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아이 키우러 왔어요, 조금 '특별한' 이 아이를요
제주에 아이 키우러 왔어요, 조금 '특별한' 이 아이를요
  • 칼럼니스트 김덕화
  • 승인 2020.01.09 14: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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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발달장애 아이 키우기] 왜 하필, 제주였냐고요?

우리 가족은 지난 2018년 2월 서울에서 제주도로 이주했습니다. 그때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한 달 남겨둔 때였습니다. 제주도가 '힐링의 아이콘'이 되면서 도시 생활을 박차고 제주도로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본격적인 공교육의 시작인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낯선 제주도로 내려간다는 것이 사람들 눈에 이상하게 보였나 봐요.

왜 제주도에 가냐, 가서 뭐 먹고 살 거냐, 아이 치료는 어쩔 거냐…. 많은 질문을 뒤로하고, "1년만 살다가 다시 올게"라는 대답을 하고 제주에 내려왔습니다. 제주도에 와서도 질문은 이어졌습니다. 입학을 하니,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들 역시 ‘왜 서울에서 살다가 제주도로 왔냐’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봅니다.

"제주도에서 아이를 키우려고 왔어요."

남편과 저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이 말은 순도 100%의 진심입니다. 저는 서울에서 학교를 나왔고, 직장을 다녔으며, 역시 서울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았습니다. 제 인생의 절반은 서울에서 살아온 셈입니다. 남편은 그보다 더 긴 시간을 서울에서 살았고요. 그럼에도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기로 한 것은 우리 아이가 조금 '특별한 아이'이기 때문입니다.

◇ 초등학교 입학 전 결정한 제주살이… "아이가 행복해했거든요"

집 앞에 펼쳐진 제주의 너른 바다. ⓒ김덕화
집 앞에 펼쳐진 제주의 너른 바다. ⓒ김덕화

우리 아이는 발달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돌 무렵 병원에서 발달지연 진단을 받고, 6살에는 장애등록을 했습니다. 태어난 순간부터 예민한 기질을 가진 아이를 돌보느라 저는 인생 최저 몸무게를 기록하며 고군분투했고, 장애를 확인한 다음에는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때론 우주의 기운까지 끌어모아서 치료 교육에 힘을 썼습니다. 아이는 너무나 더디게 성장했지만 작은 발전에 기뻐하며 그렇게 7년을 보냈습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보통의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가정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가 다른 발달장애 가족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의 장애를 처음부터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발달장애라는 말은 가족들에게 ‘천형’과도 같은 의미입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과 절망을 겪다가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치료에 온 힘을 기울입니다. 언어치료, 감각통합, 놀이, 미술, 음악, 특수체육, 심리운동 등 수많은 치료의 시간을 수년간, 혹은 그 이상 보내게 됩니다.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은 점점 절망으로, 그리고 장애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순응의 단계를 거치게 되지요.

저희 부부는 발달장애라고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였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이런 우리가 이상하다고 했어요. 아이를 왜 포기하느냐고, 왜 희망을 품지 않느냐고요.

그러나 저희는 아이를 포기한 적도, 희망을 버린 적도 없습니다. 장애라고 하니 그 장애를 받아들이고, 아이에게 맞는 교육과 치료(사실 치료라는 말도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를 열심히 했습니다. 장애를 인정하지만 아이가 부족한 부분은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예민한 감각 조절을 위해 감각통합 훈련을 하고, 대소근육 운동을 하고, 언어치료도 꾸준히 했습니다. 다만, 장애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아이가 느리게 성장하는 것에 조바심을 내지 않았고, 아이가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에 집중하며 아이를 키워왔어요. 그 덕분에 우리 가족은 우는 날보다는 웃는 날이 많았습니다.

이렇게 노력 했지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니 더 걱정이 깊어지더군요. 아이가 과연 초등학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학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을까? 조용한 교실에서 혼자 소리 내고 돌아다니다가 혼나지는 않을까? 무엇보다 이제 입학을 하면 멈추지 않은 열차에 올라탄 것처럼 바쁜 학교생활이 쭉 이어질 텐데, 이 속도에 아이가 버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컸습니다. 우리 아이의 속도는 느리기만 한데, 남들의 속도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침 제주도에는 몇 년 전 이주한 언니가 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우리 가족은 1년에 몇 번이나 제주도 장기여행을 하며 제주살이를 체험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이가 너무 행복해하더군요. 치료실도 안 가고, 엄마 아빠랑 종일 놀기만 하니 아이는 얼마나 좋았겠어요. 신기하게도 제주도에만 다녀오면 아이는 못 하던 말을 하고 훌쩍 큰 모습을 보여줬어요. 우리 가족은 제주도를 떠나올 때마다 ‘여기서 살고 싶다’라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래, 안 될 게 뭐야. 제주도에서 살아보자!

◇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속도와 온도를 제주에서 찾았습니다 

숲이 놀이터가 되는 곳, 제주. 이곳에서 우리는 조금 특별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김덕화
숲이 놀이터가 되는 곳, 제주. 이곳에서 우리는 조금 특별한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김덕화

우리 부부는 아이의 입학문제를 고민한 끝에 제주도에서 일단 살아 보기로 결론을 맺었습니다. 처음엔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유예 하고, 제주도 자연 속에서 놀아볼 생각이었어요. 어차피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평생 다른 속도로 살아갈 텐데 조금 천천히 가면 어떠냐는 심정이었지요. 결국엔 초등학교 유예 대신 입학하게 되었지만 그렇게 우리 가족은 느린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찾아 제주도에 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1년을 산 소감이 어떠냐고요? 우리 가족은 2년 계약한 제주도 집을 얼마 전 재계약 했습니다. 이제는 서울에 다시 돌아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아이에게,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느린 속도와 따뜻한 온도를 이곳 제주도에서 찾았거든요!

*칼럼니스트 김덕화는 제주에서 열 살 발달장애 남자아이를 키우는 엄마입니다. 2년 전 제주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덜컥 제주도로 가족이 이주해서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주원이를 더 잘 이해하고, 세상에 주원이를 더 잘 이해시키고 싶어서 관심을 가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책읽기선생님, 장애이해교육강사, 발달장애이해 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공동저자가 돼 있네요. 다양한 매체에서 잡지를 만든 경험이 있고, 지금까지 아이를 키우며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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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j**** 2020-01-10 12:26:04
훌륭한 글이군요. 제주에서 사는 저로서는 공감이 많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