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의 ‘그 클럽’이 ‘어떤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태원의 ‘그 클럽’이 ‘어떤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 칼럼니스트 여상미
  • 승인 2020.05.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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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등교개학 #개학연기 #추가연기 #코로나19 #확진자증가 #교육부 #이태원클럽 #집단감염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해지나 싶었는데, 순간의 방심은 그간의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아이들은 다섯 달째 집에서 방학 아닌 방학을 보내고 있다. 공부는 둘째치더라도 한참 또래들과 어울리고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영문도 모른 채 집에만 갇혀 지내야 했다. 나 역시 최근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있다는 소식에 조심스럽게 외출했지만, 그것도 캠핑 정도의,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주변인들과 최대한 거리를 두기 위해 애를 썼다. 틈만 나면 마스크를 벗겠다고 야단인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성인인 나도 이렇게 버티기 힘든데 아이들은 오죽할까 싶은 마음이 들어 안타까운 순간도 수없이 많았다. 

현장에서 고생하는 의료진과 봉사자의 수고에 비교하면 내가 하는 일은 고작 정부가 보내는 재난 메시지에 따라 코로나19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키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모두 함께 노력하니 이만큼 왔구나 싶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것 같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했달까.

확진자의 성적 정체성이나, 그 클럽이 어떤 곳인진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안일한 태도와 이기적인 행동에서 비롯한 피해가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점에 분노할 뿐이다. ⓒ베이비뉴스
확진자의 성적 정체성이나, 그 클럽이 어떤 곳인진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의 안일한 태도와 이기적인 행동에서 비롯한 피해가 우리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점에 분노할 뿐이다. ⓒ베이비뉴스

그런데 복병이 있을 줄이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소식을 접했을 땐 이미 일일 확진자 수가 이미 50명을 넘어서는 상황이었다. 자세히 기사를 검색해 보니 성적 소수자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많았다. 나 같은 주부는 이태원의 ‘그 클럽’이 어떤 사람들이 출입하는 곳인지 전혀 몰랐지만, 이제는 기사를 통해 ‘그 클럽’이 성적 소수자들이 모인다는 장소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들이 사용하는 은어까지 불필요하게 알게 됐다. 이번 사태로 무턱대고 성적 소수자를 비난해선 안 된다는 의견, 당장 클럽 방문자들을 색출해야 한다는 의견과 더불어 개인의 성향이 드러날까 봐 검사를 피하는 사람들까지. 온 나라가 또다시 아우성에 가까운 비난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확진자가 어떤 정체성을 가진 사람인지, 어떤 종교를 가졌는지가 아니다. 그저 나는, 등교를 고작 며칠 앞두고, 전 국민이 생활 방역에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는 이 때 아무렇지 않게 마스크를 벗고, 밀폐된 공간에 모여 유흥을 즐겼다는 그들의 안일한 태도와 이기심에 분노가 치민다. 어른들이 생각 없이 한 행동에서 비롯한 피해는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이어진다. 개학이 일주일 연기됐다는데, 그러나 사실상 등교 개학 자체가 불투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학부모들의 원성도 극에 달하고 있다.

◇ 지금은 혐오하고 비난할 때 아닌, 힘들지만 고삐 다시 죄어야 할 때

일부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와 이기심이 만든 코로나19 재확산!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여상미
일부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와 이기심이 만든 코로나19 재확산! 피해자는 우리 아이들입니다. ⓒ여상미

지인 중 한 엄마는 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데,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일도 혼란스럽지만, 본인도 매번 출근 대기 상태로 지내는 상황이라 가정 생활도, 직장 생활도 제대로 못 해 엉망이라고 했다. 이미 돌봄 제도를 이용하고 있는 맞벌이 부모들도 유아의 돌봄은 사실상 보육만 가능한 상황이고 정상적인 교육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서 이렇게 놔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한 엄마는 퇴사까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긴급 구제 제도 등을 이용해 지원금을 받는 것이 눈치 보며 월급 받는 것보다 나은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 수능을 봐야 하는 고3 수험생들의 고충은 어떤가. 그리고 옆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부모들도 딱히 아이들을 도와줄 방법이 없어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위해 지금까지 노력했던 걸까? 지금의 상황은 여러 가지로 허무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부모로서 내 아이를 위해 노력해 왔다면, 앞으로도 그 끈을 놓을 수는 없을 테니까.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힘들 아이들을 위해 어른으로서 더욱 현명하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러니 지금은 혐오와 비난을 잠시 내려놓고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미래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때다. 부디 다시 힘을 모아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방역에 최선을 다해 좋은 날을 하루빨리 앞당길 수 있길 기도해 본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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