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 일부 못 받는 남편… 이유는 '육아휴직'
인센티브 일부 못 받는 남편… 이유는 '육아휴직'
  • 칼럼니스트 최은경
  • 승인 2019.04.02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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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한번 해봤어] 근로조건 저하 없는 육아휴직 의무화, 발칙한 상상일까?

어느 날 남편이 내게 말했다.

“좋은 소식 알려줄까?”

“뭔데? 알려줘.”

“올해는 인센티브가 있대.”

“와, 대체 이게 몇 년 만이야? 좋겠다.”

“근데 슬픈 소식도 있어.”

“뭐? 혹시 육아휴직한 기간은 빼고 준대?”

“응. 4분의 1이 줄어드네. 좋으면서도 슬퍼.”

지난 몇 년간 남편의 월급은 거의 그대로였다. 몇 년 전 연봉이 1% 오른다고 했을 때(그 후로도 회사는 몇 년간 1%씩 올렸다. 물가 상승률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인상률이니 실제로는 마이너스였을 때가 많았을 거다) 속상할 남편 대신 내가 먼저 방방 뛰며 말했다.

“1% 인상? 이건 완전 노동자를 무시하는 거지. 차라리 안 받는다고 해. 반납 투쟁해!"

남편 회사에는 노조가 없다. 한마디로 비빌 언덕이 없는 남편은 그거 쓴웃음만 지었다. 속 쓰리게 술 먹고 들어온 날도 많았다. 한 회사에서 16년. 남편은 지금도 이 회사에서 청춘을 바치고 있는 중이다. 남편의 일을 세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남편이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는 것에 비해 회사는 늘 인색했다. 하긴 회사란 곳은 늘 그런 법이지만.

남편은 지난해 3개월 동안 육아휴직을 썼다. 남편 월급이 나보다 많지만 돈 생각하지 않고 기꺼이 남편의 육아휴직을 응원해줬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 덕에 나는 일터에서 더 열심히 집중해서 일할 수 있었고 때마침 초등학교에 입학한 둘째 아이도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그리고 복직한 남편은 여전히 묵묵히 일했다.

그랬는데 몇 년 만에 받는 인센티브 지급액에서 육아휴직한 기간 만큼 빼고 준다는 거다. 혹시 회사가 육아휴직한 기간만큼 인센티브를 삭감하는 게 불법적인 게 아닌가 싶어 법 규정을 찾아봤다. 결론은 아니었다. 노동법에는 인센티브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었다.

돈에 대한 상실감보다 나는 혹시라도 남편이 육아휴직한 것을 후회하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러지 않길 바랐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 뒤로 다른 직원도 육아휴직 할 용기를 냈다면서 뿌듯해 했던 그였기 때문이다. 퇴근 후 집에 온 남편에게 물었다.

“자기 그래서 육아휴직한 거 후회해?”

“아니, 후회는 안 하는데… 인센티브 안 나왔을 때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은 든다.”

“인센티브 나오는지 누가 미리 아나?”

“그렇지. 인센티브가 안 나오는 것보다는 나은데 받으면서도 속상하네."

인터넷 화면 캡처. ⓒ최은경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2007년에 큰아이를 낳았다. 큰아이 키울 때랑 2011년 태어난 둘째 키울 때랑 보육 환경이 달라졌음을 실감할 때가 많았다. 육아휴직 급여도 2019년부터 통삼임금의 최대 40% 상한에서 50%로 늘었다(최대 상한 120만 원, 최소 하한 70만 원).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상한액도 200만 원에서 250만 원으로 인상됐다. 어디 돈뿐인가. 육아휴직 기간도 9세까지로 늘었다.

남편들 육아휴직이 몇 년 전보다 꾸준히 느는 추세라는 기사도 많이 나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엄마 아빠는 많다. 물론 아빠 육아휴직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이유는 월급이다. 특히 외벌이인 경우, 육아휴직이란 제도는 언감생심이다. 그러니 독박육아 하는 엄마들은 그저 견디고 참다가 '산후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얻는다.

그래서 이런 발칙한 상상이라도 해본다.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부모는 누구나 출산휴가를 의무적으로 써야 하며, 이후 부모가 육아휴직을 할 경우에 임금을 보전한다. 육아휴직을 쓴다고 해서 근속연수가 줄지 않고, 연차가 줄지 않으며 물론 인센티브도 줄지 않는다.

오히려 육아휴직을 쓴 사람에게 승진 어드밴티지를 주고, 퇴근 셧다운제를 실시하며 근무 형태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만약 회사에 비혼인이 있다면, 이로 인해 차별을 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없도록 그들을 위한 제도도 별도로 마련한다.

'이게 뭔 소리야' 싶지만 지금 어느 나라에서는 실제로 시행되고 있는 정책들이기도 하니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닐 거다. 2007년과 2019년의 보육 환경이 다르듯, 더 나아졌듯, 내 아이가 사는 2027년, 2037년은 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드라마 '시그널'의 한 대사처럼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라는 물음에 고민하지 않고 "그렇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최은경은 오마이뉴스 기자로, 두 딸을 키우는 직장맘입니다. [다다와 함께 읽은 그림책] 연재기사를 모아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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