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기를 낳아 달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기를 낳아 달라?
  • 기고=임유진
  • 승인 2020.09.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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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보건복지협회 청년이사 임유진
인구보건복지협회 청년이사 임유진. ⓒ임유진
인구보건복지협회 청년이사 임유진. ⓒ임유진

2013년, 은행원이 되고 싶던 고등학교 시절, 진로 관련한 특강에 참여했었다. “출산 휴가 다녀오면 자리가 없어져서 복귀하기가 힘들지”라는 30대 초반의 여자 은행원의 말을 듣고 취업도 힘들겠지만 출산 후 경력 단절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정책을 지원해주는지를 이해하게 됐다. 2015년, ‘일단 대학교만’ 가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믿으며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교 신입생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빨라야 4년 후 있을 취업을 위해 현재를 활발히 누리지 못한 채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교내 활동도 해야 하고… 대외 활동도 해야 하고… 봉사 활동은 꾸준히….”

2018년, 노동 시장에 직접 뛰어드니 육아와 일의 병행은 제3자로부터 눈총이 뜨겁다는 것은 정말 현실임을 깨달았다.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를 앞둔 한 여성 대리를 두고 오갔던 얘기는 복귀 축하가 아닌 '업무 인수인계 문제, 업무 속도 저하 문제'였다. 2020년, 20대 중반이 된 나도 나에게 맞는 일자리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현재(2020년)의 청년층이라고 할 수 있는 밀레니얼 세대는 IT에 밀접하고 능숙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것이 예전 세대와의 차이점이다. 교육 수준이 높은 만큼 밀레니얼 세대는 고학력·고스펙을 갖는 자만이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청년들에게 승자란 '좋은 직장, 좋은 배우자, 좋은 배경'을 갖는 자들이라고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학에 가라."

"취업을 해라." 

"결혼을 해라." 

"아이를 낳아라.”

밀레니얼 세대가 끊임없이 들어온 인생의 일방향적인 관문이다. 내가 승자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해야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서 베이비붐 세대(부모님)들이 가르쳤던 인생의 4관문까지 통과할 여유는 어디 있으며 그 시간은 얼마나 걸릴 것인가?

또한 집단의 성공이 아닌 개인의 성공이 우선시되는 분위기 속에 개개인의 가치관은 변하고 있고 취업에 대한 부정적인 상황이 주목받는 만큼 청년층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집단이 생기기 시작했다. 프리터족(Free Arbiet, 특정한 직업없이 갖가지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는 젊은층을 일컫는 말), 니트족(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일컫는 말), FIT족(Free Intelligent Tribe, 독신주의자는 아니지만 배우자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 혹은 자신의 일에 몰두한 나머지 나홀로족을 자청하는 전문직 독신들을 일컫는 말) 등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더 이상 4관문은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아도 되며 그 관문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더이상 저출생 문제는 청년의 노동, 즉 안정적인 일자리를 해결하는 것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게 됐다.

저출생 문제를 ‘청년’과 엮어서 바라보는 것은 섣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20대를 붙잡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이를 낳아주실 건가요?”라고 물었을 때, 망설임 없이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청년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오직 ‘가임기 여성, 결혼을 생각하는 청년 커플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해 문화가 뒤떨어졌을 때 발생하는 '문화 지체 현상'일까? 혹은 세대 간의 이해가 어렵고 갈등이 심화 되는 '세대 차이'일까? 자본주의가 당연하고 신자유주의에서 경쟁이 당연시 되는 사회 속에서 더 이상 청년들에게 ‘아이’는 ‘생산’의 개념 아니라 ‘관계’의 개념으로 다가온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들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존 제도와 정책 속에서 현실과의 괴리를 좁혀 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경력단절을 걱정하는 여성들을 위한 일자리 알선 제도가 있다는 것으로 끝나는 단편적인 모습을 갖고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 경력 단절 이전의 임금 수준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 낮은 임금의 일자리를 알선해주는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중앙 정부는 ‘문제 해결=정책의 유무’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그 내막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출산에 대한 문화와 인식을 가장 먼저 바꿔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아가 다음 세대들에게도 결혼과 육아가 두려움이 아닌 행복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사회의 분위기도 정책도 변해야 한다.

*임유진 씨는 인구보건복지협회 청년이사로,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대학생들의 모임」 전국 단장으로 활동했으며, 2018년도 개최된 IPPF 아시아·태평양지역 청소년 대표 회의에 참석하는 등 인구문제와 청년들의 권리증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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