부모들을 향한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가끔은 속상할 때도 있다. 그런데 아동수당으로 아이들의 기본 권리를 보장해주고 아이에 대한 국가 책임을 공식화한 것 같아 큰 위로가 된다. 내 아이들이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 정책의 수혜자가 된다는 사실이 고맙고 뜻 깊게 느껴진다.
물론, 개선돼야 할 부분도 있다. 이이들에 대한 사회적 투자라는 의미를 생각한다면, 소득 상위 10% 가정 내 아동을 배제한 부분은 당장 개선해야 할 것 같다. 어떤 아이는 받고, 어떤 아이는 못 받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놀이터에서 만난 부모들 모두가 “우리 아이도 아동수당 받았어요”하면서 다 같이 웃었으면 좋겠다.
*정가영은 베이비뉴스 기자로 아들, 딸 두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엄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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