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좀 보냅시다!" 일곱 '어멍'이 만든 특별한 변화
"유치원 좀 보냅시다!" 일곱 '어멍'이 만든 특별한 변화
  • 김재희·이중삼 기자
  • 승인 2020.07.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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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러 제주 왔수다①] 발달장애 아동 부모모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베이비뉴스 김재희·이중삼 기자】

바람도 돌도 많은 섬, 제주도. 제주 땅의 척박함만큼, 한국에서 발달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또한 척박하다. 자녀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고자 옥답을 가꾸듯 투쟁하는 부모들이 제주에 있다. 발달장애·발달지연아동 부모모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를 만나 조금 느릴 뿐인 아이들과 함께하는 가족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우리 사회는 어느 방향으로 변화해야 할지 모색했다. - 기자 말 

한국은 특수교육법 제1조에서 “장애아동도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장애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약속했지만, 장애아동의 교육권은 침해받기 일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한국은 특수교육법 제1조에서 “장애아동도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장애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약속했지만, 장애아동의 교육권은 침해받기 일쑤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들의 공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책임자들이라면 이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육을 원하는 이들에게 빠짐없이 교육의 기회가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그들의 일이고 의무일 것이다. 병설유치원 7세반 정원이 늘어났다면 그와 동등하게 특수반 정원도 늘어야 한다.”

박정경 씨는 2017년 9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제주시교육지원청, 제주시청 – 특수교육 기회를 늘려주세요’라는 글에 이처럼 적었다. 박 씨가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것도 여섯 살 아들 박건하 군이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권을 위협받을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박 씨에게 닥친 위기는 결국 제주 발달장애·발달지연 아동 부모 모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탄생한 계기가 됐다. 지난 7일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박정경 대표를 제주시 아라2동 은성종합복지관에 위치한 단체 사무실에서 만나 그동안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달라고 요청했다.  

박정경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베이비뉴스와 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출간 인터뷰를 가졌다. 자료 사진 ⓒ베이비뉴스
박정경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베이비뉴스와 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출간 인터뷰를 가졌다. 자료사진 ⓒ베이비뉴스

◇ 눈으로 확인한 ‘과밀 특수학급’… 항의 위해 모인 부모 7명이 뿌린 씨앗

발달장애는 발달기 중에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이상이나 인지·언어·사회성 및 운동능력 발달에서 지체를 보이는 상태로,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을 포함한다. 국립특수교육원의 장애영유아 양육 가이드북 ‘양육 길라잡이’는 “발달기 동안에 기대되는 발달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에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자녀의 발달장애를 인지하는 시기는 보통 1~4세 사이가 가장 많으며, 5~9세 사이에 알게 되는 경우가 그 뒤를 잇는다. 전문가들은 장애를 최대한 빠르게 발견하고 개입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3년 보고서 ‘만 3세 미만 장애 영아 부모를 통해 본 장애 발견과 진단 및 조기개입 연계과정과 지원요구’는 “장애 영아 부모들은 빠른 장애 인식에 비해, 많은 부모들이 진단에서 조기개입 서비스 배치에 이르는 전반적인 과정에서는 적절한 시기나 방법, 기관 등에 대한 정보 부재로 혼란을 겪는다”며, “조기개입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특수교육법 제1조에서 “장애아동도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장애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약속했다. 하지만 장애아동의 교육권은 제도가 가진 한계와 현실의 무지로 침해받기 일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창립에 배경이 된 박정경 대표의 자녀 박건하 군이 체험활동 프로그램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창립에 배경이 된 박정경 대표의 자녀 박건하 군이 체험활동 프로그램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2017년 박 대표가 블로그 글을 쓸 당시, 제주시 교육지원청이 병설유치원 정원을 늘리면서 어린이집에 다니던 7세 아동들이 대거 유치원으로 이동하는 일이 생겼다. 때문에 어린이집 7세반이 인원 부족으로 없어지기 시작했다. 어린이집 7세반이 사라지면서 건하가 다니던 장애통합반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박 대표는 블로그 글에서 교육지원청과 시청이 교육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글에서 박 대표는 교육지원청에서 ‘특수학급 개설과 편성이 특수교육지원 신청에 달려 있다’고 답했음을 밝혔다. “제주시내 장애통합유치원은 유치원 3곳이며 정원은 고작 12명”이라며 “제주시 장애아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썼다. 세 곳 모두 이미 과밀상태라는 점도 지적했다.

“교육청에 ‘비장애 학급만 늘려놓고 우리 아들 갈 곳을 안 만들어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막 항의했죠. 그때 일곱 살 아이 키우는 엄마 일곱 명이 모였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개인적으로 전화하고 항의했죠. 교육청 직원 중 한 분이 ‘단체를 만들어서 공문을 보내면 해결될 여지가 있다’는 거예요. ‘그래? 일단 단체를 만들자!’ 하고 뜻이 모여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직인 만들고 공문을 보냈어요.”

베이비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박 대표는 제주지역 발달장애·발달지연 아동 부모 모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조직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3년 사이에 ‘일단 만든 단체’에서 어엿한 사무실을 갖춘 제주도 비영리민간단체가 됐고, 일곱 명이었던 회원은 2017년 11월 창립총회를 거쳐 255명까지 늘어났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커뮤니티 가입자 중 약 20%는 제주 토박이가 아닌 ‘육지’에서 이주해온 부모들이다.

지난 11일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사무실에서 5~6세 유아 대상으로 부모와 함께하는 미술놀이 활동이 있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11일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사무실에서 5~6세 유아 대상으로 부모와 함께하는 미술놀이 활동이 있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 활발한 소모임 중심… “발달장애 인식 바꾼다”

“아이들이 똑같은 나이니까 고민도 같아요.”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아이 연령대에 따른 부모 소모임 활동이 활발하다. 이같은 특성은 다른 발달장애 아동 부모모임과 차별점을 만든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박 대표는 “특히 자폐장애 같은 경우는 아이가 두 돌 될 때까지 잘 모른다”며 “‘내가 조금만 하면 좋아질 거’라며 부모들이 그 끈을 못 놔서 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부모들은 아이의 장애를 인지하게 되면, 소모임에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동료 부모를 만난다. “그 때가 힘들 때”는 말에 펑펑 울고 나서 힘을 얻어가는 곳이 단체 소모임이다. 

제주아이 특별한 아이가 진행하는 지원사업 중 부모와 함께한 요리활동.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제주아이 특별한 아이가 진행하는 지원사업 중 부모와 함께한 요리활동.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전방위적인 활동 경험은 제주아이 특별한아이가 장애아동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 단체가 활동성을 띈 것은 지원사업을 추진하면서부터다. 단체는 2018년 5월 ‘다르지만 다르지 않은 아이들의 행복을 꿈꾸다’, 일명 ‘다·다·다’ 프로젝트를 시점으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되게 알차게 했어요. 애들이 외부활동에 많이 고파했거든요. 하고 싶은 거 다해봤어요.”

‘다·다·다’ 프로젝트는 도자기 만들기, 미술 체험, 숲활동, 요리활동 등 열 가지 프로그램으로 꾸렸다. 그 중 박 대표는 요리활동 당시를 회상했다.

“요리 스튜디오를 빌려서 진행했는데, 온 가족이 샌드위치 만들고 돈까스를 튀겼어요. 엄마들이 아이를 보고 아빠가 불 앞에서 돈까스를 튀기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지금도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숲체험부터 문화예술교육과 평생교육, 부모교육 등 다양한 지원 사업을 꾸리고 있다.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상반기 활동이 어려웠지만, 총 135회기에 이르는 11가지 사업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과 직결하는 ‘부모교육’은 수요가 많다. 콘텐츠도 다채롭게 마련했다. 지난달 10일부터 13회차 영유아기 부모교육 ‘한걸음 느린 아이와 함께하는 길’은 초등학교 입학 준비,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과정 안내와 같은 이론형 교육부터 아빠 육아, 보드게임, 감각통합교육 등의 실용적인 교육까지 알차게 구성했다. 

이들 교육은 학부모의 관심과 참여 열기도 높다. 지난 9일 오전 제주시 이도2동 제주장애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 열린 5회차 교육 ‘영유아기 인지 발달과 학령기 학습 기술 준비 훈련’은 20명의 양육자가 참석했다. “아이는 힘들든 안 힘들든 모든 엄마는 힘들지만 이왕이면 육아와 부모의 역할을 행복하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강사 송재남 씨의 발언에 모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언어치료사인 송재남 씨는 이날 강의에서 인지발달 과정과 단계를 설명했다. “인지는 지능이 아니라 적응능력”이라고 강조한 송 씨는 가정에서 아이 발달과 학습을 도모할 수 있는 훈련법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엄마도 피곤하고 아이도 굉장히 힘들면 도움이 되는 치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이와 즐겁고 가깝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9일 오전 제주장애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 열린 ‘영유아기 인지 발달과 학령기 학습 기술 준비 훈련’ 교육에 양육자 20명이 자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지난 9일 오전 제주장애인 지역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에서 열린 ‘영유아기 인지 발달과 학령기 학습 기술 준비 훈련’ 교육에 양육자 20명이 자리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아이가 크고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이 되면, 학교 적응 노하우를 공유하며 아이의 자립을 함께 준비한다. 단체에서도 중요하게 준비하는 일이 ‘초등학교 입학’이다.

단체는 9월 말에 진행하던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계획 설명회와 10월에 하던 초등학교 입학 준비 설명회 개최시기를 앞당겨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했다. 아이들의 교육권이 달려있는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지원에 충분히 숙고할 시간과 학교생활 적응까지 필요한 시간도 함께 확보하기 위해서다.

박 대표는 “발달장애 아동이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려면 습관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발을 신고 가방을 챙기는 일부터, 자리에 앉아 수업을 듣고 화장실에 가는 법까지 발달장애 아동은 모든 일에 연습이 필요하다. 단체는 교육청에 ‘예비학교를 운영해 줄 것’을 요청하고, 그 결과로 지난해부터 특수교육 담당 선생님을 모셔 일주일 과정으로 두 차례의 예비학교를 운영했다. 

특히 발달장애 유아 가정에 정보 소외가 발생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시했다. 특수교육과 관련한 정보는 교육청 홈페이지에 게시되거나 공문으로 교육청과 그 산하기관에 전달된다.

양육자가 신경 쓰지 않으면 어린이집을 다니는 발달장애 아동 가정은 특수교육 대상 선정이나 초등학교 입학 준비와 같은 정보를 알 수 없다. 박 대표는 교육청에 유치원에 다니지 않는 발달장애 아동 가정도 살펴달라는 요구를 교육청에 3년째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30일에 열린 첫 미술 전시회 전경.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지난해 6월 30일에 열린 첫 미술 전시회 전경.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 미술전시회와 장애이해교육으로 지역사회에 ‘아이 존재’ 알리는 활동도

박 대표는 발달장애아동 대상 예술교육에 애착을 보였다. 예술교육은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활동에 분기점을 만들었다. 사업 지원 조건을 맞추기 위해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비영리민간단체로 성장해야 했고, 예술교육 결과로 전시회도 열었기 때문이다.

단체는 지난해 6월 30일부터 7월 13일까지 미술 전시회 ‘아이들의 계절을 닮다, 담다 : 봄 그리고, 여름’을 개최했다. 사계절 오감미술놀이의 결과물을 모아 꾸린 이 전시회는 제주지역 발달장애유아가 작가로 데뷔한 첫 사례였다. 

박 대표는 “우리 아이들이 장애가 있지만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기회였다”며 “아이들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걸 알린 계기기도 했다”고 전시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모들이 ‘나는 전시회 한 번도 못했는데 아이는 전시회를 한다’며 뿌듯해서 눈물을 흘리는 부모도 있었다”며 “주변에서 좋은 전시였다는 평가와 격려를 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첫 전시회 후에도 단체는 지난해 연말에 출간한 옴니버스 그림책 ‘우리 아이를 소개합니다’ 전시회와 제2회 사계절오감미술 전시회 ‘크리스마스 기부展’을 연달아 마쳤다. 올해도 다음달 중순 개최를 목표로 사계절 오감예술놀이 ‘예술로 고치놀젠’을 계획 중이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지난해 6월 첫 전시회를 기념하고자 작품을 출품한 아이들에게 작가증을 수여했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지난해 6월 첫 전시회를 기념하고자 작품을 출품한 아이들에게 작가증을 수여했다. ⓒ제주아이 특별한아이

제주아이 특별한아이는 조금 더 특별하고 세심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단체는 올해부터 친환경 반찬 제공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아동 비만율이 높은 제주의 특성과 발달장애 아동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것. 

박 대표는 “발달장애 아이들은 먹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잘 조절하지 못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부모의 고충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로 사업계획서를 꾸렸고 발달장애 아동이 있는 가정에 더욱 건강한 밥상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부모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도 시작했다. 장애이해교육이 바로 그것. 지난해 5월 박 대표는 건하와 친구들이 다니는 학교를 방문해 장애이해교육을 진행했다. 박 대표 외에도 장애이해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양육자가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이해는 지역사회가 좀 더 발달장애 아동들을 포용력 있게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도 한다. 단체는 ‘보드게임 놀이’를 이용해 지역사회 비장애 청소년들이 발달장애 아동과 함께 어울리는 시간도 마련했다. 그런 박 대표는 인터뷰 말미에, 지금까지 이야기에 조금 더 먼 미래를 조심스럽게 얹었다.

“장기적인 목표는 아이들을 위한 ‘진짜 돌봄’을 해보는 데 있어요. 애들은 뛸 곳이 있어야 하잖아요. 건하 데리고 자연으로 나가면 다들 그래요. ‘건하 장애 없는 아이 같아! 멀쩡해! 누가 쟤보고 장애 있대!’(웃음) 처음부터 아이들을 100% 만족시킬 순 없지만 아이와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해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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