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회사 '땡땡이' 친 이유
엄마가 회사 '땡땡이' 친 이유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9.04.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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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아빠의 빈자리, 엄마만의 방법으로 꼭 채워줄게

오늘은 아주 작정을 했다. 사랑이와 엄마만의 ‘특별한 데이트’를 하기로 말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어느덧 두 달이 지나가는 지금, 나는 사랑이만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벤트의 내용은 이렇다. 우선 사랑이 몰래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 앞에서 기다리기. 또 다른 하나는 학원 ‘땡땡이’치고 사랑이와 롯데월드에 가서 사랑이가 하고 싶은 대로 실컷 놀기!

계획에 맞춰 회사에는 휴가를 하루 내고 사랑이의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 앞으로 갔다. 사실 휴가를 쓰면 회사에 돌아가 또 눈치보고 쪼그라들겠지만…. 지금 나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돌봐주는 일이다. 

내가 돈을 버는 이유도 사랑이와 함께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함 아닌가. 하루 정도는 이렇게 시간을 내서 사랑이에게 소중한 추억을 남겨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낮 12시. 사랑이 하교 시간에 맞춰 학교에 갔다. 나보다 먼저 학교 앞에 삼삼오오 모여 아이들을 기다리는 엄마들의 모습이 보인다.

매일 하교시간마다 우리 사랑이는 다른 친구들의 엄마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웠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엄마와 아빠의 빈자리를 느꼈을까?

혼자 속상한 마음을 애써 지웠을 사랑이의 모습, 그렇지만 씩씩하게 돌보미 교실에 들어가 적응하려고 노력한 사랑이 모습이 눈에 선해 마음이 아프기도, 기특하기도 하다. 

나도 오늘은 다른 엄마들처럼 학교 문 앞에서 사랑이를 기다린다.

친구들과 웃으며 계단을 걸어 나오는 사랑이를 향해 “김사랑!”하고 소리쳤다. 사랑이는 그런 나를 보고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엄마~!”하는 소리와 함께 얼굴과 귀가 빨개지도록 뛰어왔다.

눈물까지 흘리려고 하는 사랑이를 보며 나도 뭉클했다.

이 녀석, 그동안 얼마나 다른 친구들이 부러웠을까? 사랑이 몰래 학교 앞에서 기다리는 첫 번째 서프라이즈 선물은 대성공이다. 

나는 얼굴과 귀가 빨개진 사랑이를 꼭 안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사랑아, 오늘 학원가지 말고, 돌보미교실도 가지 말고 엄마랑 롯데월드가자! 다 땡땡이 치고 신나게 놀자!”

나의 이야기에 사랑이는 눈물을 눈에 매단 채 “너무 신나고 행복하다”며 내 손을 꼭 잡았다.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차은아
네가 웃으면 나도 좋아. ⓒ차은아

롯데월드에 도착해선 사랑이가 타고싶어했던 놀이기구를 태워주고, 얼굴에는 예쁜 동물그림까지 그릴 수 있게 해줬다. 먹고 싶어하던 간식도 아낌없이 사주며 사랑이에게 온 시선을 맞췄다. 

사랑이만 눈물날 만큼 행복했던 것이 아니다. 나도 그랬다. 얼마만에 이렇게 마음껏 웃어보는건지, 평범한 일상을 이렇게 행복하다고 느낀 것이 얼마만인지…. 행복에 겨워하는 사랑이를 보며 회사 ‘땡땡이’치기 잘 했다고 생각했다.

실컷 놀고 잠시 쉴 겸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랑이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랑아, 오늘 정말 재미있지? 사랑이가 즐거워하니 엄마 진짜 기분 좋다!”

“엄마, 오늘 여기 정말 왜 온거예요? 너무 행복해요!”

“사랑이가 학교에 들어가며 아빠가 더욱 보고싶고 그립고, 그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질텐데 씩씩하게 학교생활 잘 해줘서, 그게 너무 고마워서. 새로운 환경,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을텐데 엄마 퇴근할 때까지 학원에서 기다려주는 사랑이한테 너무 고맙고 미안해서. 그래서 사랑이랑 오늘만은 실컷 놀고싶어서 왔어. 그러니 사랑아, 그동안 스트레스 받은 것들 여기서 다 풀고가자!”

사실 놀이공원 한 번 오는 일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사랑이를 위해 고민하고 애쓴 나의 진심이 느껴졌는지 사랑이는 진심으로 내게 고마워했고, 즐거워했다.

얼마 전 아빠의 빈자리가 너무 서럽다고 울어대던 우리 사랑이. 

사랑이는 오늘 엄마가 준 위로와 사랑에 기분이 좋았나보다. 롯데월드에서 신나게 놀고 집으로 돌아와 사랑이는 사랑에 흠뻑 젖은 얼굴로 잠에 들었다.

학교에 몰래 가 사랑이의 하교를 기다린 일, 회사와 학원을 빠지고 둘이 놀러간 이 추억이 사랑이에게 나중에 커서 엄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  

엄마와 신나게 데이트한 덕인지 우리 사랑이는 예전처럼 밝고 건강하고 씩씩하게, 투정과 짜증 없이 열심히 학교와 돌보미교실을 오가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랑이의 마음에 내 마음의 진심이 충전된 것일까? 이젠 제법 의젓하고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사랑이에게 감사하다. 

남들에겐 평범한 일상이 나와 사랑이에게는 특별한 추억이다. 앞으로 사랑이가 의도치 않게 느낄 아빠의 빈자리. 엄마만의 방법과 사랑으로 그 빈자리를 모두 채우며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오늘 또 다짐해본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6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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