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산권으로서 임신중단 권리, ‘인권’으로 명시해야”
“재생산권으로서 임신중단 권리, ‘인권’으로 명시해야”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05.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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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 토론회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10일 서울 불광동 여성정책연구원에서 토론회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가 있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0일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토론회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가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11일 형법에 명시된 낙태죄 처벌 조항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해석하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낙태죄 처벌을 명시한 법은 개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9일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국제회의장에서 토론회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정부의 정책 과제와 국회의 입법 방향을 알아볼 수 있는 자리로 꾸며졌다.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랫동안 우리나라 가족계획이나 산아제한이 피임이 아니라 낙태로 유지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공공연하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며 “논의한 적이 없는 현실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현실을 앞서서 논의하고 해결하는 건 당연한 과제”라며 이번 토론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1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에서 김동식 연구위원은 세계 낙태 정책을 확인하고, 정책 방향과 과제를 제안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에서 김동식 연구위원은 세계 낙태 정책을 확인하고, 정책 방향과 과제를 제안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2000년 이후 낙태 허용방안 확대 추세… 여성 권리·생활상황 검토해 판단해야” 

‘낙태죄 결정 이후 재생산권 보장을 위한 정책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발표한 김동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낙태 정책으로 여성의 재생산권과 관련한 쟁점을 확인하고,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고려돼야 할 정책 방향과 과제를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182개국 데이터를 분석해 선진국일수록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방법에 따른 ‘안전한 낙태’가 이뤄지고 있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이와 함께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낙태 허용 방향은 사회경제적 사유 또는 임부의 요청이 있는 경우 쪽으로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임신 12주 이하에 임신 중절 시술을 하는 경우가 한국은 95.3%로, 낙태를 법으로 허용하고 있는 미국의 94.6%와 차이가 없었다”며 “어떤 기준으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여성의 권리나 생활 상황을 검토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낙태 시술 결정시기가 비자발적으로 연기되는 부분도 있다”며 여러 요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해 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조사에서 임신중단 경험자 중 39.8%가 ‘임신중절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OECD 회원국 중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아이슬란드, 프랑스 등은 낙태 시술 전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 연구위원은 의무 상담과 숙려기간이 “임신 2기(20주 전후) 낙태 비율을 증가시킨다”며 “임부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재생산 건강 및 권리에 침해를 가할 수 있는 요인으로 김 연구위원은 임신중단 허용 시기의 사유별 제한과 상담과 숙려기간의 의무화, 시술 가능 의료기관의 지정과 방법의 제한, 그리고 배우자 및 보호자 동의 요구 등을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권리는 배우면서 실천하는 것”이라며, “권리에 대한 개념을 제도 안에서 실천할 수 있게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일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토론회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에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여성가족부 담당자가 참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10일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토론회 ‘처벌에서 권리 보장으로-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의 의의와 정책과제’에는 국회 입법조사처와 여성가족부 담당자가 참석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 “자기결정권·재생산권 함께 논의해야… 본인 요청 준하는 수준으로 허용 예상”

헌재 판결 이후 15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모자보건법·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을 뿐이다.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발표 직후, 낙태죄 폐지 운동을 해온 여성단체들에서 ‘헌재 의견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으로 제출될 법안은 더 폭넓은 논의를 담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윤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4인의 재판관의 의견을 인용해 입법 과제를 제시했다. 재판관들은 판결문에서 ‘태아의 생명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결정가능기간과 사회·경제적 사유를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과 같은 절차적 요건을 추가할 것인지’ 등을 판단할 것을 주문했다.

전 조사관은 낙태죄 폐지 시 쟁점사안을 ▲결정주체의 문제 ▲낙태허용의 사회경제적 사유 ▲낙태 허용의 절차적 구성요건 등으로 정리하고, 향후 입법 개선 방향으로 ▲동의낙태조항 ▲사회경제적 사유와 여성의 요청 ▲안전한 인공유산 시스템의 보장과 지원 ▲임신유지와 출산에 대한 재생산 권리를 언급했다.

아울러 “낙태에 대한 자기결정뿐 아니라 임신의 유지·출산 결정에 따른 재생산 권리 확보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절 시술 관련 부처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자리에 참석해 낙태죄 개정과 관련해 의견을 듣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조민경 여성가족부 여성정책과장은 “헌재의 결정을 최대한 여성의 건강권 문제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임신중절 허용 사유를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헌재에서 폭넓게 그 사유에 대해 말했고,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유도 있기 때문에 본인 요청에 준하는 기준으로 진행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임신 중절 제도와 관련해 위기임신 상담 지원을 준비하고 성·인권교육 시범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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