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출생률 10% 육박… 하지만 정책은 '사각지대'
이른둥이 출생률 10% 육박… 하지만 정책은 '사각지대'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03.2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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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저출산 시대 체계적인 이른둥이 지원 정책 마련 토론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이른둥이 출생이 증가하고 있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은 이른둥이 출생이 증가하고 있어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른둥이라 늘 발달에 있어서 ‘고위험군’이라 매일 긴장 속에 살아요.”

“집에서 엄마가 아이 발달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알고 싶습니다.”

“860g으로 작게 태어났어도 발달지연 없이 잘 클 수 있겠죠?”

26일 국회 토론회에서 소개된 이른둥이(미숙아) 부모들의 질문이다. 임신 37주 미만 혹은 2.5kg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인 이른둥이. 이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나왔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비례대표)은 26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저출산 시대, 체계적인 이른둥이(미숙아) 지원 정책 마련 토론회’를 열었다.

신 의원은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초산모 연령이 증가해 35세 이상 고령 출산과 불임시술, 다태아 등이 증가함에 따라 이른둥이 출산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른둥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실정”이라며 토론회 취지를 설명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신생아의 7.2%가 이른둥이로 태어났고, 이 추세를 반영했을 때 2025년 이른둥이 출생률이 1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저출산 정책에서도 이른둥이를 챙기지 못하고 있었다. 출산하겠다고 결심한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둥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주최한 최도자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비례대표)도 “세심한 케어가 필요한 이른둥이에 대한 사회나 정부 인식이 부족했다. 정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정책적 지원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이명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충남 아산)도 축사를 통해 “아이를 낳아도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마음이 무겁다. 미리 정책적 뒷받침을 했다면 이른둥이 부모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었을 것인데 죄송하다”면서 “오늘 토의 결과에 대한 법적인 방안과 예산 문제 등에 대해 빨리 실행되도록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이른둥이, 조기 발견하고 중재하면 개선 가능”

고주연 교수는 생후 5주부터 15주~16주까지 움직임을 관찰하면 뇌성마비를 98%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고주연 교수는 생후 5주부터 15주~16주까지 움직임을 관찰하면 뇌성마비를 98% 예측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고주연 대구보건대 물리치료학과 교수(아동운동발달연구회 부회장)는 ‘우리나라 이른둥이 실태 및 지원 현황’에 대해 발제를 맡았다. 고 교수는 “대부분의 이른둥이는 개선 가능한 비정상적 성장을 암시하는 운동발달특성을 가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조기 발견과 충분한 중재에 대한 공공정책 측면에서 체계적인 지원이 부재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중재'에 대해 고 교수는 "의학적 진단이 있는 경우는 의학적 치료를 말하고, 의학적 진단이 뚜렷하지 않아 의료적 처치는 필요 없는 경우는 기능적, 사회정책적, 과학공학적 접근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법 제도 개정이나 부모교육 등을 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이른둥이 운동발달과 관련해 "이른둥이는 항중력적 움직임 수행이 어렵다. 엄마 배 속에서 40주 동안 충분히 자라면서 굴곡근 발달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기초선이 마련되지 않아 운동발달이 어려운 것"이라면서 "이른둥이가 몸의 어느 한 부분에 힘을 주고 있는 것을 '뻗침'이라고 하는데 연령에 적합한 자세와 움직임을 충분히 자발적으로 하도록 해주면 18개월 후 80% 정도 없어진다. 자세와 움직임을 관찰하고 비디오 데이터를 통해 향후 발달을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 교수는 "국내에는 이른둥이의 운동발달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사전에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관리 시스템조차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른둥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이른둥이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부재한 실정으로, 이른둥이에 대한 주기적 발달평가를 통해 현재 상태를 체크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른둥이의 운동기능 장애에는 어떤 게 있을까. 고 교수는 "영유아기에는 뇌성마비, 발달지연이 나타날 수 있고, 만 5세경 학교 갈 준비할 시기가 되면 움직임이 서툴고 균형 조절이 어려운 발달성협응장애가 나타난다. 이른둥이의 약 50%에서 발달성협응장애가 발생하고 있고 일상생활과 학업에 어려움이 있고 또래관계 형성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른둥이 운동장애와 관련해 국내 데이터가 없는 것도 문제다. 고 교수는 "이른둥이에게 뇌성마비는 평균 2%, 발달성협응장애는 만삭둥이에게는 평균 7.8%, 이른둥이 경우 41%~50%에 달한다"고 말했다. 발달지연과 관련해서는 "국내유아표준발달 곡선이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이른둥이 운동발달은 모든 발달의 기초가 되기 때문에 국가와 가정에서 함께 책임져야 한다. 조기발견 발달예측 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조기 중재, 전문가 양성과 함께 엄마들이 이른둥이를 관리해줄 방법을 찾아줘야 한다. 공공정책, 연구도 필요하고 객관적, 정량적, 과학적 데이터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관련 법에 대해 "영유아보호법, 발달장애인 관련 법 등 모든 법적 제도가 만삭아이를 기준으로 마련됐다. 이른둥이와 만삭둥이는 다르다. 이른둥이를 위한 특별관리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른둥이 중에서 의학적 진단명이 없는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과 관련해, "진단명이 없더라도 기능적 측면이나 사회정책적 측면에서 건강을 챙겨줘야 하고, 의학적 진단명이 있는 이른둥이에게도 기능의 발달이나 사회정책 혜택을 확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고 교수는 지난해 8월부터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아동운동발달연구회’를 만들고 문제해결 방안을 찾고 있다. 또 ‘발달평가’ 온라인카페를 개설해 400여 명의 이른둥이 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발달 느리지만 의학적 문제 없으면 어떤 치료도 받을 수 없어”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른둥이를 위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마련에 대해 각 전문가들은 자신의 분야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른둥이를 위한 관리 시스템 마련에 대해 전문가들은 열띤 토론을 펼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국회를 찾은 이른둥이 엄마들은 자신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경북 구미에서 온 유경아(예나맘) 씨는 아홉 살 아들과 두 살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임신중독증으로 첫째 아들은 32주, 둘째 딸은 35주 만에 출산했다.

첫째 아이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나 산정 특례 혜택으로 출생 후 50일부터 운동발달치료를 시작해 만삭 일반 아이들의 발달지표를 따라잡았다. 그러나 어린아이의 발달을 향상시켜주는 치료를 담당하는 병원이 없어 사설 치료실에서 비싼 치료비를 부담하며 치료를 시작했다.

유 씨는 특수교육을 전공한 엄마로 "첫째를 키우면서 미숙아에게 적절한 발달운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접 경험해본 터라 둘째 아이도 서둘러 시켜주고 있었지만 병원에서는 의학적 문제가 없다고 지켜보자는 상황이다. 거주지 인근의 병원 재활의학과를 돌며 상담했으나 초저미숙아도 아니고 장애도 없다는 이유로 어떤 치료도 받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 씨는 “10개월이 지나서 국가 영유아 검진을 받았다. 만삭아 기준으로 혹은 다른 미숙아에 비해 느린 발달이라는 검진 결과를 받았다. 얼마나 느린지, 어떻게 하면 보완하고 따라잡을 수 있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며 “이른둥이로 태어나게 한 것도 미안하고 가슴 아픈데 발달운동조차 제대로 시켜줄 수 없는 현실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중소도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정기검진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른둥이를 위한 특별한 검진을 국가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 주고 운동치료 혜택 등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유 씨는 베이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숙아 의료비 지원을 정부에서 해주고 있는데 병원갈 일은 많이 없다. 발달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지원과 컸을 때 발달장애인이나 뇌성마비 장애인이 되지 않도록 조기 중재해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면서 "의학적 진단명 없이도 이른둥이를 지원해주고 운동발달치료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임현균 아동운동발달연구회 회장을 좌장으로 ▲이성기 건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주경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 ▲조규동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연구위원 ▲송은경 구미시장애인종합복지관 팀장 ▲손문금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 ▲이순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커뮤니케이션전략부 부장 등이 패널토론에 참여했다.

이날 신용현 의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보통의 국회의원들이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를 뜨는 것과 대조적이다. 패널토론이 끝나고 각 전문가들에게 ‘이른둥이 프로그램을 잘 하는 곳이 어디인지’, ‘이른둥이 데이터 통계를 확보하고 추적관리와 관련해 개인정보 유출이 되지 않게 하는 방안’, ‘어린이집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 ‘모자보건법 개정안’ 등에 대해 꼼꼼하게 되짚었다.

그러면서 신 의원은 “이른둥이와 관련해 오늘 첫 번째 토론회고 공감대는 충분히 공유한 것 같다.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사람이다. 한 명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해결책을 내달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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