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하는 가사·돌봄·감정·꾸밈노동… '이제 그만!'
여성만 하는 가사·돌봄·감정·꾸밈노동… '이제 그만!'
  • 김재희 기자
  • 승인 2020.02.07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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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3시 STOP’ 여성파업 선포 기자회견

【베이비뉴스 김재희 기자】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시 STOP 공동행동’의 여성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3시 STOP 공동행동’의 여성 파업 선언 기자회견이 있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누군가로부터 온전히 돌봄 받는 정규직 남성노동자가 노동자의 기본모델로 상정되는 한 여성의 이중노동 고리를 끊을 수 없다. 우리는 여성들에게만 과도하게 무급으로 부과되는 노동들을 거부한다.”

‘3시 STOP 공동행동’은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파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파업 선언은 오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위한 사전활동으로, 4주간의 개별파업으로 진행된다. 여성들에게만 부당하게 요구되었던 감정노동, 꾸밈노동, 독박 가사-돌봄노동에 대한 파업이다. 

전국여성노조, 전국여성연대, 한국여성민우회 등 14개 단체가 연대하는 ‘3시 STOP 공동행동’은 2017년부터 오후 3시 조기퇴근시위를 진행해왔다. ‘오후 3시’인 이유는 대한민국 성별임금격차 34.6%를 노동시간에 반영해, 여성은 오후 3시까지만 일하겠다는 의미에서다. 

‘3시 STOP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저평가된 여성의 노동은 언제나 국가 경제발전의 도구”라며 “여성의 저임금으로 한국경제는 눈부신 발전을 해왔지만 여성은 그 과실을 나누어 받은 경험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이 생계부양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채용부터 성차별이 시작된다”고 진단한 이들은 “성별임금격차는 여성의 종속을 강화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합작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7일 기자회견에서 모윤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여성을 당당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7일 기자회견에서 모윤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여성을 당당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모윤숙 전국여성노동조합 사무처장은 독박 가사-돌봄 노동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모 처장은 “주 52시간 이상 일을 제한하는 요즘 세상에 여성들은 매주 90시간 이상 노동을 하고 있지만, 무보수로 일하는 시간이 반”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은 임금노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사와 돌봄의 전담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한 모 처장은 “성역할 고정관념은 업무에서의 성차별을 낳고 여성의 노동을 부수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성은 누군가를 수발하고 보조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며 “당당한 한 사람의 노동자로 바라보고 평가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 ‘시간제·돌봄 노동·비정규직’ 삼중 차별의 설움도, 업무 관계없는 꾸밈도 여성만

이 자리에서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로 일하는 홍순영 씨는 ‘시간제·돌봄 노동·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삼중의 차별을 겪는 비정규직 일자리의 현실을 발언했다. 

시간제 돌봄전담사는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228일 동안 진행된 농성은 서울시교육청과 2012학년도부터 휴게시간 30분을 유급으로 부여하는 것에 합의하고 이 조건으로 종료했다.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 홍순영 씨는 7일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돌봄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발언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시간제 초등돌봄전담사 홍순영 씨는 7일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돌봄노동자의 현실에 대해 발언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을 볼모로 파업을 한다는 비난에도 계속 싸웠던 이유는 내 일자리뿐만 아니라 내 자녀, 내가 돌보는 아이들의 미래 일자리가 조금 더 나은 일자리가 되길 바랐기 때문입니다.”

홍 씨는 “이중삼중 차별 받는 여성 노동자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파업과 투쟁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며 “여성의 노동이 얼마나 저평가되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알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성들이 일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의 일자리가 개선되고 여성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는 그 날을 위해 시간제 돌봄전담사들은 앞장서서 함께 투쟁하겠다”며 연대를 약속했다.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활동가 김하나 씨는 이번 파업에서 ‘꾸밈노동’을 거부하겠다는 내용으로 발언했다. 김 씨는 “나의 예의 바름은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는 나의 태도와 노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며 “파운데이션과, 마스카라, 립스틱에서 비롯한다”며 꾸밈노동을 강요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조직에서 발휘되는 업무능력은 화장유무와는 별개이고 구성원과의 관계는 타인의 외형평가로 쉽게 뒤틀린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내가 강요받는 외형꾸밈이 실제 업무 수행과 상관없이 단지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강요받는다는 사실을 그들도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3시 STOP 공동행동'은 7일 기자회견 후 '3월 6일 오후 3시 여성파업 선언'을 위한 퍼포먼스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진행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3시 STOP 공동행동'은 7일 기자회견 후 '3월 6일 오후 3시 여성파업 선언'을 위한 퍼포먼스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진행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한편, ‘3시 STOP 공동행동’은 주간별 파업일정을 밝혔다. 오는 10일부터 ‘감정노동파업’을 시작으로, 17일부터 ‘꾸밈노동파업’, 24일부터는 ‘독박 가사-돌봄노동파업’, 다음달 2일부터는 ‘여성노동자 현장투쟁’에 나선다. 4주차 여성노동자 현장투쟁은 “언론과 미디어에서 접한 여성노동자들의 파업을 연대하고 지지하는 활동”으로, “성차별적인 나의 일터에 반기를 드는 파업”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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