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로 '마스크'라니… 신종 코로나가 만든 웃픈 현실
생일선물로 '마스크'라니… 신종 코로나가 만든 웃픈 현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0.02.04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마스크 #손세정제 #손소독제 #위생용품 #방역용품 #가격폭등 #사재기 #시민의식 #기부문화

얼마 전 아이 친구 생일파티에 다녀왔다. 그 파티에서는 정말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볼 수 없었던 희귀한 장면이 펼쳐졌다. 엄마와 아이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모여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생일 선물로 마스크, 휴대용 세정제, 면역력 강화 영양제 등이 오갔다. 아이 생일파티에서 장난감이나 옷이나 신발이 아닌 위생용품을 선물로 주는 상황이 오다니…. 울지도 웃지도 못할 현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지난 우리 아이의 생일에 답례품으로 손 소독제를 나눠준 기억이 있다. 이런 모습이 앞으로는 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사태 이후 위생용품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사재기와 일부 유통업체의 매점매석 때문이다. ⓒ베이비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 사태 이후 위생용품 품귀 현상이 일어났다. 사재기와 일부 유통업체의 매점매석 때문이다. ⓒ베이비뉴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어린이집·유치원 휴원, 초등학교 개학 연기 등 일부 지역의 비상조치가 강화되면서 결국 이번 사태가 오래갈 조짐이 보인다. 우려가 현실이 되자 당장 급한 것은 마스크, 손 소독제와 같은 개인 위생용품이다.

그런데 가격이 평소보다 2~3배 높아진 것은 물론, 그나마도 품절 대란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설상가상 ‘우한 폐렴용’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스크도 등장하고, KF94가 아니면 무용지물이라는 이야기들도 있으며, 병원에서 제작했다는 마스크는 일찌감치 품절이다. 게다가 유아·어린이용 마스크는 성인용보다 더욱 빨리 동이 나니 부모들의 마음은 더욱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나는 평소 미세먼지 등에 대비해 마스크와 세정제 등을 상비하곤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앞으로 두세 달가량을 버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일부 비양심적인 마스크 생산 업체가 기존 판매가보다 훨씬 비싼 금액으로 마스크를 중국 도매상에게 넘겼다는 소식을 비롯해 사람들이 사재기를 해서 마스크와 세정제를 시중에서 구할 수 없다는 등의 보도가 이어지니 오히려 ‘아직 집에 남은 것이 있으니 천천히 지켜본 뒤 구매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 같은 사람들의 구매까지 더욱 재촉하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이렇게 일단 사고 보는 것이 현명한 대처일까?

◇ 지금은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때

마스크를 쓰고도 신나게 달리며 노는 우리 아이. 시국이 불안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여상미
마스크를 쓰고도 신나게 달리며 노는 우리 아이. 시국이 불안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여상미

나는 어렸을 때, 먼 미래의 도시에서는 산소가 부족해 산소를 생수처럼 구매하고, 마스크처럼 쓰는 형태로 산소를 공급받는다는 상상을 그림으로 그려낸 적 있다. 그게 겨우 20~30년 전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빠르게 인류에게 기후, 바이러스 등의 재난이 발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시기에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위생용품을 사재기하는 것은 도리어 모두를 수렁에 빠트리는 지름길이자, 한 치 앞밖에 모르는 어리석은 행동이 아닐까? 

전문가들은 꼭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코와 입을 잘 가릴 수 있는 마스크를 착용하면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KF(Korea Filter) 지수가 높을수록 사람들의 안심 지수도 높아지는지 구매율도, 금액도 일반 마스크보다 훨씬 높다. 실제로 KF94 마스크 개당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올랐다고 한다.

일부 업체에서는 품절이라며 주문을 자체 취소한 뒤 소비자에게 개별 연락해 (가격을 올린 만큼의) 차액을 입금하면 물건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대량 판매가 장점인 홈쇼핑에서도 미리 확보해 둔 물량의 방송이 끝난 후에는 당분간 마스크 제품 편성은 어렵다고 했다. 다음 판매 일정은 전혀 기약이 없다.

정부에서는 뒤늦게 이러한 개인 위생용품을 매점매석해 가격 폭등을 유발하는 유통업자를 단속하겠다고 나섰지만 이미 누군가에게는 넘치고, 누군가는 부족한 물품을 어떻게 공평하게 나눌 수 있을까? 하지만 이제라도 막을 수 있다면 전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이익을 챙기는 비양심적인 상업 행위가 근절되었으면 좋겠다.

반면 따뜻한 사례도 있다. 익명의 기증자가 어려운 이웃을 위해 대량의 마스크를 기부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소식이 그렇다. 우리가 좀 더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지고 이런 나눔에 더 많이 동참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든다면 지금의 고난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으리라! 수많은 전쟁과 침략의 역사 속에서도 이제껏 잘 버텨온 우리나라, 한민족의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베사모의 회원이 되어주세요!

베이비뉴스는 창간 때부터 클린광고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작은 언론으로서 쉬운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이비뉴스는 앞으로도 기사 읽는데 불편한 광고는 싣지 않겠습니다.
베이비뉴스는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대안언론입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에 동참해주세요. 여러분의 기사후원 참여는 아름다운 나비효과를 만들 것입니다.

베이비뉴스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베이비뉴스와 친구해요!

많이 본 베이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78 경찰공제회 자람빌딩 B1
  • 대표전화 : 02-3443-3346
  • 팩스 : 02-3443-3347
  • 맘스클래스문의 : 1599-0535
  • 이메일 : pr@ibabynews.com
  • 법인명: 베이컨(주)
  • 사업자등록번호 : ​211-88-48112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 01331
  • 등록(발행)일 : 2010-08-20
  • 발행·편집인 : 소장섭
  • 저작권자 © 베이비뉴스(www.ibaby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개인정보보호 배상책임보험가입(10억원보상한도, 소프트웨어공제조합)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유미 실장
  • Copyright © 2024 베이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ibaby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