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으로 다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나요
'이혼'으로 다친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나요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20.03.13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선택이 아픔이 되어 돌아올 때
아이도 부모 이혼에 아픔을 느낀다. 서로 터놓고 보듬을 때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자료 사진 ⓒ베이비뉴스
아이도 부모 이혼에 아픔을 느낀다. 서로 터놓고 보듬을 때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자료 사진 ⓒ베이비뉴스

어느 날 출근길, 유튜브에서 ‘힘들 때 듣는 노래’라는 음악을 들었다. 이어폰을 연결하며 그날따라 힘든 나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 달라진 상황은 없지만, 마음만은 달라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유튜브에서 노래를 들을 때 원래 댓글을 보지 않는다. 그날따라 영상 밑에 적힌 댓글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중학교 고등학교 아이들이 적은 글이었다. ‘저는 중학생인데 엄마, 아빠가 이혼해서 너무 힘들어요 죽고 싶어요’ 혹은 ‘아빠와 엄마가 이혼했는데 아빠가 엄마를 만나지 말라고 해서 너무 외롭고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날 ‘부모님의 이혼 때문에 죽고 싶다’는 댓글을 아홉 개나 보게 됐다.

이혼하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내 입장에서 쉽게 무시할 내용이 아니었다. 도대체 이 아이들은 가정에 어떤 감정을 느꼈기에, 부모님의 이혼 때문에 죽고 싶다는 글을 이 댓글창에 남겼을까? 부모님의 이혼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가정에서 비롯한 불안감을 느꼈고, 모든 감정과 생각을 댓글창에 쏟아내듯 마지막 한마디를 남긴 것 같았다.

문득, ‘내 딸 사랑이도 이 아이들과 같은 슬픔을 느끼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몰려왔다. 나에게 시간과 기회가 남았다면, 어떻게 힘든 시간을 우리 사랑이와 이겨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내 일이 되는 건 시간문제 같았다.

◇ 살고자 한 선택이 원망으로 돌아왔다

마침 혼자서 아들 둘을 키우는 언니 A를 만났다. A 언니는 아이들 걱정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부모의 이혼 후에 마주할 상황에서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도록 도와줘야 할지를 고민한다고 했다.

언니는 “머리와 가슴이 따로 논다”고 했다. 이혼 후에 내 선택에 책임지고 감정을 추스르기도 힘든데, 아이들이 불쑥불쑥 표시하는 불만이 언니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는 것. 중학생 아들들은 부모 이혼의 원인을 엄마 탓으로 돌린다고 했다.

“엄마는 아빠와 왜 이혼한 거야? 엄마가 참으면 되잖아. 우리는 왜 아빠와 살 수 없는데? 이 결정은 왜 엄마와 아빠가 한 거야? 우리에게는 왜 결정권이 없어? 우리에게도 누구와 살 수 있는지 결정할 기회를 줘야지.”

‘누구와 살고 싶은지에 대한 결정할 기회’라…. 아들들의 날카로운 말이 언니의 가슴을 후벼 판다고 했다. 아이들은 본인 말이 엄마 마음을 더 아프고 더 슬프게 하는지도 모르고 ‘엄마가 책임지고 우리가 마음에 들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으라’고 선전포고하듯이 말했다는 것이다.

언니는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이혼’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아이들을 지켜주지 있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언니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원망을 듣고 있었다. 그 때문에 너무나 지치고 감당하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언니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선택을 이해해달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경멸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들에게 언니는 최선을 다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후회와 멸시를 경험했으리라. 어떤 감정이 그들 사이에 휘몰아치고, 서로를 물어뜯고 있는 걸까. 낙담의 순간이 어디서 시작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니는 애써 태연한 척, 괜찮은 척 웃어넘기려고 애썼다. 자신의 목숨을 바친 그 선택과 선택에 대한 책임감, 그 후폭풍이 이제야 오는지 언니는 그 짧은 대화 하는 동안도 몹시 지쳐 보였다. 자신을 무시하는 아이들의 말에 더할 말을 잃은 것 같았다. 언니 앞엔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너무도 많았지만, 무엇 하나 추스르기도 전에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부터 느끼는 듯했다.

감히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누가 더 아프다고 순위를 매길 수 있을까? 가슴에 있는 응어리진 마음을 손가락으로 퍼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우리는 가슴을 붙잡고 괜찮다고 애써 무시했다가도 어느 날은 이 가슴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움켜잡고 눈물을 흘린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나 없는 곳에서 가슴을 쥐어짜며 울었을 언니의 삶. 언니에게 이제는 고통만 남아 있는 것 같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그 순간도 언니의 눈을 마주치기 힘들었다.

◇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해줄걸”… 함께 위로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난 후, 걱정스러운 마음에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기 너머로 흘러 나오는 언니의 맑고 발랄한 목소리에서 감사와 기쁨, 고마움을 느꼈다.

언니는 아이들에게 아빠와 있었던 모든 사실을 솔직하게 말했다고 했다. 가장이지만 무능력하고 아이들을 책임지지 않은 무능력한 가장 때문에 언니가 어떤 삶을 겪었는지를, 그리고 당시 최선의 선택이 이혼뿐이었음을 아이들에게 얘기했다고 했다.

“내가 살기 위해 이혼했어. 아빠와 이혼하고 너희를 키우는 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

그동안 언니가 혼자 겪었을 모든 삶의 피곤함과 책임감 사이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모든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털어놨다고 전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진심으로 엄마에게 용서를 빌었다고 했다. 그 사건 이후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에 단 한 번도 원망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이들에게 아빠와의 이혼 이야기를 미리 해줄걸”이라며 농담처럼 던진 언니의 말이, 나는 다행이다 싶었다. 수많은 시간을 눈물로 지내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버텼을 언니에게 ‘멋진 인간 승리’라고 말했다. 모두가 서로 ‘자기가 제일 아프다’면서 자신을 먼저 챙겨달라고 하는 이기적인 세상에서, 언니는 ‘너도 아프니? 나도 아픈데’라며 ‘서로 약을 발라줄까?’라며 생각하게 되기까지 버텨온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혼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를 아프게 찌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싱글맘과 싱글파파가 있다. 그들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해왔다. 아이들도 이를 경험했다. 함께 위로하면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사랑이에에게 엄마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잘 챙겨주겠다’고 말은 하지만, 부족함은 있다. 그저 사랑이에게 엄마의 반쪽 사랑을 쫘악 늘려 포근히 안아줄 뿐.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랑 표현이다.

A 언니를 지켜본 사람으로, 사랑이도 사춘기 때 아빠의 빈자리를 느끼리라 생각한다. 그때 사랑이가 나를 원망의 눈으로 볼 때 ‘사랑아, 아팠니? 아프지? 아플 거야’라며 먼저 안아주기로 다시 한번 결심했다. 그때가 되면 우리 사랑이는 엄마의 또 다른 사랑을 경험하며 조금은 성숙하고 스스로 이해하며 자기 자신을 돌보는 아이로 자랄 것임을 나는 믿는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8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관련기사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실시간 댓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중앙로8길 111 우명빌딩 2~4층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일 : 2010-08-20
  • 일반주간신문등록번호 : 서울 다 10138
  • 등록일 : 2011-01-11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 (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Copyright © 2020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