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아이의 부모가 되는 연습
모든 아이의 부모가 되는 연습
  • 기고 = 전수경
  • 승인 2012.10.31 16:5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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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만 눈에 보이는 부모에서 벗어나 봐요

[성미산마을-베이비뉴스 공동기획] 왜 공동육아가 대안인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 그대로 서울 도심에서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돼 아이를 키우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 마포구에 위치한 성미산마을이다. 최근 서울시가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에 적극 나서면서 성미산마을이 펼치고 있는 공동육아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베이비뉴스는 성미산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동육아 기획기사를 진행한다. 성미산마을 주민들이 번갈아가며 한 달에 한 번씩 공동육아를 소개하는 기고를 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성미산마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어린이집 뒷산인 성미산에서 성미산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마술놀이를 하고 있다. 아마(아빠 + 엄마) 활동 중 하나인 일일 보육교사 활동은 보육교사가 휴가 가는 날에 부모가 그 보육실 아이들을 맡아서 하루를 지내는 일일 보육교사 활동을 말한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어린이집 뒷산인 성미산에서 성미산어린이집 아이들과 함께 마술놀이를 하고 있다. 아마(아빠 + 엄마) 활동 중 하나인 일일 보육교사 활동은 보육교사가 휴가 가는 날에 부모가 그 보육실 아이들을 맡아서 하루를 지내는 일일 보육교사 활동을 말한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어릴 적 친구네 집 마당에서 구슬치기를 하고 있는데 엄마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저녁 먹어라!” 구슬을 챙겨서 일어나려는데 친구 엄마가 칼국수를 했다고 합니다.

 

엄마의 부르는 소리를 뒤로 하고 친구 집 좁은 안방에 엉덩이를 들이밉니다. 싱크대도 없는 부엌에서 만들어낸 칼국수는, 쫄깃하고 구수하고 오래된 집과 둥그런 마당과 맨드라미와 채송화의 맛이었어요.

 

친구네 동생들이 줄줄이 있었는데 나 때문에 칼국수가 모자랐을 것 같습니다. 식구 많은 집 저녁밥상에 끼어들던 열 살 여자아이는 이제 열네 살, 일곱 살 아이의 엄마가 됐네요.

 

큰 아이는 동네 어린이집을 거쳐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됐습니다. 둘째는 세 살부터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해 올해 졸업반이 됐네요. 큰 아이가 동네 어린이집 다닐 때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특별히 어렵지도 않았지만 살갑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데면데면하고 예의를 갖춰 인사하고 우리 애가 특별히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심하고 그런 정도였습니다. 둘째 아이 공동육아를 하면서부터 큰 아이 어릴 때 생각이 더 많이 나더군요.

 

큰 애가 남자아이고 성격이 순해서 그저 무탈하게 큰 게 당연한 줄 알았어요. 공동육아를 해보니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얼마나 많은 손길과 관심이 필요한지 배우게 됐죠. 큰애가 잘 자라주긴 했지만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것만 같아서 지금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공동육아에서 처음 접하는 문화충격이 ‘반말’ 사용이라고들 합니다. 존댓말이 워낙 발달하고 복잡하게 쓰이는 사회다 보니 ‘반말’ 이라는 용어자체가 주는 거부감도 있습니다.

 

실제로 쓰이는 언어는 ‘반말’이라기보다는 평어, 그냥 높이지 않은 말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높임말이 아닌 평어를 쓰면서, 편안하게 생각하고 가깝게 느끼고 궁금할 때, 도움이 필요할 때 거리끼지 않고 말을 건넬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아이만 그런 줄 알았더니 어른도 맘이 편해지고 넓어지는 경험을 합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와서 반말로 말을 건네는 아이에게 반말로 대답을 하고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제 마음에 어떤 해방감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아 나도 목에 힘주고 옳은 것만 말하고 가르치려 드는 어른 노릇’을 안 해도 되는구나 하고 깨달은 것입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 경험이 ‘아마활동’입니다. ‘아마’(아빠 + 엄마)가 선생님 휴가 가는 날에 그 방 아이들을 맡아서 하루를 지내는 일일 교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아침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아마활동을 하고 보면 내가 아이들을 맡아서 본 게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맡아 줬구나, 생각도 듭니다.

 

하루를 꽉 채워서 열 명 남짓 아이들의 교사노릇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정신세계, 놀이세계, 사회생활, 먹는 모양, 모든 걸 보게 되니까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참 많아집니다. 아이들이 초보 아마를 구워삶는 신묘함을 보여주기도 하죠.

 

아마활동을 하고 나면, 내 아이는 뚜렷하게 보이고, 다른 아이들은 흐릿하게 보이는 내 눈의 가림판이 많이 사라집니다. 아이 하나하나가 다 다르고 필요한 것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다 다름을 알게 됩니다. 책으로 보는 육아정보가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죠.

 

성격 급한 아마, 느긋한 아마, 식사예절을 중요하게 보는 아마, 잘 먹기만 하면 크게 신경 안 쓰는 아마, 아이가 울면 바로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어 하는 아마, 아이들이 해결할 때까지 지켜보는 아마, 몸이 피곤해도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를 해주느라 온 몸을 던지는 아마가 있고, 조금 물러서서 피하는 아마도 있습니다.

 

아마활동이 몇 개월에 한 번씩 돌아오는 곳도 있고, 일 년에 한두 번 돌아오는 곳도 있는데요, 아마활동이 모든 아이들의 부모로 성장하는 배움의 시간이라는 것은 같을 것입니다.

 

아마를 하는 하루 중에 가장 힘든 시간은 오후, 아이들이 낮잠에 들 때 같이 자고 싶은 유혹을 떨쳐 내고 날적이를 적어줘야 하는 시간입니다. 낮잠 후 오후 활동을 아마가 준비해간 놀이로 채워야 할 때도 힘든 시간이고요. 날적이는 아이 하나하나 노는 모습, 그날의 몸 상태 등을 잘 본 아마들은 쓰기가 좀 쉽고요, 애들 점심 메뉴 적고 먹는 모양을 날적이에 쓰는 아마들도 있고요, 아마들의 성향 따라 다채로운 날적이가 나오고 손 글씨 모양마저 다 달라서 읽는 부모들은 재미있어 합니다.

 

오후시간 아마가 준비해간 놀이를 해야 하는 시간은 긴장을 많이 합니다. 무슨 놀이를 해야 아이들이 호응해줄까 고민이 많아지죠. 아마 생각에는 꽤 재미있고 유익한 놀이를 준비해가도 아이들이 시큰둥하고 재미없다, 시시하다, 평가를 하기도 하니까요. 저는 손재주가 없고 재미난 노래나 몸짓에도 소질이 없어서 아마활동을 제 남편이 더 많이 했습니다.

 

남편은 비행기 접기, 비행기 멀리 날려보기를 준비해서 가거나 더 복잡한 종이접기나 만들기 놀이를 한 적도 있고, 큰 아이들 방을 맡는 날은 기타를 매고 간 적도 있습니다. 저는 고작 종이배접기가 다였고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은근히 뿌듯하고 새로운 소질을 발견한 것처럼 자랑도 좀 하게 되지만 영 썰렁한 날은 긴장도 하고 기가 죽기도 하죠. 아마활동을 위해서 일터에 휴가를 내는 것도 큰 부분이지만, 아이들과 하루를 잘 지내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부대끼는 일 없이 편안해야 하고 이를 위해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가 해본 아마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두 번의 아마활동이 있습니다.

 

아이들 밥을 책임지는 영양교사 아마는 가장 힘들었기에 기억에 남고, 장애아이가 있는 통합방 아마는 장애아이와 함께 지낸 시간이 처음이었기에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식단이 미리 짜여 있고, 냉장고에 모든 식재료가 들어있고, 조리법을 영양교사가 다 알려주는데도, 아마 날짜가 다가올수록 가슴이 두근거리고 명절 앞둔 큰 며느리처럼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수십 명 아이들과 십여 명 교사의 점심밥을 준비하려면 손이 여간 빠르지 않고서야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점심식사 하고 설거지와 그릇정리를 하자마자 오후 간식을 준비해야 합니다. 동작이 굼뜨고 요리솜씨도 변변치 못한 저는 등에 진땀을 흘리며 부침개를 부치고 된장국을 끓였더랍니다.

 

장애아이가 있는 통합방 아마활동은 그 부모와 교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제가 본 아이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였는데 밥을 먹을 때 이를 닦을 때 나들이를 갈 때 옆에 꼭 붙어서 아이를 도와줬습니다. 말을 잘 못하기에 아이 말을 꿀떡처럼 알아듣는 선생님이 옆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말해줍니다. 하루였지만 그 후로 그 아이와 친해졌고 더 많이 눈여겨보게 됐죠. 그 부모의 심정이 어떠할까 생각해보았지만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공동육아를 하는 부모들은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고 맘 놓고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에 대해 자랑도 하고 부러움도 많이 삽니다. 하지만 공동육아가 아직 많지도 않고 문턱도 높습니다. 제가 있는 어린이집도 오고 싶어 하는 부모들은 많지만 다 받지 못하는 형편입니다. 며칠 전에도 어린이집 앞에서 서성이는 한 젊은 엄마가 있어서 어쩐 일이신가 물었더니, 인터넷에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는데 소식이 없어서 직접 와 봤다고 합니다.

 

내년도 정원이 벌써 다 찼다고 말하는데 참 미안합니다.

 

공동육아를 하는 사람들은 국공립어린이집을 늘리고, 그 안에서 아이를 보는 교사의 급여를 올리고 복지를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들이 행복해지고 아이들 인권도 보호받기 때문입니다.

 

내 아이가 어릴 때 몇 년 행복한 공동육아 만으로는, 아이가 커가면서 사회 안에서 부닥치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공동육아에서 배운 아마활동의 마음, 아이들은 다다르고 아이들은 다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아이들은 다 고루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깨달음을 사회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야 내 아이도 행복하고 어른들도 행복한 사회가 되니까요.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성미산어린이집 만 2~3세반 아이들과 함께 성미산 정상으로 가는 산책로를 오르고 있다. 김 씨는 성미산어린이집에 만 5세 자녀를 보내는 엄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성미산어린이집 만 2~3세반 아이들과 함께 성미산 정상으로 가는 산책로를 오르고 있다. 김 씨는 성미산어린이집에 만 5세 자녀를 보내는 엄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성미산어린인이집 아이들과 함께 통나무 계단을 오르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성미산어린인이집 아이들과 함께 통나무 계단을 오르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나뭇잎을 손에 쥔 한 아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베이비뉴스 이기태 기자 = 성미산어린이집 아마 활동에 나선 김주현(펭귄, 38) 씨가 2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나뭇잎을 손에 쥔 한 아이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likitae@ibabynews.com ⓒ베이비뉴스

 

글쓴이 : 양파(전수경)/성미산어린이집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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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sx**** 2012-11-01 10:40:00
공동육아
예전에 TV에서 본적이 있어요..
엄마들로 구성되어 만들어 졌다는

j**** 2012-10-31 20:37:00
공동육아
저도 공동육아에 관심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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