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기피 사회, 노동-돌봄 같이 책임질 때 해결된다"
"결혼 기피 사회, 노동-돌봄 같이 책임질 때 해결된다"
  • 김재희 기자
  • 승인 2019.12.13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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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저출산 시대 해법, 성평등이 답이다’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서울 관철동 종로 내일캠퍼스에서 12일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 관철동 종로 내일캠퍼스에서 12일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이 열렸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정부가 내년 연말 발표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하 4차 기본계획)은 ‘노동-돌봄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주장이 나왔다. 성인 남녀 누구나 ‘일도 하면서 돌봄도 수행하는 모델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청년세대가 느끼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담을 더는 한편, 한부모나 비혼부모 등 가족 형태에 상관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정책에 접근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12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서울 관철동 종로 내일캠퍼스에서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 ‘저출산 시대 해법, 성평등이 답이다’를 열었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하 3차 기본계획)은 2020년에 끝이 난다. 문재인 정부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한 수정판을 지난 2월 의결했다. 이 안은 ‘성평등’과 ‘삶의 질’이라는 가치를 담아 저출산 해결 정책에 패러다임 전환을 꾀했다.

◇ “남녀 상관없이 일-돌봄 함께하는 ‘1+1 모델’로 전환해야”

12일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 송다영 교수는 성인지적 평가틀을 제4차 기본계획에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에서 송다영 교수는 성인지적 평가틀을 제4차 기본계획에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12일 포럼에서 송다영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전제를 생산(노동)과 재생산(돌봄) 두 날개로 나는 새로 비유했다. 송 교수는 “여성들은 노동시장에서 불안정한 지위에서 일을 하면서도 돌봄 영역 부담은 혼자 짊어져야 하니까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는 모든 성인이 남녀와 상관 없이 일과 돌봄을 함께하는 ‘1+1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한국사회가 저출산을 초래하는 위험 요인을 경제적 빈곤, 시간 빈곤, 관계 빈곤으로 분류했다.

경제적 빈곤은 일자리가 없거나 소득이 낮거나, 추가소득을 위해 일해야만 하는 경우를 말한다. 시간 빈곤은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해서 다른 여유시간이 없거나, 불평등한 돌봄책임 분배로 독박 돌봄을 수행해야 하는 경우 발생한다. 관계 빈곤은 일 이외에 자기계발이나 여유를 누리지 못하거나, 높은 주거비, 교육비 등 때문에 가족이 단지 기능적으로 돌아가게 되는 경우다. 

그러면서 “불안정한 한국 사회의 환경은 남녀 모두에게 닥친 것이지만, 여성들은 추가적인 위험을 느끼고 있다”며 “모든 사람들이 일하고 자신과 가족을 돌보는, 지속가능한 개인의 삶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사람들이 임신과 출산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성통합적·성평등적인 원칙’에 있음을 강조했다.

3차 기본계획 수정판도 이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송 교수는 “(이전과)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여성을 출산자로 대상화 ▲노동시장에서 여성만을 양육자로 호명 ▲돌봄 부담을 누구에게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 부재 ▲소득·젠더 불평등에 대한 개선 부족 등의 이유 때문이다.

송 교수는 여성학자 조안 트론토가 주장한 ‘돌봄 민주주의’를 언급했다. “성평등을 위해서 돌봄책임을 탈성별화해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면서 사적·공적 영역에서 남성의 돌봄 당사자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관철동 종로 내일캠퍼스에서 열린 12일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서울 관철동 종로 내일캠퍼스에서 열린 12일 제21차 저출산고령화 포럼은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서종민 기자 ⓒ베이비뉴스

◇ “육아휴직 다녀오면 놀다 온 사람 취급… 직무평가 개선해야”

따라서 송 교수는 성인지적 관점의 평가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할 지원 평등성, 사회적 평등성, 정책요구로 나눠 성평등 달성도를 점검하는 것. 송 교수는 평가틀을 '성별에 따라 무게가 다른 생산과 재생산 책임을 두 성별에 동일하게 분배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음과 동시에, 젠더 질서의 변화를 꾀할 수 있는지도 함께 평가하는 도구'라는 의미에서 제안했다.

송 교수는 성인지적 평가틀로 3차 기본계획안을 평가한 결과를 '여성의 재생산을 주로 지원하고, 전략적인 젠더적 변화보다는 기존의 젠더 질서를 따르는 지원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남성 난임 지원 ▲배우자 출산휴가 강화 ▲국민연금 출산 크레딧 여성 수급율 확대 등 평가틀을 토대로 해서 높은 정도의 성평등 목표 달성을 기대하는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남성 난임 지원’은 난임 치료에 있어서 남성의 노력 정도를 끌어올리는 한편, 긴 노동시간과 높은 업무강도를 해결해 사회적 차원으로 난임정책을 끌어가는 폭넓은 방식으로, 송 교수가 제안한 것이다.

김은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저출산연구센터장은 송 교수의 정책분석틀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많은 정책영역에서 성평등은 다른 정책영역과 병렬적으로 제시가능한 정책 영역으로 다뤄진다”고 설명하면서, “성평등은 특정한 정책 영역이 아니라 관점이며, 모든 영역의 정책에서 반영돼야 할 방향과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영범 한성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 자체가 일이 일을 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람이 일을 하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조직에서 놀러갔다 온 사람처럼 된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학벌이나 연공이 아닌 직무로 개인을 평가해야 한다”며 “이같은 직무평가가 가능해지면 경력단절 상관없이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주 40시간 체제 하의 경직적인 기업문화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일 자율권이 개선이 안 되면 여성이 일을 하기 힘들다”면서 “완전자율근무가 실현돼야 기업이 여성을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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