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혼남'에게 돌 던질 사람 누구인가 
그 '이혼남'에게 돌 던질 사람 누구인가 
  • 칼럼니스트 차은아
  • 승인 2019.06.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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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아의 아이 엠 싱글마마] 그냥 '아는 사람' 명석 씨의 이야기

지인이 이혼 했다. 편의상 ‘김명석’이라는 가명으로 쓰겠다. 성격 차이가 이혼 사유랬다. 더 깊게 들어가 보자면 아내의 우울증이 문제가 됐다고 한다. 전문의의 진단을 받진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고 했다. 

지인과 나의 관계는 그냥 말 그대로 ‘아는 사람’ 정도다. 만나면 “반가워요~ 다음에 밥 한 번 같이 먹어요”라고 말은 하는데 절대 먼저 연락하진 않는 사이. 그런데 그는 이혼하고 나더니 나와 동질감을 느꼈는지 나를 볼 때마다 전 부인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곤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의 아내는 기뻐도, 슬퍼도 우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게 뭐가 문제죠? 원래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는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는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갖고 싶었는데 아내는 반대했다. 아내가 아이를 반대한 이유 중 하나는 어린 시절 친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했기 때문이었다고. 

엄마가 자신을 해칠 수도 있다는 위태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까. 나는 명석 씨보다 명석 씨 전 부인의 마음에 이입하며 안타까웠다.

우여곡절 끝에 둘 사이에는 딸이 하나 태어났다. 그러나 아내의 트라우마와 우울증, 결혼생활과 육아의 가치관이 부딪혀 그 둘은 결혼생활 내내 싸움을 반복하다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고. 

“더 빨리 이혼할 걸 그랬어요”라고 말하는 명석 씨의 말에 나는 ‘그래도 끝까지 가정을 지켰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땐 명석 씨가 약간 이기적으로 보였달까. 

현재 명석 씨의 전 부인은 재혼했고, 둘 사이 낳은 딸은 일주일에 3일씩 번갈아가면서 양육한다고 했다. 명석 씨가 3일, 명석 씨의 전 부인과 재혼한 남편이 3일씩 돌보는 식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가장 먼저 아이의 정서가 걱정됐다. 아이는 지금 누구도 마음 놓고 의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가 엄마나 아빠에게 한 번도 보챈 적이 없다고 한다. 아마 보채봤자 달라질 것 없는 상황을 반복해 겪었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얼마 전 교회에서 명석 씨의 딸이 명석 씨에게 발길질하는 것을 목격했다. 주변의 시선을 느낀 명석 씨는 아이에게 발길질하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재밌다는 표정으로 아빠의 머리를 잡아당기고 발길질을 이어갔다. 

나라면 아이에게 정확하게 훈육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하면 안 되는 행동과 해도 되는 행동을 알려줄 것이다. 그것이 부모의 도리일진대, 어째서 명석 씨는 가만히 있는지 이상했다. 

우연찮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명석 씨에게 질문할 기회가 생겼다. 나는 이렇게 물었다. 

“왜 아이를 혼내지 않았어요? 아이가 잘못했을 때 부모가 혼내지 않으면 더 좋지 않은데, 그리고 사람들이 명석 씨의 아이더러 버릇없다고 이야기 하면 기분이 나쁘잖아요.”

명석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베이비뉴스
당신을 비난할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베이비뉴스

“알아요. 아이가 버릇없이 행동한다는 것을요. 근데 혼을 못 내겠어요. 혼내면 아이가 나한테 상처받아서 ‘이제 아빠 집에 안 올 거야’라고 할 것 같아 두렵거든요. 그래서 알면서도 그냥 다 이해해주고 있어요. 아이가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다시 제게 돌아와 엄마와 새아빠와 함께 어디를 다녀오고, 무슨 선물을 받았다고 자랑하면 나는 아이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고 더 좋은 선물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가 버릇 없이 굴어도 그냥 두고 보고 있어요.”

딸을 사랑하는 그의 태도나 방식이 다소 왜곡된 것처럼 느껴졌으나,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그의 마음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갔다. 명석 씨는 말을 마저 이어갔다.

“사랑이 엄마는 사랑이와 매일 붙어있으니 가끔 귀찮을 때도 있겠죠? 하지만 사랑이를 보면 엄마를 굳게 신뢰하고 있다는 게 보여요. 사랑이가 엄마한테 혼날 때 ‘엄마가 나를 싫어해서 혼내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혼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보이거든요. 아마 사랑이 엄마는 제 마음을 모를 거예요. 저는 그 단단한 신뢰가 부럽네요. 저와 딸은 언제쯤 그런 관계가 될 수 있을까요. 너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명석 씨가 ‘이기적’이라고 했던 말을 취소하고 싶다. 당사자만 아는 고충이 있는데 나 역시 너무 세상의 기준에 따라 그를 판단했던 건 아니었을까. 명석 씨의 입장이 됐을 때 명석 씨만큼 고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아이와 관계에서 두려운 마음으로 떨리는 그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명석 씨는 지금도 전 부인과 3일씩 번갈아 가며 아이를 돌본다. 부부 관계는 이미 끝났지만 아이에 대한 사랑은 여전히 넘침을, 그리고 ‘남들이 뭐래도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어’라는 마음을 그런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혼한 부부가 3일씩 번갈아 아이를 돌보는 그들의 방식에 돌을 던질 사람 누구인가. 어째서 아이 입장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냐고 비난할 자는 누구인가. 명석 씨와 그의 전 부인처럼 살아가는 일이 과연 쉬운가.

나는 그저 명석 씨와 그의 전 부인과, 그리고 그들의 아이가 서로 살아가고 사랑하는 모습을 묵묵히 응원하기로 했다. 나 역시 그들처럼 아이에게 반쪽 짜리 사랑을 주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매일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칼럼니스트 차은아는 7년째 혼자 당당하게 딸아이를 키우고 있다. 시골에서 태어났지만 어설픈 아메리카 마인드가 듬뿍 들어간 쿨내 진동하는 싱글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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