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아이 낳으면 이기적인 욕심인가요?
장애인이 아이 낳으면 이기적인 욕심인가요?
  • 권현경 기자
  • 승인 2019.11.2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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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019년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통합결과보고대회

【베이비뉴스 권현경 기자】

영화 '아이 엠 샘'의 한 장면 ⓒ뉴라인시네마
영화 '아이 엠 샘'의 한 장면 ⓒ뉴라인시네마

지적장애인 아빠 샘의 지능은 일곱 살 수준. 딸 아이 루시가 일곱 살이 넘게 되면 샘이 루시를 정상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지 사회복지기관 전문가의 검증이 필요하다. 샘이 양육능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루시는 다른 가정으로 입양돼야 하는 상황.

2002년 10월 국내 개봉된 미국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의 내용이다. 17년 전 영화이지만 미국에서는 지금도 지적장애 부모에게서 양육권을 빼앗아가는 일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 실태는 어떨까.

지난 2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동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정수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원은 ‘2019년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 실태 모니터링 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정수미 연구원은 “흔히 발달장애인은 누군가의 돌봄을 받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이들이 부모로서 자녀를 돌보고 양육하는 주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때문에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심층면접 방식으로 그들이 겪는 자녀양육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도출하고자 모니터링을 진행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정 연구원은 발달장애인 부부 여덟 쌍을 만나 개별 심층면접을 통해 ▲발달장애여성의 재생산권이 충분히 존중되고 있는지 ▲발달장애인 부부의 자녀양육 과정 ▲자녀양육 지원방안 제언 ▲자녀양육 지원 서비스 조사 및 사적자원 활용 실태 ▲자녀양육의 고충과 정책 욕구를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다.

◇ 발달장애 여성의 출산 기사에 '비난·혐오' 댓글이 26%

정 연구원은 발달장애 여성의 출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본인이 작성한 기사 [임신한 지적장애여성이 의사에게 들은 말 “낳으시게요?”](2019년 6월 5일 오마이뉴스)에 대한 인터넷 포털(다음·네이버·네이트) 댓글 1169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난, 혐오("이기적인 장애인" 등) 26% ▲기타 의견(의사 옹호, 무관심 등) 21% ▲동정(자녀, 양육자, 당사자가 불쌍해서) 18% ▲우생학적 사유, 유전 14% ▲사회적 부담(위험, 양육문제, 비용 과다 등) 13% 순으로 나타났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누구나 선택할 수 있는 보편적인 권리로 인정받아야 함에도 댓글에서 볼 수 있듯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부모 자격 없음’을 강요받고 있다. 장애여성 아이들은 비장애여성의 아이들과 다른 일상을 강요받기도 한다. 한 발달장애여성의 얘기다.

"한 번은 재활의학과 선생님이 딸이 아직 생리도 안 하는 유치원생인데 불임인가 뭔가 그걸 시키라고 해서 놀랬어요. 아이가 시집가면 본인도 아기를 갖고… 장애인도 아이 낳아서 키우잖아요. 키울 수 있잖아요.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도 다 이이를 키우는데 너무 놀랐어요."

정수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원은 '2019년 발달장애인 부부 자녀양육 실태 모니터링 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정수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연구원은 '2019년 발달장애인 부부 자녀양육 실태 모니터링 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권현경 기자 ⓒ베이비뉴스

◇ 장애를 가진 엄마는 아이 양육법 배울 곳도 없어

“아이를 시어머니가 본인 방에서 키우려는 거야. 그래서 막 갔죠. 어머님 왜요? 우리가 엄마고 우리가 아빠고 ○○이 아빠도 아빠라서 할 의무가 있다. 이것저것 해봐야 한다고 말했어요.”(A 씨)

“이제 곧 셋째가 태어나는데 아빠가 없으니까 어떡해야 하나 싶어요. 지금 △△지역에 가 있는데 한 달에 한 번씩 와요. 독박육아! 이 지역엔 일자리가 없어가지고.”(B 씨)

“애기를 키우는 것이 기저귀 가는 것부터 우유 타는 것 모두 다 기술인데요, 이런 것들을 누가 알려주는 사람이 있었나요?”(C 씨)

정 연구원이 만난 발달장애여성들 이야기다. A 씨와 B 씨처럼 아이 양육에서 배제되거나 홀로 감당하는 경우와, C 씨처럼 자녀를 출산한 발달장애 여성에게 육아를 알려줄 만한 인적 자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 연구원은 제주도의 사례를 소개했다.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발달장애 부부의 자녀출산 양육 쉬운 언어교재’를 발간했다는 것.

발달장애 여성은 아이 씻기는 것에서부터 영유아 건강검진, 훈육, 자녀의 사춘기 등 모든 게 쉽지 않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녀가 자람에 따라 느끼는 자긍심을 특별했다. 하루에 몇 번을 죽으려고 한 적도 있었지만 자녀에게 본보기가 되기 위해 견뎌내고 있다. 사이버대학에 진학하는가 하면, 대학에서 장애인자립운동을 연구하는 등 특별한 도전도 기꺼이 해낸다.

이들은 아이들이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안 아프고 잘 크면 되죠. 건강이 최고잖아요", "저는 결혼을 시킬 거예요. 제가 아빠로서 여자 소개해주고… 결혼까지 책임질 거예요", "바르게 잘 자랐으면 좋겠어요", "착한 아이, 나보다 어려운 사람 도와주고 배려하고 약자 보호하고 무시하지 않는 사람" 등 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에게 바라는 소박한 바람들을 이야기했다.

◇ 발달장애인이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데 필요한 지원은?

발달장애인이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르려면 어떤 지원이 필요할까. 정 연구원은 “가사도우미 선생님이라든가 애들 도우미 선생님들 시간을 더 줬으면 좋겠어요”, “장애인 아동들한테 학대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장애부모에 대한) 차별, 편견이나 선입견도 없었으면 좋겠어요” 등 발달장애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그러면서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사업 예산 확대 ▲아이돌봄 서비스, 장애인 및 저소득층 본인부담금 인하 등 혜택 없어 관련 지원 확대 필요 ▲장애인 가족지원 확대 필요(활동지원서비스 항목·양육코칭·부모교육) 등을 제언했다.

특히 전국 17개 광역시도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사업’ 예산을 비교해본 결과, 인천, 세종, 충북, 충남, 전북 5개 지역은 예산 자체를 배정하지 않았다. 지역별 예산도 천차만별. 1인 평균 해당 예산은 ▲경기 1만 671원 ▲서울 9723원인 반면, ▲경북 388원 ▲강원 472원 등으로 나타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예산 증액 등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정 연구원은 강조했다.

정 연구원과 함께 모니터링에 참여한 장지원 모니터단원은 “기사 댓글을 볼 때 화가 나기도 했다. ‘왜 이렇게 화를 낼까?’ 잘 몰라서 편견을 갖는 것 같기도 하고 혐오가 심하다”면서 “저도 이번에 (발달장애인분들을) 만나보면서 불편함이 있지만 (양육을) 잘하고 계시고 충분히 할 수 있고 좀 더 지원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발달장애 여성의 자기결정권 침해와 관련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시술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안타깝다) 어떤 생명은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이런 어떤 가치를 누군가가 정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베이비뉴스는 2017년부터 '바퀴 달린 엄마' 시즌1을 시작으로 장애를 가진 부모들이 어떻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가는지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2019년에는 미국의 장애인 가족 지원단체 '스루더루킹글래스'(TLG)를 찾아, 미국 장애부모들의 양육 현실과 지원 서비스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7편의 기사로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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