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사례1. 뇌병변 장애인 :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문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했다.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체중계에 올라갔고, 진찰실에서 치마만 벗고 검사를 진행했다. 나중에는 미리 집에서 몸무게를 측정해갔다.
#사례2. 시각 장애인 : 분만 중 서류 동의서 항목 읽어줬지만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입·퇴원 주의사항을 읽어주는 간호사가 적었다. 혈압을 측정했지만 직접 수치를 적지 못하니 헤맸고 초음파 영상을 재생해주는 서비스 역시 터치라 이용이 어려웠다.
#사례3. 청각 장애인 : 농아인임을 알렸지만 초반에 주로 말로 안내를 받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결국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다. 수화 통역사 서비스는 평일 단 2시간밖에 지원되지 않아 출산 시 통역사가 계속 동반하여 대기하기 어려웠다.(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표준 개발 연구보고서, 보건복지부, 2019)
장애여성의 출산을 돕기 위해 지자체별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으나 장애여성 당사자들에게는 여전히 문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갑)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표준 개발 연구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미 지자체로부터 ‘장애친화 산부인과’로 지정된 병원조차 장애여성을 위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지난해 6월∼12월, 보건복지부는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15개 장애친화 산부인과 중 6개 병원(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전남미즈아이·전남강진의료원·진주고려·현대여성아동)을 대상으로 6개월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체크리스트 결과에 따르면, 특히 의료장비와 진료환경 부분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침대형 휠체어를 보유한 병원은 강진의료원이 유일했고 전동식 수술대는 단 2곳(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 휠체어 체중계는 단 3곳(광주미즈피아·전남미즈아이·현대여성아동)에만 설치돼 있었다.
진료환경 편의성 측면 역시 열악했다. 시·청각 장애여성에게 의료 관련 기록을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모두 갖춘 병원은 강진의료원 단 한 곳이었다. 또, 진료 내용에 있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장애유형별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매뉴얼이나 방법을 사용하는 병원은 전남미즈아이가 유일했다.
그동안 보건복지부는 지자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에 들어갔던 6개 병원은 지난 4년간 지자체 예산으로만 지원을 받았는데 총액도 2억 9984만 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장점검과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별도 예산을 편성해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8개 병원을 새로 지정할 예정인데 분만 실적이 많은 상급병원 위주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선우 의원은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열악한 의료장비 및 취약한 진료환경은 결국 정부 지원이 부족한 탓”이라고 지적하며,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해 운영을 내실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