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낙태죄 위헌 여부 4월 결판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낙태죄 위헌 여부 4월 결판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2.22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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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생명이냐, 선택이냐’로 단순화시킨 구도 너머에,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여성들의 고통과 홀로 짊어진 삶의 무게가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는 4월 헌법재판소가 두 번째로 낙태죄 위헌 여부를 선고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참여연대·경실련·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34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변호사회관에서 21일 낙태죄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민김종훈(자캐오)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 총무 신부는 이같이 말하며, 낙태죄 위헌 논의에서 ‘여성의 삶’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18일 천주교는 낙태죄 처벌에 대해 “여성의 죄를 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의사에 대한 처벌에 대해서는 그간의 입장을 유지했다. 자캐오 신부는 이번 천주교의 결정을 두고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나라 사례를 봐도 낙태죄가 사회에 작동하지 못할 때 세부적인 조항을 붙들어둔다”며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낙태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종교계는 정상가족 담론을 공고히 하는데 영향을 미친다.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제를 끊임없이 강화하고 그 안에서 자리를 잡아야 온전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것. 이런 사회에서 여성과 성소수자의 삶은 배제되고 만다. 종교계는 이들의 삶을 결정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하고 있다.

민김종훈(자캐오) 성공회 신부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라며 종교나 국가의 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민김종훈(자캐오) 성공회 신부는 "여성의 몸은 여성의 것"이라며 종교나 국가의 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자캐오 신부는 “여성의 몸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여성의 것”이라며 “국가나 교회의 것도 아니며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의 자리에서 누군가의 권리를 통제하려고 하고 좌지우지 하려고 할 때 종교는 왜곡되고 부패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포럼은 법적 논의부터 종교적 차원, 노동현장 등 다양한 시선에서 낙태죄의 위헌성을 조명하는 자리였다. 지난해 5월 아일랜드는 낙태죄를 폐지하는데 성공한 아일랜드의 현장활동가도 포럼에 참여해 국제적인 운동 흐름을 소개했다. 

자캐오 신부 외에도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명선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대표,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 그레이스 윌렌츠(Grace Wilentz) 국제앰네스티 아일랜드지부 조사담당관이 발표자로 자리했다.

사회를 맡은 정강자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는 “오늘 발제문은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열린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는 학계와 종교계 등 다양한 시각을 제공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여부 판결을 앞두고 열린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는 학계와 종교계 등 다양한 시각을 제공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다며, 낙태를 부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헌법재판소는 2012년 위헌 판결에서 낙태죄와 연관한 기본권 관계를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결정권의 충돌’로 정리했다.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단이 이중적이라고 평가했다.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모자보건법에서는 사회적 평가(강간·근친혼 등으로 인한 임신)과 모체의 건강을 이유로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태아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이 사회적으로 보장받고 있을까. 한 교수는 “임신 출산에서의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임신한 여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회사에서 사표를 내라고 하거나 다른 곳으로 발령을 내리는 일은 심심치 않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부의 자기운명결정권을 전혀 별개의 것으로 둬야한다”면서 “태아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을 근본부터 박탈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데도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는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한 법적 논의부터 노동현장, 교육현실, 종교적 차원의 의견까지 제공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변호사회관에서 시민사회포럼 ‘시민사회, 낙태죄 위헌을 논하다’는 낙태죄의 위헌성에 대한 법적 논의부터 노동현장, 교육현실, 종교적 차원의 의견까지 제공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낙태죄로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기제를 만들려는 시도가 시대역행적”이라고 지적한 한 교수는 태아뿐 아니라 여성의 생명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여성 삶의 질을 어떻게 규정하고 헌법으로 보장할 것인가도 함께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이한본 변호사도 “태아의 생명권을 인정한다면 낙태를 부분 허용하는 모자보건법 또한 위헌”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한 교수의 설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 법에서 태아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태아를 사람으로 인정하는 시기를 민법은 태어난 이후로 보고 있는 것. 형법은 출산을 위한 진통이 생겨야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진통설’을 판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낙태죄 위헌과 관련해 현재 여러 갈래로 흩어져있는 논의들을 ‘낙태죄 폐지’ 방향으로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낙태죄를 범죄로 처벌하지 말자는 것이지, 허용해달라거나 합법화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형벌 조항을 폐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정리했다.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무분별한 시술을 우려하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는 “임신중절 규제는 여성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의료인에 대한 각종 규제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모체에 무리가 갈 정도의 무분별한 시술을 할 경우 영업정지나 벌금을 주는 등의 시행규칙을 마련하는 것으로도 규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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