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끄고 그림책을 펼치자
TV를 끄고 그림책을 펼치자
  • 기고 = 김명숙
  • 승인 2012.08.29 13: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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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인간다운 감성’을 길러주는 가장 좋은 도구

[연재] 나무발전소 김명숙 대표의 워킹맘 독서 생존기


“그림책을 좋아하시나요?” 「마음 흐린 날에는 그림책을 펴세요」의 작가 야나기 구니오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그림책을 읽는 시기가 세 번 정도 찾아온다고 했다. 아이였을 때,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인생 후반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그림책은 전생에 걸쳐서 읽어야할 책이라는 말이다. “그림책은 아이들이 읽는 책 아닌가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아이를 위해 그림책을 구해 열심히 읽어주기 전까지 필자도 그런 편견을 가지고 그림책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림책의 가치를 눈뜬 지금은 할머니가 되어도 그림책을 펼쳐볼 생각이다.

 
사실 필자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아이 주위에 늘 ‘적절한 도움’들이 있었기 때문에 책읽기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과 주위 어른들이 늘 아기 주변을 오갔기 때문에 그림책 없이도 아기를 상대해줄 사람이 많았다. 바로 옆에 논과 밭과 강이 있어서 많은 식물이 자라고 새와 곤충이 있었기 때문에 아기가 흥미를 갖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거나 소리를 지르면 어른이 그것에 응해 말을 걸고 노래를 불러주는 것도 지극히 자연스럽게 여겼다.


그러나 현대의 도시생활은 어떤가. 낮 동안은 엄마 혼자서 아기에게 말을 걸려 해도 이내 밑천이 떨어진다. 아기를 달래는 말이나 자장가, 전래 동요를 알지 못한다. 육아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는 채로 어른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기 때문에 그런 지식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 아직 말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부모도 많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상상력은 인간의 고동 사고를 가능케 하는 메타 지능과 연결된다. 충동, 분노를 조절하고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정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메타 지능이다. 아이에게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맛보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상상력은 인간의 고동 사고를 가능케 하는 메타 지능과 연결된다. 충동, 분노를 조절하고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정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메타 지능이다. 아이에게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맛보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마쯔이 다다시의 「어린이 그림책의 세계」에서는 생후 10개월 정도부터 아기들이 그림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경험상 돌 무렵부터 그림책을 읽어 주면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반응에 관계없이 아기에게 사람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눈을 맞추고 반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쁜 딸을 낳은 후배가 젖을 물리면서 TV를 시청한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기에게 TV를 비롯한 기계음은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생후 24개월 전에는 TV기기에 아이를 노출시키지 말라고 한다.


텔레비전만 보고 자란 아기는 주위 사람들에게 애착을 갖지 않고 서로 감정을 나누는 것을 모른다. 말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듣고 반응하는 것인데 TV와 같은 기계에 나오는 소리는 그런 훈련을 방해한다. 언어습득이 중요한 유아기에 이런 기계음은 청지각 안착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다. 부모가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그림책을 매개체로 삼으면 쉽게 통하고 서로의 애정도 깊어져 아기와의 대화를 즐겁게 꾸려갈 수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의 즐거운 커뮤니케이션을 실현하는 일은 아기가 인간답게 성장하는 기초를 닦는 일이다.


아이가 그림과 말에 흥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림은 선명하고, 말에는 리듬감이 있는 것이 좋다. 똑똑, 데굴데굴, 야옹야옹 하는 동음 반복에 의한 리드미컬한 의성어와 의태어부터 친숙해 지도록 반복해서 읽어주면 아이는 재밌어 한다.


그 다음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상상력이다. 영상매체에 무차별로 노출된 아이들은 누가 만들어준 영상 없이는 머릿속에서 그리고 생생하게 느끼는 걸 매우 어려워한다. 글자를 읽은 수 있는 나이가 되어도 혼자 책 읽는 걸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이것은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다. 글자를 소리로 변환할 수 있는 것과 그것을 단어로서 이해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을뿐더러, 그 내용에 상상력을 발휘해 감정을 움직이고 하나의 체험으로 이끌기는 더욱 어려운 일. 그런 어려운 일을 즐겁게 시작하는 방법은 부모가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상상력과 감정을 표현해 본보기로 보여주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어떤 것을 기뻐하고, 무엇으로 화를 내고, 무엇을 슬퍼하고, 어떤 말을 멋지다고 느끼는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다양한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총동원해서 머릿속에서 미래상을 그려내는 것이 상상력인데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이런 자발적인 행위를 가능케 한다. 상상력은 인간의 고등 사고를 가능케 하는 메타 지능과 연결된다. 충동, 분노를 조절하고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정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메타 지능인데, 이 메타지능은 특히 사춘기를 원만히 넘길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아이에게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맛보게 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TV를 끄고 그림책을 펴자.

 

내 맘대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 그림책

 

 

「수호의 하얀말」 (오츠카 유우조 글, 아카바 수에키치 그림, 이영준 옮김, 한림출판사)


 “그림책은 회화처럼 공간적이면서 영화처럼 시간적인 이미지들이 시의 언어와 만나는 일종의 종합 예술이다.” 어린이책 평론가 최윤정의 말을 떠올리게 되는 그림책. 몽골의 전통 악기 마두금에 얽힌 슬픈 전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원근감 있는 동양 화풍의 그림으로 대륙의 민담을 아름답게 완성했다.

 

 

「사과나무」 (미라 로베 글, 안겔리카 카우프만 그림, 한국몬테소리)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의 사랑스러운 그림책. 과수원밭으로 나비, 새들, 두더지, 애벌레들이 찾아온다. 과수원 나무들은 모두들 열매맺기 바빠 자기 곁에 둥지를 트는 걸 싫어하는데 한 그루 사과나무만이 괜찮다고 다 괜찮다고 생명들을 품어준다. 쓸쓸한 겨울이 왔지만 한그루 사과나무에서는 즐거운 생명들의 합창이 들여온다.

 

「강아지똥」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길벗어린이)

 

아이가 이 책을 좋아해서 얼마나 많이 읽어주었는지 모른다. 어느 봄날 민들레가 강아지똥에게 말한다 “네 몸뚱이를 고스란히 녹여 내 몸속으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만 별처럼 고운 꽃이 핀단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강아지똥은 민들레를 와락 껴안으며 기뻐한다. 이 대목에서 아이를 꼭 안아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언제까지나 나를 사랑해」 (로버트 먼치 글, 안토니 루이스 그림, 김숙 옮김, 북뱅크)


미국에서 1,500만부 이상이 판매된 베스트셀러 그림책. 한 아이가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해나가까지 엄마의 변함없는 사랑을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로 시작하는 노래를 통해 들려준다. 아이는 아빠가 되고 엄마는 할머니가 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장화 쓴 공주님」 (신미아 글 그림, 느림보)

 

벌거벗은 임금님이야기는 알고 있을 것이다. 외양 꾸미기를 좋아하다가 톡톡히 망신을 당한 임금님은 딸에게 절대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말라고 당부한다. 옷 대신에 기상천외한 헤어스타일 꾸미기를 즐기다 장화까지 뒤집어쓴 공주, 마지막 장면의 상큼한 반전이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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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x**** 2012-08-31 15:38:00
책을 많이 읽어야하는데..
이상하게도 잘 지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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